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못 깎아준’ 앞니 치료
[임상에세이] ‘못 깎아준’ 앞니 치료
  • 장원건 자문위원
  • 승인 2013.12.26 15: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장원건 자문위원(마일스톤즈치과 원장)
넘어져서 앞니가 깨진 여대생이 찾아왔습니다. 한달 동안 깨진 앞니를 모 대학병원 보존과에서 신경치료를 다 마쳤는데, 원래 치아처럼 자연스럽게 치료받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앞니가 귀여운 정도로 약간 틀어져 있었고 그 중 왼쪽 앞니가 깨져 있었습니다. 이왕이면 임시치아라도 만들거나 치아색 재료로 떼우기라도 한 상태에서 신경치료를 했으면 보기에도 좋았을 텐데, 치아가 깨진 그대로여서 좀 안쓰러웠습니다. 물어보니, 치아색 재료로 떼웠는데 금방 탈락했다고 합니다.

신경치료는 잘 되어 있었고 이제 치아형태를 위해 기둥을 세우고 치아형태를 만든 후 도자기로 된 세라믹 크라운을 만들어서 원래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치료비용을 묻길래 앞니 세라믹 크라운 비용이 80만원, 치아색 기둥 비용이 30만원, 총 110만원이 들거라고 했더니, 치료비를 깎아주지 않느냐고 대뜸 그럽니다. 안 깎아준다고 했더니 다른 데는 다 깎아준다고 합니다. 치료는 잘 받고 싶지만 그냥 하면 뭔가 손해본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요즘 다들 치과들이 비용을 줄여주면서 치료하고 있어서 그러는 건지.

아무튼 치아는 잘 깎아서 만들어주겠지만, 왜 치료비를 줄일 수 없는지 설명하였습니다. 치과 치료에서 이렇게 보철치료를 하는 것은 그냥 치아를 삭제하고 본떠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심미적이고 자연스럽게 만들어기 위해 임시치아도 필요하며 여러번 만들어야 하고, 또 만들어진 치아가 깨지지 않고 오래 사용하기 위해서는 기능적으로 교합이 이루어지는지를 모두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특히 앞니를 자연스러운 나의 치아처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도자기 크라운과는 비교할 수 없게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도 많기 때문에 더더욱 비용을 줄일 수는 없지요. 그 말에 환자는 생각해보겠다며 그냥 치과를 나갔습니다.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는 줄 알았는데, 환자가 다시 치과에 왔습니다. 제 설명에 이해를 했는지 치료를 하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첫날은 치아색 재료인 컴포짓 레진으로 기둥과 함께 치아형태를 재현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치아형태를 제작할 때는 그냥 모양만 생각하고 만들면 절대 안됩니다. 그러면 이전에 치료할 때처럼 금방 깨지거나 탈락할 수 있습니다. 혹 탈락하지 않는다면 미세하게 작용하는 비기능적인 상태가 주변 근육을 힘들게 하거나 하악운동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윗니는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랫니와의 관계가 중요하고, 더 중요한 것은 턱이 움직일 때 아랫니와 윗니의 만나는 관계입니다. 그러므로 앞니를 수복할 때는 임시로 치료할 때부터 그 관계를 고려하여야 하며 그렇게 했을 때 오랫동안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요.

원래의 앞니가 약간 틀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임시로 치아형태를 떼운 것도 원래의 형태를 재현하였습니다. 다음 약속 때는 기능적인 상태로 더욱 재현된 임시치아를 만들어 끼울 것입니다. 

환자가 내원하기 전 임시치아 제작을 위해 치아형태를 왁스로 재현하고 그에 맞게 임시치아를 만들어둡니다. 환자가 내원하였고 치아삭제를 한 후 미리 준비된 임시치아를 접착하여 기능적으로 괜찮은지, 심미적으로 괜찮은지, 잇몸은 건강하게 아무는지 등을 확인하게 됩니다.

치아형태를 조금 바꾸었으면 해서 조금 바꾼 형태의 임시치아를 다시 만들어 접착하였습니다. 조금 더 가지런하게 하고 싶다고 해서 만들었는데, 정면에서 보면 오른쪽 치아가 더 돌아간 형태이기 때문에 약간 가지런하게 만들어진 왼쪽 앞니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원래 치아와 대칭되도록 최종 세라믹 크라운을 만들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치아색을 정한 뒤 인상을 채득하였고, 최종 세라믹 크라운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구강내에 장착하였습니다. 

입안에 들어간 치아를 보고 환자가 깜짝 놀라했습니다. "너무 제 치아랑 똑같아요." 당연하지요. 기능과 심미를 만족하기 위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갔는데요. 환자에게 제가 이야기했습니다. "왜 치료비를 안 깎아주는지 이제 이해하겠지요? 지금과 같은 앞니를 하는데, 마음 같아서는 치료비를 지금보다도 2배는 더 받아야 하는데. 덜 받는 걸 감사해야 해요."

환자는 이제 충분히 왜 비용이 그렇게 들어야 하는지 알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이해해주는 환자가 있어서 그래도 감사할 따름이지요. 무조건 비싸다고 좋은 건 아닙니다. 하지만 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데는 당연히 비싼 가치가 반영되어야 합니다.

앞니의 세라믹 크라운이 너무나 흔하게 제작되면서 너무 쉽게 생각하면서 치료를 합니다. 하지만 치과 치료는 늘 강조하듯 결코 쉬운 치료가 아닙니다. 고생해 본 분들은 제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실 겁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