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치아 한 개만을 치료할 때라도…
[임상에세이] 치아 한 개만을 치료할 때라도…
  • 장원건 원장
  • 승인 2011.10.08 13: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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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건 원장(마일스톤즈치과)
늘 그렇지는 않지만 한 개의 치아만을 씌울 때도 원칙은 지켜져야 합니다. 20대 초반의 여대생이 치아가 너무 아프다고 거의 울면서 치과에 왔습니다. 치아가 너무 아파서 학교와 가까운 치과에 내원하였고 이미 치료를 여러 번 받았는데도 계속 아파서 견딜수가 없다고 합니다. 

구강검사를 했습니다. 치아는 비교적 고르고 안정된 상태였습니다. 현재 아픈 왼쪽 아랫니 제일 끝 어금니에 신경치과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치아뿌리에 염증은 관찰되지 않았지만 치수염으로 신경치료를 시작한 듯 보였습니다.

엑스레이를 찍어서 신경치료가 진행되는 상황을 봤는데 치료는 잘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치료받는 치아 뒤에 매복된 사랑니가 있어서 사랑니 때문에 아플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했지만, 사랑니는 원인이 아닌 듯했습니다.

아무튼 이미 세 번이나 신경치료를 받고 있었는데도 환자의 증상은 나아지지 않고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계속 아파서 잠시도 견딜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진통소염제로 버티려고 하는데도 효과를 얻지 못하고 있으니 더 힘들었겠지요. 치료받는 치과에서는 아직 염증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랑니를 발치하고 아픔이 해결된 학교 선배의 소개로 저희 치과에 오게 되었답니다. 사랑니는 원인이 아닌 듯하다고 이야기하니 무척 실망하는 눈치였습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 환자분은 언제까지 신경치료를 받아야 아픔이 사라질까요?

어느 날 갑자기 제일 끝에 있는 어금니가 저리듯 아파지는 경우는 꽤 많습니다. 전에는 한번도 그런 경험이 없었는데 음식을 먹다가 혹은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치아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치통이 생기는 것이지요. 치통처럼 참기 어려운 것도 세상에 없을 겁니다.

12년 전 저도 오른쪽 제일 끝 윗 어금니에 동일한 통증이 있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고 진통제를 먹었지만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나야 겨우 진정이 되었고 주기적으로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참고 참다가 선배의 치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때 선배의 말은 “아무래도 치수염이 생긴 것 같으니 신경치료를 해야겠다”였습니다. 그리고 신경치료를 했습니다. 신경치료를 받는 중에도 계속 아팠지만 다행히 증상은 조금씩 사라졌고 신경치료 후에는 모든 증상이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그 아픔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전과 똑같은 증상이었습니다. 도대체 신경치료까지 받았는데...이미 치아는 죽어서 아무런 감각이 없어야 하는데...왜 아플까? 치과의사인 저로서도 잘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하긴 치료를 했던 제 선배도 이해하지 못했으니까요.

막연히 제 치아가 기능적인 교합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일 수 있을 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제 치아의 교정치료를 시작했습니다. 제 계획에 따라 저희 치과의 치위생사 선생님들이 철사를 바꿔주고 고무줄도 끼워주고...교정 치료 후에 치아는 더 이상 아프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덤으로 그동안 있었던 편두통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너무나 힘들었던 그 치아는 결국 작년에 발치를 하고 말았습니다. 제가 더 일찍 문제의 원인을 알았다면 지금도 저와 함께 지낼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도 그 치아는 제 품을 떠났습니다. 참 미안했습니다. 제가 치과보철학을 다시 전공하고 나서 이제는 알게 되었습니다. 왜 신경치료까지 받았던 치아가 아팠는지를 말입니다. 본의 아니게 교정과 보철 모두를 공부하게 된 결과는 제게 돈보다 제 아픔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치료하면 되는지를 알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이 참 즐겁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신경치료를 받고도 아팠던 이 여대생은 검사 후 저의 5분간 치료로 통증이 깨끗이 사라졌습니다. 마치 기적처럼 말입니다. 지금과 같은 통증은 저를 치료했던 제 선배의 진단처럼, 그리고 이 여대생을 치료하셨던 선생님의 진단처럼 치수염이 맞습니다. 그러나 치수염도 다시 되돌아올 수 있는 상태가 있고 되돌아오지 못해서 신경치료를 해야 할 상태가 있습니다. 이 사실을 구별해야 하고 그에 맞게 치료를 해야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치수염이라는 사실보다 “왜 치수염이 생겼는가?”를 이해하는 것입니다. 치수염을 일으킨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치수염 자체를 해결하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야 가역적인 치수염은 원인이 제거된 후에 아무런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자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굳이 살릴 수 있는 치아를 죽음으로 이끌 필요가 없는 것이지요.

