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다섯번째 라미네이트
[임상에세이] 다섯번째 라미네이트
  • 장원건 원장
  • 승인 2011.06.03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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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건 마일스톤즈치과 원장
30대 여자 환자분이 오셨습니다. 뭔지 모르게 언짢은 표정으로 계속 불만을 이야기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저라도 화가 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제 환자들 중에도 제가 하는 치료에 만족스럽지 않아 다른 치과에 가서 똑같은 불만을 털어내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말입니다.

환자분은 앞니돌출로 교정치료를 받으셨다고 합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후 앞니가 다시 앞으로 나오는 것 같아 교정치료를 다시 받으셨다고 합니다. 교정 치료 후, 선생님의 권유로 윗니 앞니 6개의 치아를 라미네이트를 하였습니다. 제 생각에 교정치료 후의 결과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아 환자분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니 라미네이트를 하면 해결될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교정 전후 사진을 가지고 오셔서 보게 되었는데,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교정치료 자체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처음 치료계획을 세울 때 라미네이트를 할 것을 함께 계획했다면 더 나은 치료가 되었을 텐데 하는 것과 라미네이트를 하지 않더라도 진단을 좀더 잘했다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금 전에도 그런 상담을 했었는데, 환자들 중에는 치과 치료에 대한 묘한 생각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똑같은 도자기로 기공사가 만든 것을 치과는 씌우기만 하는 것이고, 똑같은 브라켓을 붙여서 교정치료하는 것인데 치료에 무슨 차이가 있고 왜 비용이 치과마다 다르냐는 생각입니다.

치과 치료에 대해서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막상 몸의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암에 걸렸거나 심장병을 수술할 때 우리나라에 수만 명의 의사가 있지만 더 잘한다고 소문만 '명의'를 찾아나섭니다. 수술 약속이 6개월 심하게는 1년이 걸려도 기다리면서 그 선생님께 수술합니다. 그리고 혹시 수술 후 재발이 되어도 내 몸이 어쩔 수 없구나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생 쉬지 않고 먹고 말하고 몸의 평형을 이루어지는 턱과 치아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생각합니다. 한번 가족 중에 치과의사가 있거나 친한 지인 중에 치과의사가 있다면 물어보세요. '우리나라에 있는 치과의사들의 실력이 모두 같은가? 선생님에 따라 치료의 결과가 얼마나 차이가 있는가?' 아마도 그 대답은 단 네 글자로 요약될 겁니다. '천지차이(天地差異)'

제가 치과의사 동료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각 환자에게 가장 알맞은 치료를 하기 위해 끝없이 공부하고 생각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치과의사들이 모두 이렇게 우리의 환자를 내 몸처럼 생각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의식도 달라져야 합니다.

치료를 잘하는 명의 치과의사를 찾아다녀야 하고, 그렇게 잘 치료하는 선생님들에게 줄을 서서라도 비싼 비용을 들이더라도 치료를 잘 받아서 좋은 치료의 결과가 어떤지를 서로에게 알려야 합니다. 그래야 모든 치과의사들이 돈 벌기 위해 억지로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치료를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모든 치과의사들이 그렇게 될 때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의 치과치료가 다 좋아질 것이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30대의 여자환자로 다시 돌아와서, 교정 후에 라미네이트를 했는데 색도 마음에 들지 않고 치아길이도 너무 길고 그래서 다시 하고 다시 하고… 결국 치아길이를 줄였더니 앞니로 음식을 자를 수가 없어서 좋아하는 햄버거도 드시지 못하고... 치과에서는 네 번이나 라미네이트를 다시 했으니 이제는 더 해 줄 수 없다고 하고.. 결국 편치 않은 마음으로 치료받던 치과를 가지 못하고 저희 치과에 오셨습니다.

치아를 보면 교정치료를 하면서 잇몸의 높이를 고려하지 않아서 잇몸의 형태도 대칭이 되지 못하고, 그로 인해 치아는 엄청 길게 만들어졌습니다. 너무 길어서 라미네이트를 다시 만들때는 길이를 정상으로 했는데.. 그로 인해 윗니 앞니가 아랫니를 덮지 못해 앞니로 음식을 씹을 수 없게 된 것이지요.

환자분은 라미네이트의 색도 마음에 들지 않으셨는데, 지금과 같은 라미네이트는 요즘 유행하는 하루에 만들어내는 라미네이트입니다. 정해진 색의 블럭을 컴퓨터로 깎아 만들기 때문에 빨리 되는 장점은 있지만 그 색이 자연스럽지 못합니다. 연예인들의 뿌연치아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해도 상관없지만 자연스러움에는 부족함이 많지요.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갖지 않으려면 처음 진단할 때 그 치료계획이 명확해야 합니다. 라미네이트를 고려했건 하지 않았건 치아의 가지런함만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 각각의 위치와 상태도 평가를 해서 그에 맞게 치료를 했어야 합니다.

진단이 부족했으니 치료계획도 부족했을 것이고, 그러니 결과물이 좋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여러 번 만들어도 터가 좋지 않으니 작품이 좋을 수가 없지요. 다시 교정치료를 한 후 라미네이트를 다시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계획이지만 이미 두 번의 교정과 네 번의 라미네이트로 지친 환자분에게는 권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계획이었습니다.

차선책으로 앞니에 잇몸이식과 라미네이트의 제작을 설명했지만 그 역시 잇몸이식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있어 차차선을 원하셨습니다. 결국 우리의 치료계획은 새로 라미네이트를 하는 것. 하지만 길어지는 치아를 길게 느껴지지 않도록 치아의 형태를 조정하여 착시현상을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진단 왁스업의 과정과 임시치아를 통해 치아의 형태, 웃을 때의 모습, 잇몸형태 등을 모두 고려한 후 새롭게 라미네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고생은 했지만 진료를 받는 동안 환자분의 마음이 많이 회복되시고 웃음이 늘어났습니다. 마지막 치료 후에 좋아서 어떻게 표현할지 잘 몰라 하시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한달이 지나 검사를 받기 위해 내원하셨는데, 잘 지내셨습니다. 옷도 화사해지고, 표정도 밝아지고... 6개월 후 정기검진 때 또 어떤 웃음으로 치과에 오실 지 기다려집니다.

아랫니의 경우 잇몸퇴축이 상당히 심한 치아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잇몸이식수술을 해서 단단한 잇몸으로 치아를 보호하도록 해야 합니다. 아직은 잇몸이식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치료를 받지 않으셨지만 다음에는 기쁜 마음으로 잇몸이식수술을 받고 더 건강하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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