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의 ‘코미디 행정’ … “약물 안전조치 미국이 해야 우리도”
식약청의 ‘코미디 행정’ … “약물 안전조치 미국이 해야 우리도”
  • 헬스코리아뉴스
  • 승인 2010.10.10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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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의 의약품 안전관리가 총체적 부실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속칭 ‘미국 따라하기’ 식이 만연해 있는 탓에 ‘보건주권’이란 가치는 설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미국이 하면 우리도 하고 미국이 안하면 우리도 안한다’는 식이다.  한마디로 자체 판단력 상실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애보트사의 살빼는 약 ‘리덕틸’(성분 시부트라민, 미국명 메리디아)에 대한 안전성조치가 비근한 예라고 하겠다.

식약청은 올해 7월, 리덕틸을 비롯한 부작용 논란 비만치료제(향정신성 의약품)에 대해 “안전하다”며 시판유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다 9일 미국 FDA가 자국시장에서 리덕틸을 전격 퇴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부랴부랴 불끄기에 나섰다. 불과 엊그제 시판유지 결정을 내렸던 약물에 대해 시판중단 등을 포함한 안전성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사실 시부트라민 제제의 부작용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유럽의약품청(EMEA)이 올해 초 뇌졸중과 심장발작 등 약물의 부작용을 우려해 시판중단을 선언했고 미국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 시판 유무를 고심해오다 결국 퇴출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리 식약청만 성급하게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가 망신을 당한 꼴이다. 

식약청의 사후약방문식 대처는 이번만이 아니다. GSK의 당뇨병치료제 ‘아반디아’는 수년간 사망위험논란에도 불구하고 끝내 시판을 유지해오다 지난달 24일 사용중지 결정을 내렸다.  아반디아 등 로시글리타존 제제에 대해 EMEA가 심혈관계 위험성이 유익성을 상회한다며 시판중단을 선언하고, 미 FDA마저 사용제한 조치를 내리자,  뒤늦게 취한 조치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번 사용중지 조치는 당뇨병치료제로서 대체의약품이 다수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슬그머니 꼬리를 뺐지만,  그렇다고 ‘미국 따라하기’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동안 국내에서 일었던 퇴출 요구 목소리를 철저히 외면해왔던 점에 비추어보면 더욱 그렇다.

◆ 식약청, 자체 판단력 상실 … 미국-유럽 눈치만…

식약청의 의약품 안전관리 행정이 매년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오르는 것도 다름아니다.  스스로는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탓이다.   

최근 식약청이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올해 8월까지 부작용으로 국내외 판매금지 또는 사용제한 조치된 의약품 10건을 분석한 결과 이들 의약품에 대한 식약청의 안전성 조치는 모두 EMEA와 FDA가 안전성 조치를 취한 이후에야 이뤄졌다. 

2007년 4월3일 파킨슨병 치료제 ‘메실산페르골리드’ 자진회수(FDA 2007년 3월29일 자진회수), 같은 해 4월2일 변비치료제 ‘말레인산수소테가세로드’ 자진회수(FDA 3월30일 판매중단), 같은 해 12월12일 혈액응고제 ‘아프로티닌’ 주사제 공급중단(FDA 2007년11월6일 시판중단), 2008년 10월1일 항균제 ‘가티플록사신’ 경구 판매중단(FDA 2008년 9월30일 안전성 조치) 등은 미국의 눈치를 본 이후에 결정했다. 

또 2009년 2월20일 피부병치료제 ‘에팔리주맙’ 판매중단(2009년2월19일 EMEA 허가중지 권고), 올해 4월30일 바르는 소염진통제 ‘케토프로펜’ 겔제 허가사항 변경(프랑스 2010년 1월12일 시판중단) 등은 유럽 보건당국의 안전성 조치 이후에야 움직였다. 

◆ 치명적 부작용 논란 ‘IPA’ 사람이 죽어야 퇴출시키나?

지금은 두통약에 사용되는 ‘IPA’(이소프로필 안티피린)라는 성분이 문제가 되고 있다.

삼진제약의 ‘게보린’이 대표적이다. ‘게보린’에 들어가 있는 IPA는 의식장애와 같은 치명적 부작용은 물론, 골수억제작용에 의한 과립구 감소증 및 재생불량성 빈혈 등과 같은 혈액질환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 뉴질랜드 등에서는 시판되지 않고 있고 아일랜드와 터키에서는 치명적인 재생불량성빈혈 등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시판을 금지했다.  이탈리아에서는 1989년에 이 의약품을 장기간 사용하였을 때 나타나는 부작용 때문에 심각한 통증이나 발열의 단기 치료에만 제한적으로 사용을 승인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식약청만은 예외다.

끝없는 부작용 논란과 국내 약사단체(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의 절박한 사용금지 요청에도,  요지부동이다.  고작 취한한다는 조치가  ‘15세 이하 사용금지’(2009년 3월)이다.  그러다 올해 7월 ‘게보린’이 청소년들 사이에 학교 안가는 약물로 오남용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나자(대한약사회 제기), 식약청은 또다시 뒷북 안전조치를 내렸다.  그것도 ‘IPA가 소화관 출혈과 급성간부전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2010년7월)를 내리는 수준에 그쳤고 퇴출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했다.

그렇다면 IPA가 진통제를 만드는데 그렇게 중요한 성분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IPA 함유 진통제는 희귀약도 아니고 대체제가 없는 약도 아니다. 식약청이 최근 당뇨약 ‘아반디아’의 사용중지 결정을 내리면서 명분으로 삼았던 것처럼 IPA의 효능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은 얼마든지 있다.  굳이 IPA를 고집해야할 이유도 명분도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식약청은 여전히 ‘특정 기업의 의약품을 감싸고 돌고 있다’는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의약계 안팎에서 식약청 공무원과 업체간 결탁설까지 나돌고 있는 지경이다.  모두가 식약청이 자초한 탓이 크다. 

과연 이런 식약청이 필요한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차제에 식약청의 기능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 

또한 노연홍 식약청장은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의약품 안전성 조치에 대해 ‘미국 따라하기’로 일관하는 분명한 이유를 밝혀야한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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