이 여대생의 경우는 턱이 움직일 때 가장 끝 어금니가 계속 부딪혀서 치아를 쉬지 못하고 계속 힘들게 한 것이 치수염의 원인이었습니다. 어금니는 식사를 할 때 저작기능을 하는 동안을 제외하고는 턱이 움직일 때 부딪히지 않는 것이 좋은데 그동안 음식을 먹을 때 뿐 아니라 말하거나 침을 삼키는 등의 일반기능을 할 때도 계속 부딪히고 있었으니 많이 힘들었을 겁니다. 더구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학생이어서 이를 꽉 무는 습관 등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치아가 비정상적으로 부딪혀도 전혀 증상이 없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여대생도 얼마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어떤 사람은 비정상적인 치아의 맞물림에 참을 수 없는 아픔이 있고, 어떤 사람은 똑같이 치아가 맞물려도 전혀 증상이 없고...그렇기 때문에 똑같은 상황이라도 원인을 구별하는 진단이 중요하고 그것을 볼줄 아는 의사의 눈이 중요합니다. 같은 치료를 해도 누가 진료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다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좋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5분간의 치료로 통증을 없앨 수 있었던 것은 턱이 움직일 때 치아가 기능적으로 맞물리는 것을 관찰하면서 그것이 이 여대생에게는 문제가 되는 것임을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고, 비정상적으로 부딪히는 문제의 어금니가 더 이상 부딪히지 않도록 조정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별안간 사라진 통증으로 환자분은 기뻐했고, 이후 신경치료와 치아를 씌우는 일을 저희 치과에서 하고 싶어했습니다.

신경치료 후, 기능적으로 치아들이 맞물리고 움직이도록 임시치아를 제작했습니다. 그리고 사용해 보았습니다. 역시 아무런 증상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임시치아의 형태가 좀 둔해 보입니다. 당연히 환자의 구강내에서 일단 기능적인 상태가 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최종 금니를 만들 때는 환자의 턱운동을 재현하면서 제작할 것이므로 당연히 자연치아와 동일한 좋은 형태의 크라운이 만들어질 것입니다.

증상이 없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제 최종 금니를 만들면 됩니다. 보통 어금니 한 개의 금니를 씌울 때는 환자의 턱움직임을 정확히 재현하는 교합기를 잘 사용하지는 않지만, 지금과 같이 어금니의 부딪힘으로 증상이 있었던 경우는 크라운을 만들 때부터 환자의 턱관절의 경사와 턱이 움직일 때 치아가 어떻게 부딪히는지를 정확히 재현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쉽게 보이는 크라운 하나 때문에 생기는 턱관절 장애와 치아의 손상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교합기라는 환자의 얼굴에서의 치아의 위치를 재현하는 기구를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환자의 턱관절의 좌우 경사도를 찾았습니다. 오른쪽은 37도 정도, 왼쪽은 40도 정도 되는군요.


환자분의 턱운동에 맞게 크라운을 만들었습니다. 좌우로 움직일 때 부딪힘이 없는 것을 교합기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니를 만들었습니다. 금니 역시 교합기상에서 기능적으로 윗니와 맞물리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게 크라운의 형태와 치아가 맞닿는 위치를 정하게 됩니다.

아주 잘 만들어졌습니다. 그리고 환자분의 입에 장착되었습니다.

환자의 턱운동에 맞게 제작되었으므로 구강내에서도 똑같은 상태입니다. 이제 이 금니는 단순한 금덩어리에서 환자분과 함께 일평생 기능을 담당하는 환자의 한 몸이 되었습니다. 기능적인 교합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했으므로 금니는 자신의 주인인 환자분을 행복하게 해 줄 중요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금니 하나 만들기. 어떻게 생각하면 참 쉽습니다. 의사도 쉽게 생각하고 환자도 쉽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모두가 싼 금니만 찾고 싸게 해 주지 않으면 나쁜 의사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비록 치아 한 개를 대신하는 금니이지만 그 만드는 과정과 결과는 하늘과 땅만큼의 큰 차이를 보일 수 있습니다. 치과 치료가 얼마나 어려운지,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가야 하는지, 수고 이상의 얼마나 많은 지식과 진단과 과정이 필요한지, 그 결과에 따라 환자의 삶에 고통을 줄 수도 있고 행복을 줄 수도 있는지를 모두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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