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치대를 졸업하고 처음 치과의사를 시작하던 90년대 초만해도 임플란트 시술은 정말 걸음마 단계였습니다. 수업시간에 보여주는 교수님의 임플란트 치료를 봐도 좀 황당하기도 하고 전혀 심미적이지도 않아서 임플란트에 대한 생각은 하지 않고 다른 진료를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말 많은 연구와 임상을 통해 지금은 치과 치료에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에서 보철 수련을 받을 때, 졸업을 하기 위해 꼭 끝내야 하는 치료 종류별 케이스 숫자가 있습니다. 제가 있던 뉴욕치대 보철과의 경우 완전틀니말고 부분틀니의 경우 20개를 만들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수련기간 중에 20개의 틀니를 제작하는 것이 너무나 쉬운 일이었는데, 이제는 임플란트 치료가 많아지면서 틀니를 하는 경우가 자꾸만 줄어들어서 20개의 부분틀니를 만드는 것이 정말 힘들어졌을 정도입니다. 임플란트말고 부분틀니로 치료받는 환자가 생기면 '보석 같은 환자'라고 레지던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60대 여자 환자분이 치과에 오셨습니다. 이 분의 따님가족이 미국에서 같은 교회에 다녔는데, 제게 연락이 와서 장모님이 동네 치과에 가셨는데 부분틀니를 하면 된다고 했다면서 이왕 틀니를 할 거면 거리가 좀 멀어도 ‘장 집사님’한테 받는 것이 좋겠다면서 제게 치료를 부탁하셨습니다.
치아를 보니 윗니 왼쪽 두번째 작은어금니부터 치아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랫니는 모든 치아가 다 있었습니다.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제 생각에 치아가 불편해서 치과를 갔는데, 그곳 치과의사 선생님께서 검사를 하면서 특별히 문제가 없어 보이는데다가 왼쪽 윗니 어금니가 없어서 식사를 못하신다고 생각하고 틀니를 만들자고 이야기하셨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는 잘 진단해야 합니다. 왜 환자분이 불편해 했고 왜 치과에 갔을까요? 정말 왼쪽 윗니가 없어서 그것 때문에 식사를 못해서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지금 이분처럼 한쪽에만 치아가 없을 때는 누구나 치아가 있는 오른쪽으로 음식을 드십니다.
그러니 환자분이 불편함을 가지고 치과에 내원했다면 문제는 치아가 없는 부분이 아니라 치아가 있는 오른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지요. 결국 틀니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치아의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지금의 경우는 특별한 고민없이 틀니를 제작하면 정말 돈만 버리는 격이 됩니다. 불편함은 다른 곳에 있기 때문에 틀니를 해도 계속 불편하셨을 것이고, 혹 치아가 건강했더라도 한쪽으로만 치아가 없어서 틀니를 만들었기 때문에 거의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지요.
상황을 이해하신 환자분은 비용에 대한 걱정이 있었지만 일단 아픈 치아를 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진료때 오셔서 속이 시원하다며 하나도 안아프다고 말씀하셨지요. 사위분의 배려로 환자분은 발치한 곳과 치아가 없었던 곳에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지금은 틀니 없이 잘 지내시고 계십니다.
임플란트 수술 후 다 아문 상태입니다.
임시치아를 통해 음식드시는 것을 본 후, 최종 세라믹 크라운으로 치료를 마무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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