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이제는 빠져나오고 싶어”
[임상에세이] “이제는 빠져나오고 싶어”
  • 장원건 원장
  • 승인 2011.08.25 11: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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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건(마일스톤즈치과 원장)
어느 날 인터넷 상담란에 “정독 부탁드립니다”라는 심각한 제목의 질문이 올라왔습니다. 과거에 여러 치료를 받았지만 턱관절 장애가 심해지고, 그로 인해 아픔이나 불편함 이상으로 집중력과 인지능력도 떨어지는 것 같고... 7년을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지냈다고 하면서 이제는 빠져나오고 싶다는 것이 요지였습니다.

비공개 글이지만 아래에 그대로 옮겨 놓겠습니다. 질문했던 S군도 이해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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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독 부탁드립니다.

과거 동네 치과에서 브릿지 시술과 보존적인 시술을 받은 이후 교합과 턱관절에 문제가 생기고 잇몸주변이 붓고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다 여러 치과를 전전하며 교합을 맞추기 위해 생니를 갈기도 하고 통증에 대해선 신경치료도 여러번 받아봤지만 소용이 없었고 더구나 이로 인해 갑자기 찾아온 인지능력 저하로 학업까지 포기하고 원인을 찾으려 의과대학병원까지 가봤지만 별다른 원인은 찾지 못했습니다 정신과까지 가봤지만 상당한 지능저하를 보인다는 소견 외에는 역시 특별한 진단을 받지 못했고요.

심지어 치과대학병원에 가서 스프린트 치료를 받자고 해서 받았지만 개방교합으로 상태만 악화되고 대학병원은 나 몰라라 모르쇠로 일관하며 법으로 하라는 일방적인 태도로 절망감과 우울증으로 7년이 넘는 세월을 방구석에 처박혀 살던 환자입니다.

7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병원에 다니며 적극적으로 더 치료할 수 있었지만, 일도 하지 않는 제가 부모님에게 손 벌리는 게 미안해 차마 그러지도 못했고 병원에 대한 두려움, 의사들의 대한 불신, 그리고 인지적 장애로 하고 싶은 말은 전부 전달하지 못하고 엉뚱한 결과만을 안고 오는 것이 두려움과 무서움 그리고 병원만 가면 두근거리는 가슴 때문에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습니다.

이제는 빠져나오고 싶습니다. 부모님이 속상해 하시는 것도 더 이상 보기 싫고요. 그동안 제가 인터넷으로 알아봤는데 제 증상이 ors(교합관련증후군)으로 인해 턱관절까지 찾아온 상태로 저와 비슷한 증상을 가진 분들이 같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걸 알았고 그러던 와중에 마일스톤즈라는 치과를 발견하고 치과에 대해 알아보던 중 선생님이 환자를 상담하는 태도와 세심한 진료에 감동받았습니다.

선생님보다 기술적으로 잘하시는 분은 있겠지만 "심의" 환자를 긍휼이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의사는별로 없다는 생각에 선생님이야말로 제 병을 고쳐주실 거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마음 다잡고 치료를 받고자 하는데 가기 전에 몇 가지 여쭐 게 있습니다.

현재 상태가 복잡한 치료이기 때문에 인터넷 상에서 자세한 상담이 어렵다는 것은 알고 있고 다만 치과를 가기 전에 기본적인 비용과 정보만이라도 알고 찾아가고자 하니 이해해주시고 제가 원하는 것에 대해 여기 치과에서 들어줄 수 있는 것만 답변 좀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많은 질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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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질문을 읽는 순간, ‘진료를 하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습니다. 괜히 사방 병원을 다니면서 고생하고 누구도 해결하지 못한 환자인데 아무리 치료에 자신이 있다고 해도 직접 보지 않은 상태에서 글만으로 봐서는 치료를 안 하는 것이 제게 더 편할 것 같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그냥 대학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으라는 말에 S군은 실망을 했고, 그 실망감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치과에 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S군은 정말 예약을 하고 치과에 왔습니다.

