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계 ‘리베이트 쌍벌죄’ 무관심, 심각하다
치과계 ‘리베이트 쌍벌죄’ 무관심, 심각하다
  • 이동근 기자
  • 승인 2010.07.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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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말 발효 … 내년부터 SIDEX 규모 절반으로? FDI 총회도 ‘위험’

오는 연말 이후로 치과계 대형 학술대회 및 소규모 세미나 등이 모두 축소될 위기에 처했지만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 주무 이사 등 직접 참여하고 있는 인사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 정부와 의료계는 리베이트를 제공한 공급자 뿐 아니라 받은 의료인까지 처벌하도록 개정된 의료법과 약사법, 의료기기법 공포안 통과 이후 쌍벌죄 하위법령(의료기기법·의료법·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조직하고 치열한 논의를 진행중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의료기기 공정거래규약’의 모델은 ‘의약품 공정거래규약’에서 용어만 의료기기에 맞게 바꿔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의약품 관련 조항이 상당히 높은 기준을 요구하고 있어 의료기기 규약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비슷한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다.

리베이트 쌍벌죄 시행은 처음에는 국민건강보험 재정에 피해를 입히는 고가약 처방 등의 부작용 및 제약사들의 리베이트가 의약품 처방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막기 위해 발효됐다는 것이 의료계 대부분의 인식이다.

그러나, 이 법이 의료기기에까지 적용되면서 치과계도 의료기기 쌍벌죄의 영향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쌍벌죄 특성상 법 시행 초기 관행처럼 치과재료를 구매하고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피해를 입는 치과의사들도 속출할 수 있다.

◆ 2011년 SIDEX, 규모 절반 축소 가능성

복지부는 지난달 17일, 처음 열린 TF 팀 회의에서 허용 가능한 의료기기 마케팅 범위를 ▲견본품 제공 ▲학술대회 지원 ▲임상시험 지원 ▲제품설명회 개최 ▲대금결제 조건에 따른 비용할인 ▲시판후 조사지원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제시했다.

이 항목들 대부분 치과계와 관계가 깊다. 예를 들어 일회용·소모품 견본품은 무료로 제공되는 수가 한정되며, 시연용 견본은 환자에게 사용이 금지된다. 당장 현재 만연되고 있는 치과용 임플란트의 판매 방식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들이다.

학술대회 규정도 문제다. 복지부는 컨퍼런스나 심포지움, 세미나, 학술행사 등 의·약학 관련 학술대회에 대해 지정기관(치협, 치재협 등)에 지원대상을 선정·의뢰하고 직접 지원하는 방식만 허용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스참여도 학술대회당 2최대 2개 부스, 부스당 300만원 이하로 한정된다. 이 규정대로라면 현재 치과에서 열리는 대형 학술대회에서 한 업체당 2개 부스로 제한될 뿐 아니라 업체에서 주최하는 모든 세미나가 축소 또는 없어질 수 있는 위기에 처한다.

지난 6월말 열린 SIDEX의 경우 230여개 업체가 753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이 법이 적용되면 같은 상황에서 부스 규모가 최대 460여개로 규모가 확 줄어든다. 1개 부스로 참여하는 업체들이 적지 않고, 신흥, 오스템 등 대형 업체들이 2개 부스로 규모를 줄이게 되면 같은 상황에서 전시회장 규모는 반 이하로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치협이 주력하고 있는 FDI 총회도 유치 후에 업체 지원이 줄어 규모를 축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 치과계 대응, 늦은감 있어

이같은 법안들이 적용되는 시기는 이미 코앞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치과계의 대응은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실제로 쌍벌죄 발효 시기는 11월 말이지만 관계자들은 8월이면 리베이트 범위를 정하는 하위법령(의료기기법·의료법·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입법 예고 후에 의견을 제시할 수도 있지만 법 시행이 이미 예고된 상태에서 큰 틀에서의 변경은 쉽지 않다.

그러나 기자가 직접 돌아다니며 치과계 및 치과기자재업체들의 의견을 조회한 결과 대부분 무관심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법 시행에 대해 대부분 “모르겠다. 그 법이 우리와 관계가 있느냐”고 말했으며, ‘치재협에서 의견 조회 요청이 왔느냐’는 질문도 대부분 “모르겠다”고 답해 치재협에서 의견을 모으고 있는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치과의사들도 “그 법은 건강보험에 관련된 법 아니냐. 우리는 법대로만 하면 된다”며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치과재료업계 대표로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치재협 장현양 총무이사는 관련법이 통과 된 후 대형학술대회 등에 끼칠 영향에 “아직 통과된 것도 아니고 결정된 것도 없다. 예단하지 말아 달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 치과계 중지 모을 때

TF팀에 참여하고 있는 치협 김종훈 자재·표준이사는 “심각성을 느끼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치과의사 전체가 쌍벌죄를 적용받게 될 상황에서 비상근직 자재이사가 동료들의 무관심 속에서 대응책도 마련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치협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부각시키고 전 치과계의 중지를 모을 때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이미 4월 공정경쟁규약 시행이후 국제학술대회를 유치한 학회를 중심으로 “국내 의료계의 위상을 높이면서 의료기술 발전에 기여할 국제 학술대회를 유치했지만 지원 부족으로 학술대회 운영을 할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대한피부과학회는 30~40년마다 한번씩 돌아오는 국제학술대회를 2011년에 어렵게 유치했으나 100억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 자금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대한두통학회는 국제 학술대회를 유치하고도 1억5000만원 정도 예상되는 개최 비용을 못모아서 고민중이고, 대한당뇨병학회도 하반기에 국제 학회를 유치하고도 개최에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 강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의료계의 현재가 치과계의 미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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