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가을 30대 후반의 여자환자분이 앞니를 다시 하고 싶다며 치과에 오셨습니다. 대학 다닐 때 덧니를 해결하기 위해 치과에 갔더니, 안쪽으로 들어간 치아를 삭제하여 크라운을 씌워서 가지런하게 하자고 해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났는데, 이젠 그 치아들이 보기도 싫고, 말하거나 노래를 할 때 자꾸 방해가 되어서 해결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치아를 다물어도 앞니 사이에 공간이 생기는 개방교합이었습니다. 두 번째 앞니가 안쪽으로 나와 있어서 그 치아를 삭제하고 앞니와 비슷한 길이와 위치로 크라운을 만들어서 씌워져 있었지요.

원래 치아의 위치 때문에 아주 두껍게 되어 있어서 제가 보기에도 발음이나 여러 가지로 불편했으리라 짐작되었습니다.
개방교합을 가리기 위해 두 번째 앞니를 좀 길게 했는데, 그것 때문에 개방교합은 조금 가리워졌지만 앞니보다 더 길게 보여서 웃을 때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웃는 모습을 보면 윗니의 위치가 기능적이지도 않고 심미적이지도 않습니다. 뭔가 어색해 보이지요. 옆에서 봤을 때도 입이 조금 나와 보입니다. 가족들이 약간씩 아래턱이 긴 성향도 있습니다. 평소에 입을 편하게 다물지 못하고 입이 나와 보여서 사람들이 화났냐고 물을 때가 많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 앞니만 다시 크라운을 씌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전체적인 기능과 심미를 함께 해결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환자분께 교정치료가 필요함을 설명드렸습니다. 환자분은 흔쾌히 동의하시고, 본인이 그동안 갖고 있었던 '마음의 원함'을 해결하는 일에 함께 노력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크라운을 제거하여 교정치료 동안 사용할 임시치아를 만들고 교정치료를 시작했습니다. 2년여 동안 교정치료를 진행했습니다.

교정치료 후의 모습입니다. 두 번째 앞니는 교정 후에 임시치아를 제거하고 올세라믹 크라운으로 씌웠습니다. 사진이 조금 흐리지만 웃을 때의 스마일라인도 아주 좋아졌습니다. 옆모습에서도 입이 들어가면서 라인이 좋아지고 뚱~ 하던 느낌이 사라졌습니다.

사실 이 환자의 경우는 윗니 송곳니가 조금 작아서 치아사이즈의 비율이 맞지 않아 발치한 작은 어금니 사이로 아주 작은 공간이 남아있었습니다. 하지만 치아사이즈 때문에 불편하지 않으면 그냥 두고 지내기로 하고 모든 치료를 마쳤습니다.

7년이 지나고 환자분이 다시 치과에 내원하였습니다. 이유는 조카의 교정치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세라믹 크라운 옆으로 빈공간이 생겨서 동네 치과를 갔더니 빼고 임플란트를 해야 할 지 모른다고 해서 치료받았으면 좋겠다고 하셨습니다.

조카의 교정이야 뭐 별 문제 없고, 무엇보다 교정치료 7년 뒤의 모습이 궁금했습니다. 동네 치과에서 발치하고 임플란트를 식립할지 모르겠다고 했다니 그 이유가 더 궁금해졌습니다. 환자분은 늦둥이를 낳고 키우느라 치과도 제대로 안가고 유지장치는 전혀 끼우지도 않았고, 한 번도 스케일링을 하지 않아 상태가 나쁠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치석이 많을 뿐 치아도 거의 움직임이 없이 교정직후보다 더 좋은 교합관계를 이루고 있었습니다.송곳니의 크기가 작아서 생겼던 작은 어금니와 사이의 틈도 모두 없어지고 아주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네 치과에서 빼자고 했던 작은 앞니를 살폈더니,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단지 앞니와의 사이에 빈틈이 있었을 뿐인데, 이것은 교합이 안정되면서 송곳니의 크기가 작았던 부분이 송곳니와 작은 어금니 사이의 공간이 없어지면서 이곳에 틈이 만들어졌을 뿐이었지요. 임플란트는 할 필요도 없고, 그냥 스케일링으로 구강관리만 잘하면 충분했습니다.

스마일라인은 물론 옆모습의 라인도 여전히 좋았습니다. 이제 앞니의 틈을 없애면 됩니다. 과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했습니다.

투명장치를 써서 공간을 없애도 되지만 위 앞니와 아래 앞니 사이의 공간이 적어서 그렇게 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공간을 없앨 수는 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치아가 기능을 하면서 다시 공간이 생길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방법은 현재의 세라믹 크라운을 다시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정면에서 볼 때 반대쪽 치아와 크기가 많이 차이가 나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리고 7년 동안 너무 예쁘게 잘 자리잡고 있는 세라믹 크라운을 계속 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최소한의 삭제로 오른쪽 앞니를 라미네이트로 치료하기로 했습니다.

치아를 삭제하였습니다. 색을 정한 후 최종 라미네이트를 만들었습니다. 7년 전 세라믹 크라운을 만들어 주셨던 세라미스트 김성욱 소장님께서 이번에도 고생해 주셨습니다.

앞으로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하고 구강관리를 잘하면 특별한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라 판단되지만 늘 그렇듯이 입안은 쉬지 않고 먹고 말하고 기능하고 외부의 세균을 가장 많이 접하는 곳이라 함부로 장담할 수는 없지요. 환자분 스스로의 관리에 미래가 달려있습니다. 이 환자분의 또 다른 7년 후가 기대됩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