S군의 말처럼 정말 치아의 맞물림(교합)이 너무 좋지 않았고, 개방교합으로 어금니의 계속되는 부딪힘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과거에 스플린트를 사용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턱관절의 위치는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턱관절의 형태 역시 괜찮아 보였습니다.

S군의 지금까지의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1. 고등학교 때 발치된 왼쪽 아래 어금니를 수복하기 위해 동네 치과에서 브릿지라고 하는 보철치료를 하고 아말감으로 충치치를 하였는데 이때부터 불편함이 시작되었습니다. 치아의 맞물림이 이상하고 턱관절에도 문제가 생겼답니다. 여러 곳의 치과를 다녀봤지만 교합을 맞춘다는 이유로 여기저기 치아를 삭제하여 맞물림은 더 이상해지고 치아의 통증으로 인해 신경치료를 여러 번 받았지만 여전히 아팠다고 합니다.

2. 문제는 그 이후에 생긴 집중력의 저하와 인지능력 저하였습니다. 이것이 치과 치료 때문인지는 객관적으로 말할 수 없지만 S군의 그렇게 느끼고 있었습니다.

3. 대학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받고 정신과까지 갔었는데 특별하게 발견된 것은 없고 지능저하가 관찰된다고 하였답니다.

4. 치과대학병원에서 스플린트 치료를 받았지만 개방교합이 되면서 교합관계는 더 악화되고 이후 병원과 관계가 나빠지면서 우울증으로 지난 7년을 보냈다고 합니다.

과연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환자에게 어떤 치과의사가 진료를 하고 싶겠습니까? 더구나 환자가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대학병원의 교수도 아니고 저처럼 개인치과에서 진료하는 치과의사가 말입니다. 검사를 하고 상담을 하는데 생각했던 것만큼 현재의 상태는 심각하지만 잘 치료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S군도 직접 만나보니 순수하고 좋은 성품의 청년이었습니다.

현재의 문제가 과연 과거의 치과치료가 원인이 되었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영향을 준 건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골격적으로 개방교합의 경향이 있고, 턱관절의 위치가 안정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적응된 채 지내다가 치과치료를 하면서 그 경향이 드러나고 그로 인해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지난 7년 동안 몸과 마음 고생을 하면서 힘들었던 S군은 “이제는 빠져나오고 싶습니다”라는 말로 그 절박함을 표현했습니다. 검사를 하고 나서, 치료를 하지 말까? 했던 제 마음은 다 사라지고 앞으로 이 청년이 건강해지도록 치료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까?’하는 생각이 제 마음에 가득했습니다.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이제라도 전체적인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가며 그동안 힘들었던 것은 다 잊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넷상에서 질문을 하는 S군을 보면 이미 치과상식은 치과의사 이상의 수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고생 때문인지 이제는 다 낫고 꼭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곧 S군의 치료가 시작됩니다. 지난 주 진단한 내용을 가지고 어떻게 치료할지에 대해 상담하고 비슷한 경우로 치료된 다른 환자들의 예를 보여주었을 때 그 좋아하는 눈빛과 표정을 저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S군도 다른 환자들처럼 잘 치료될 것입니다. 앞으로 S군은 1년 반 정도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제 생각으로는 앞으로 6-8개월 정도가 지나면 교합도 안정되고 턱관절 장애나 여러 불편함이 거의 사라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S군의 건강해 질 모습이 기대가 됩니다. 시간이 지나 정말 이 청년이 그렇게도 바라는 치과의사가 되어 좋은 진료를 평생 동안 하며 섬기는 귀한 선생님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되면 치과의사로서 저는 하나님 앞에 가서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S군의 증상이 없어지는 날, 다시 이곳에 S군의 치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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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 2022-09-11 02:39:04
이 분 어떻게 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