서울대병원 총파업 중단...임단협 합의안 뭘 담았나?
서울대병원 총파업 중단...임단협 합의안 뭘 담았나?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2.11.28 08: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총파업 2일차 출정식에서 "공공기관 가짜 혁신안 폐기"와 "임단협투쟁 승리" 등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이 소속돼 있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조합원들이 24일 총파업 2일차 출정식에서 "공공기관 가짜 혁신안 폐기"와 "임단협투쟁 승리" 등을 외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노사 협상이 25일 저녁 극적으로 타결됐다. 이에따라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로 구성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 소속 노조원들은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했다.

서울대병원 노동자들과 보라매병원 노동자들은 모두 서울대병원분회에 소속돼 동일한 임금체계와 근로조건을 적용받고 있다. 따라서 사측을 대상으로 하는 임단협도 서울대병원장과 진행한다. 

보라매병원을 포함한 서울대병원 노사는 25일 오후 10시 대한의원 제1회의실에서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에 합의하고 가조인식을 진행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인력충원 ▲ 어린이환자 공공의료 강화 ▲ 기후위기 대응 노력 ▲ 교대근무자 근로조건 개선 ▲총액 대비 1.4% 임금 인상 등이다.

앞서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인력충원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당초 사흘간 예정했던 한시적 파업은 병원측이 모르쇠로 일관하자, 2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으로 전환했다.

이로써 지난 8월 17일부터 3개월간 51차례에 걸쳐 진행된 노사간 교섭과 무기한 총파업은 즉각 중단됐다.

노동자들의 끈질긴 투쟁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서울대병원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①인력충원 61명 합의 

26일 노조측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보라매병원의 인력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인력이 부족하여 휴가는 물론이고 점심시간 조차 온전히 누릴 수 없었다. 간호사들은 그 마저의 시간도 없어 밥을 굶기 일쑤였고 인력부족에 시달린 노동자들은 과도한 연장근무로 인해 질병에 시달리며 돌아가며 병가를 받고 있다. 

인력부족 문제는 환자안전과도 직결된다. 보라매병원의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은 지난 코로나19 시기 내내 단 한명도 충원되지 않았다. 치료를 위해 입원했던 환자가 낙상하여 수술을 하게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노동조합은 인력충원을 요구했으며 노사는 본원 14명, 보라매병원 47명 등 총 61명의 인력충원에 합의했다. 노사는 또 중대재해 방지와 직원 및 환자안전을 위한 정원을 확보하여 우선배정하기로 했다. 노조는 시설지원직 위험작업 야간 1인근무지에 대한 인력 증원도 요청하기로 했다.

노조측은 “그동안 병원은 야간근무 시 근무인력을 줄여 운영하여 야간에 발생한 위급상황 등에 대한 대처를 어렵게 했다”며, 이에 대해서도 본원 3개 병동에 대하여 주간과 동일한 인력으로 야간 인력을 증원하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②어린이 환자 공공의료 강화 합의

어린이 환자에 대한 공공의료 강화방안도 합의를 이루어 냈다. 어린이들은 태어나 홀로 밥을 먹고 홀로 노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지지와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유엔아동협약 24조는 어린이들이 도달 가능한 최상의 건강수준을 향유하고 질병의 치료와 건강의 회복을 위한 시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아동 권리를 담고 있다. 26조는 “국가는 “모든 아동이 사회보험을 포함한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을 받을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의 의무가 있다”고 명시되어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린이가 아플 때 돈 걱정부터 드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수년간 어린이 무상의료를 서울대병원에서부터 실시할 것을 요구해왔으며, 올해 임단협에서 어린이 환자 의료비 상한에 대해 국립대학병원협회에서 정부에 입법 청원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 보라매병원 입원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 및 가족의 간병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확대시행을 국민건강보험관리공단에 신청하기로 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에너지 저감 및 폐기물 절감 대책 지속추진, 장애인 고용 촉진 등에 대해서도 합의를 이루어냈다.

③교대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합의

간호사 등 병원의 교대근무자들은 근무특성상 불규칙한 생활패턴으로 인해 생활리듬이 망가지고 다양한 질병에 노출되고 있다. 교대제 자체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시켜 과로의 원인이 되며 사회적 기준에 벗어난 근무형태로 인해 교대근무를 하는 노동자들은 사회적으로 고립되기도 한다. 간호사의 경우 일반인보다 자살위험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조합은 그동안 누적오프를 요구하였고 이번 협상에서 야간근무 15개 당 1일의 휴가를 지급하기로 노사가 합의했다.

또 정부의 간호관리료차등제와 관련하여 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등급기준을 간호사 1인당 환자수로 변경하고 1등급 기준을 간호사 1인당 환자수 7명 이하로 할 것, 2등급 이하의 배치기준을 현행보다 상향하는 것을 노사 공동안으로 건의하고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했다.

간호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지급되고 있는 야간간호료와 관련해서는 수익 전액을 인건비로 지급하기로 했으며, 매년 사용방식과 관련하여 노사가 협의하여 결정하기로 했다. 인건비는 높은 노동강도를 견뎌내며 일하는 간호사들에 대한 보상과 휴가확보, 실제 인력채용으로 인한 1인당 환자 수 감소 등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보라매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인력배치 기준 또한 상향될 수 있도록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면담 등을 진행하고 기준상향 신청을 2023년 상반기 내 진행하기로 했다. 또 환자안전과 숙련된 간호사 확보,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기 위해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간호인력 배치기준 상향 시범사업을 서울시에 제안하기로 했다. 이박에 서울시립병원인 보라매병원에서 환자가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제도적 조건들을 노사가 같이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④불합리한 처우 개선

2018년도 노사합의에 의해 서울대병원 직원은 비정규직을 채용할 수 없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2017년 7월 20일)에 따라 상시업무에 대해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하고 있는 보라매병원은 임금 및 고용조건과 관련하여 서울대병원과 동일한 적용을 받고 있다.

하지만 보라매병원은 상시업무를 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에 대해서만 기간제로 채용, 차별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병원측은 업무개발 등 인사평가를 이유로 들었는데, 노조는 “비장애인 채용 시에는 단시간 계약직으로 채용하지 않고 있으며, 평가시스템이 있더라도 고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이는 명백한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차별을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였고 보라매병원은 현재 근무 중인 장애인 단시간 직원에 대하여 일정 절차를 거쳐 2023년 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향후 보라매병원은 장애인 단시간 근로자 채용에 있어서 서울대병원과 동일하게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

노조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시절 가짜 방만경영 정상화 정책으로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었었다”며,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의 임금을 깎아 청년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이었지만 사직이 줄을 이어 정년을 채우는 사람이 별로 없는 병원 사업장에서 해당 정책은 실효성이 없는 정책이었다”고 상기켰다.

노사는 이번 협상에서 서울대병원의 임금피크제와 관련, 공로연수에 들어가지 않는 직원에 대하여 직전년도 보수 100%를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했다. 불합리한 임금피크제를 개선한 것이다.  

노사는 또 2020년 간접고용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었던 환경유지 지원직에 대해 타 직종간 임금격차 완화를 위한 가계지원비를 임금가이드라인(1.4%)외에 추가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