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치과에서 받은 상처는 이제 잊고…
[임상에세이] 치과에서 받은 상처는 이제 잊고…
  • 장원건 원장
  • 승인 2011.08.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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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건(마일스톤즈치과 원장)
남자 대학생이 치과에 왔습니다. 너무나 공손하게 90도로 인사를 하는데 ‘혹시 내가 아는 학생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처음 만나 이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는 예의 바른 모습에 인상이 많이 남았습니다. 이 학생의 내원 이유는 “임시치아로 되어 있는 앞니를 치료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환자의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몇 년 전 앞니가 많이 비뚤어져서(왼쪽 아래 어금니도 오래전에 발치되어 있어서 그 뒤 어금니들이 많이 쓰려져 있는 상태) 치과에 치료하러 갔다고 합니다. 상담 후에 교정치료를 통해 치아를 가지런하게 하거나 비뚤어진 앞니 두 개를 발치하고 보철치료를 하는 것 중 한 가지 방법을 결정하기로 했는데 본인은 교정치료 말고 보철 치료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발치 후에 보철로 크라운을 씌웠습니다. 하지만 발치 후에 잇몸뼈가 많이 내려가 움푹 패여서 잇몸이 많이 꺼져 보이는데다가 기대했던 것과 달리 앞니를 보철로 치료한 것도 심미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런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인공뼈 이식을 하면 된다고 이야기해서 두 번에 걸쳐 인공뼈 이식을 했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답니다. 그래서 환자분이 발치 후 보철치료를 하고 인공뼈 이식을 하면 100% 만족스럽게 된다고 했는데 결과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이야기하자 수술을 했던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뼈이식을 한다고 뼈가 그대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흡수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답니다.

환자는 ‘뼈이식까지 하면 완벽하게 된다고 했는데 왜 이제 와서 안된다고 하느냐.’고 하고 의사 선생님은 ‘내가 언제 완벽하게 된다고 했느냐.’고 하고... 결국 관계가 불편해지고 치료를 그만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만히 환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뼈이식으로 성공을 장담했던 분은 의사 선생님이 아니라 그 치과의 상담실장이었습니다. 교정을 하거나 발치 후에 보철을 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결정한 것도 상담실장이었고, 뼈이식에 대한 이야기 역시 모두 상담실장과 이야기하면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치과의사 선생님은 상담실장과 환자 사이에 결정된 치료계획에 따라 치료만 했다는 것이지요. 환자분은 발치를 할 때에야 치과의사 선생님 얼굴을 봤다고 합니다.

결국 환자나 치과의사 선생님이나 모두 주장이 틀린 것은 없었습니다. 환자는 상담실장의 이야기를 통해 성공할 것이라고 믿고 치료를 시작했던 것이고, 의사 선생님은 한번도 환자에게 뼈이식을 하면 완벽하게 된다고 말한 적이 없이 단지 정해진 치료계획대로 수술만 했던 것이지요.

그렇다고 상담실장이 잘못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최근 많은 치과들이 성형외과처럼 상담실장들이 치료계획을 세워주고 그 계획에 따라 의사가 치료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환자들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치료비용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과 그에 맞는 치료계획을 세우는 일’입니다.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진단에 따라 치료계획을 세워 좋은 치료결과를 갖도록 하는 일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습니다. 의사들이 평생을 쉬지 않고 계속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일을 잘하기 위함입니다. 명의(名醫)를 찾는 것도 바로 올바른 진단으로 가장 좋은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한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현재 의료시스템이 여러 이유로 인해 상담실장이 진단과 치료계획을 세우는 세상이 되었는지는 몰라도 그것과 상관없이 진단은 치과의사가 하고 그 진단에 따라 치료계획이 결정되어야 합니다. 치과의사가 그렇게 해도 사람인지라 모든 경우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는데 하물며 진단을 의사가 하지 않고 어떻게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구강검사를 해 보았습니다. 왼쪽 앞니 두 개가 발치되어 있었고 현재 앞니에 임시치아가 씌워져 있었습니다.

이 대학생의 경우, 교정치료와 보철치료의 두 가능성이 있을 때 각 치료의 장단점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주고 환자가 잘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 지금의 경우는 100% 교정치료를 해야 합니다. 앞니 두 개가 얼마나 비뚤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왼쪽 송곳니의 위치를 보면 앞니 두 개를 발치한 후에 보철치료가 심미적으로 좋지 않을 것은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수십 년을 멋지게 살아야 할 대학생에게 심미적이지 않은 보철치료는 선물이 아니라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환자가 비용이나 시간이나 치료하는 동안의 불편함을 이유로 보철치료를 하려고 해도 정말 이 환자에게 필요하다면 필요한 치료를 하도록 권해야 합니다. 오랜 기간이 지나도록 행복할 수 있는 건강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얼마전 친한 선배와 통화를 했습니다. 선배, “원건아, 교정환자를 보다 보면 환자가 치아를 맞물렸을 때 턱관절이 중심위(Centric Occlsuion)에 있는 것과 습관적으로 맞물리는 것(Maximum intercuspation)에 차이가 큰 경우가 있는 데 그럴 때는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맞는 거니?” 원건, “당연히 중심위 (CR)와의 차이가 크다면 중심위에 턱관절을 위치시키고 치료하는 것이 맞지요. 당연한 거잖아요.”

