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의 공공성과 치과계 노력
의료의 공공성과 치과계 노력
  • 이경록
  • 승인 2013.08.23 11:24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경록 원장(애플치과)
‘의료는 장사가 아니다’라는 공공성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우리 의료계는 극단의 시장경쟁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은 잠시 논외로 하더라도 우리사회 보편의 극단적 약육강식의 투쟁에 대해서 심각한 우려가 생긴다.

망하거나 죽음을 강요하는 시장경쟁 상황

우리의 시장경쟁은 반드시 누군가 망하거나 죽어나가는 지경이 되어야만 합리적이고 적절하다고 믿는 것 같다. 판매자의 비굴함은 당연한 것이며 더 비굴할수록 더 칭송되고, 소비자는 무조건적인 ‘왕 대접’을 받아야만 마음이 편하고 적절하다 한다.

‘정당하고 대등한 거래’의 요구는 시대착오적 판단일 뿐이며 망해도 싼 무능일 뿐이다. 한순간 ‘왕’이었던 소비자들조차도 대개는 더 긴 시간을 비굴한 주체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참 아이러니다.

비굴함이 없는 삶이란 아주 극소수의 특권일 것이다. 말년을 맞이한 일제시대 친일파와 독재시대 어느 형사의 하소연. ‘단지 내게 주어진 시대에 최선을 다해 살아 왔는데, 나는 어느새 일제의 앞잡이로 낙인돼 있었다. 일제치하에 태어나 살아온 것이 나의 선택은 아니잖은가?’, ‘난 오로지 조국을 위해 사심을 버리고 임무를 다했을 뿐인데, 어느 순간 나는 독재의 앞잡이로 쫓기고 있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나름의 룰을 지키며 살다보니 어느 순간 패악의 죄인이 되어 있는 상황. 불합리한 구조 속에서 흔히 생기는 일들이다. 나치치하의 공무원은 모두 반인륜범죄의 방조범이 되어버리듯이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구성원들의 삶과 가치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게 된다.

치과계부터라도 바로잡아야

정당성의 기준 자체가 늘 변해간다는 점은 이를 예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친 사회를 만들지 않기 위한 패러다임의 비판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는 효율과 경쟁 이외의 다른 모든 가치를 버린 듯하다.

TV의 어느 유명 여강사가 인문학의 무용성을 시원하게 선언해버린 오늘날, 철학이나 인문학은 성공한 자의 취미 정도로, 전공은 부끄럽고 무능한 것이 되어 버렸다. 뼈대에 대한 논의가 없다. 뿌리를 알 수도 없고 내용도 모호한 변질된 가치들이 절대불변의 믿음이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미래의 어느 날, 그저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간 우리들을 가리켜 ‘물질의 얼빠진 노예들’이라는 평가를 내릴지도 모를 일이다. 정직하고 당당한 주장, 효율보다 정당성이 더 가치가 있는 사회를 당장 만들어내지는 못할지라도 이에 대한 논의는 계속 있어야 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치과의사들이 관철해내기에는 무리가 많겠지만 시야를 조금 좁혀서 직능단체 가운데 가장 후진적 구조를 가진 우리의 치과계라도 고치고 바로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나선 이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실어 주었으면 한다.

가급적 상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갑론을박 논의가 많아지는 것 자체를 막아서는 안 된다. 귀가 열린 당당한 자가 우리의 대표로 선출될 수 있고, 당당하게 일하고 당당하게 평가받는 구조가 형성되기를 바란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미니쉘 2013-08-23 12:58:56
글 잘 읽었습니다...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