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아름다움 이상의 자연스러움
[임상에세이] 아름다움 이상의 자연스러움
  • 장원건 원장
  • 승인 2011.07.06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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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건(마일스톤즈치과 원장)
앞니를 치료하기 위해 올세라믹 크라운을 하는 것이 당연한 듯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10년 전 제가 존경하는 보철전문의 선배님의 말씀은 “나는 올세라믹을 믿을 수 없다”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올세라믹을 즐겨 사용했던 저는 선배님의 말씀에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보철전문의 사이에도 이견이 있지만, 최근에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 이견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치과의사가 보는 심미적 안목보다 환자의 안목이 뛰어날 때 의사는 당황하게 됩니다. 아래의 경우가 그런 경우입니다.

대구에서 40대의 여자환자분이 올라오셨습니다. 내원 이유는 앞니가 자연스럽지 않아 다시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너무 어색한 올세라믹 크라운이었습니다. 속으로 하신 지가 꽤 오래되었구나 생각했지요. 환자분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앞니 올세라믹 크라운은 한 지가 얼마나 되었나요?”

환자의 대답은 예상밖이었습니다. “2주 되었습니다.” 2주밖에 되지 않은 치아를 다시 하다니...환자분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예전에 했던 보철물은 당시 서울에서도 유명했던 미국에서 보철을 전공한 선생님이 하신 작품이었는데 만족스러웠다고 합니다.

10년이 넘어 치아에 조금 문제가 생겨 다시 하게 되었는데, 지금처럼 되어 너무 속상했다고 합니다. 치료하신 선생님께 자연스러운 세라믹 크라운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선생님께서 본인이 뭘 원하는지도 이해하지 못하시더랍니다. 결국 치료하신 선생님과는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포기하고 서울로 오셨답니다.  

저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재미있는 증례라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도 만족을 시켜드리지 못하면 어쩌지? 하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치아를 보니 몇가지 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었습니다.
1. 앞니가 붙어 있고 그 연결이 자연스럽지 않다.
2. 색이 너무 일정해서 자연치아와 같지 않다.
3. 자연치아와 비교하여 투명도가 많이 떨어진다.
4. 자연치아와 같은 질감이 부족하다.

최종치아의 형태를 왁스로 작업한 후에 그와 같은 임시치아를 만들어서 환자분에게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환자분은 치아가 약간 긴 듯하지만 대체적으로 만족하셨습니다.

올세라믹 크라운을 제작하였습니다. 정말 자연스럽게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이 환자분의 주변치아와 동일하게 질감과 색의 변화 등을 주어서 만들었는데, 환자분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보다는 조금은 덜 자연스러워도 예쁘면 좋겠다고 하시더군요.

처음 만든 치아의 형태를 제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했지만 제 치아가 아니라 환자분의 치아였기에 질감을 조금 줄여서 느낌이 덜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새로운 치아입니다. 앞서 만든 작품보다 질감이 줄어들고 색의 변화가 줄어들어서 무난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환자분은 아주 즐거워하셨고 만족해 하셨습니다. 몇 개월 후 다시 검사하였는데 잇몸의 반응도 좋고 아주 좋았습니다.

심미적인 치료. 환자의 눈높이가 높아질수록 의사의 눈높이는 더 높아져야 하는 것은 치과의사의 숙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자연스러움에 가까와질수록 속에서 올라오는 만족함이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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