선배, “그렇지, 당연한 건데... 교정책을 보거나 다른 교정의사들이 치료하는 걸 보면 중심위와 상관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맞물리는 상태로 교정치료를 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보철에서는 중심위에 맞추어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교정치료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여서 말이지.”

원건,“사실 교정치료에서도 중심위에 맞추고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지요. 예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언급한 논문이나 글들이 있었고 이와 관련된 증례보고도 많았거든요. Dr. Roth가 1973년에 이에 대한 논문을 쓰고 1981년도에 시리즈로 논문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교정의사들이 Dr. Roth에게 배우고 따랐잖아요.” 선배, “그렇다고 Dr. Roth 가 모든 치료를 그렇게 끝낼 수는 없었잖니?”

원건, “물론이지요. 그러니까 당시에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최선을 다했고, 지금은 교정용 미니스크류를 흔하게 사용하니까 그것을 이용해서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지요. 기본적으로는 스플린트를 사용해서 턱관절의 위치를 안정화시킨 후에, 그 상태에서 계속 턱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치료를 해야 하지요. 경우에 따라서는 스플린트 없이 교정치료를 바로 해도 같은 효과가 결과를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진단이 제일 중요한 거에요.” 선배, “진단이야 쉽잖아.”

원건, “형, 진단이 쉽다는 말에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우리가 그동안 배운 교정에서의 진단은 발치를 하고 할까 발치를 안하고 할까? 를 결정하고 안모개선을 위해 입을 많이 안으로 넣을까 아니면 덜 넣을까를 정하는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진단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일반 치료할 때도 마찬가지죠. 왜 치아가 아픈지, 왜 턱관절이 불편하고 근육통이 있는지 원인에 대한 진단은 없이 단순히 증상을 없애기 위해 진단을 하고 그래서 신경치료하고 발치하고 스플린트 끼우고 하잖아요. 그건 진단이라고 할 수 없지요.”

원건, “진단이란 현재 환자의 상태가 어떤지를 정확히 알고 그래서 발치와 비발치, 안모개선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한 사실을 아는 것에서 시작해서 이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어떤 방법으로 치료를 해서 어떻게 치료를 끝낼 것인가까지를 이해하고 해 나갈 수 있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것이지요. 일반 치료에서도 원인에 따라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가능한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고 그에 맞게 어떤 치료과정을 거칠 것인지를 생각해야지요. 진단을 하겠다는 것은 그 진단에 따라 치료를 해서 완치가 되기를 원하는 것인데 진단을 하고 치료할 방법을 모른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선배, “듣고 보니 정말 그러네.”

원건, “우리가 그렇게 진단과 치료계획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은 그것이 서로 다른 영역이 아니라 동일한 하나의 이야기인 거예요. 환자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그것을 가장 적절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치료방법을 세워 치료해 나가는 것. 결과를 예측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그 끝이 언제나 좋은 것이지요.”

그렇습니다. 치과 치료에서 진단과 치료계획은 너무나 중요한 것입니다. 환자의 상태는 뼈 이식을 하고 임플란트를 심어서 치료하기에는 비용과 기간이 너무 많이 들고 심미적으로 얼마나 좋을지 장담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에게 보철치료를 통해 가능한 잘 해결하자고 했습니다.

“환자분이 중년이 되었을 때 치의학이 더 발전해서 100% 쉽게 뼈를 만들어내고 임플란트를 식립할 수 있게 되어 완벽한 심미와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면 그때 그렇게 다시 치료를 하고 지금은 그동안의 치료를 통해 얻은 상처를 빨리 잊고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했습니다. 환자분은 충분히 제 이야기에 동의했습니다.

단지 제 아쉬움은 왼쪽 윗니 송곳니였습니다. 치아의 위치가 너무 나빠서 그 높이라도 주변치아에 맞게 해결하면 더 좋을 텐데 생각되었습니다. 어차피 잇몸뼈가 없는 부분은 잇몸색 도자기로 해결할 것이지만 치아의 위치가 제자리에만 있으면 웃을 때 훨씬 자연스러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윗니에 부분교정치료를 통해 송곳니의 위치를 바꾸었습니다.

6개월여 간 교정치료를 하면서 송곳니의 위치가 거의 제자리에까지 왔습니다.

최종 보철물은 어떻게 될지, 잇몸뼈는 얼마나 부족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왁스업을 통해 확인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임시치아를 일단 만들어서 바뀐 치아의 위치를 유지시켰습니다.

최종 보철물을 그대로 만들기에는 아쉬움이 있어서 잇몸이 조금이라도 덜 꺼져보이도록 하기 위해 인공뼈를 이식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최종 보철물(지르코니아 브릿지)이 완성되었습니다.

환자분은 더할 나위없이 행복해하시고 저도 기뻤습니다. 어쩔 수 없이 앞니가 다소 길어질 수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이 젊은이가 치과치료에 대한 상처를 잊고 이제는 자신 있게 자기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저를 기쁘게 하였습니다.

제가 자신의 증례를 제 홈페이지에 올리겠다고 하고 다른 치과의사 선생님들께도 강의를 했다고 하니 환자분은 제게 ‘고맙습니다’라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강의에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어서 사실 제가 더 고마운데 이 환자는 자신의 치료가 다른 선생님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 더 감사한 듯했습니다. 처음에 90도로 꾸벅 인사하던 그 모습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이제 이 청년은 자신의 미래를 향해 열심히 살아갈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하든지 자신의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이 행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이 분을 통해 배우고, 이 분이 저를 통해 배웠듯이 말입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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