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협상 앞두고 긴장감 팽팽
수가협상 앞두고 긴장감 팽팽
  • 안명휘 기자
  • 승인 2015.05.06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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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원가시스템 도입 … 진료비 목표관리제 도입 놓고 줄다리기 전망도

오는 1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8일부터 시작되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의약 6단체간 2016년도 수가협상을 앞두고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약사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협회 등 의료 공급자단체는 수가를 한푼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 건보공단은 인상률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다.   

올해는 건보공단의 누적흑자가 12조8000억원에 달하는 등 재정상황이 어느 해보다 여유가 있고 정부정책도 보장성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수가인상의 최적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올해 수가협상은 개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적용과 원가분석시스템 최초 도입 등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기 때문에 더욱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016년도 수가협상에서 달라진 점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 지난해 치협 수가협상단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협상시기의 변화 = 건보공단과 의료공급자 단체간 수가협상은 지난 2012년까지 매년 10월 1개월의 협상기간을 거쳐 이뤄졌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법이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조기체결토록 개정되면서 2013년부터 협상 마감시한이 5월로 앞당겨졌다. 

수가 협상이 결렬되면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6월 30일까지 다음해 요양기관별 수가를 결정하는데, 건정심은 공급자 입장보다는 건보공단 입장에서 수가를 조정하기 때문에 공급자에게는 불리하다는 불만도 높았다. 

공익 대표 , 가입자 대표, 의료공급자 대표로 구성된 건정심은 어떤 질병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해줄지를 정하는 요양급여 기준과 건강보험료율 등 국민 생활과 직결된 사항은 물론 의사수입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보험수가를 최종적으로 심의, 의결하는 건강보험 최고의결기구다.

보험수가를 결정하고 나면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받은 대가로 건강보험료를 얼마나 지급해야 할지를 정하는 보험료 인상률을 논의한다.

# 올해부터 원가분석 시스템 도입 = 그동안 의료서비스공급자들은 ‘원가를 반영한 수가협상’을 주장해 왔다. 원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낮은 수가 때문에 의료기관 등 공급자들이 경영난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을 반영해 건보공단은 지난해 하반기에 ‘원가분석 시스템’을 도입해 올해 수가협상에 적용할 예정이다. 올해 수가협상은 원가분석시스템에 각 의료기관별 경영지표 자료를 입력해 ‘의료기관별 원가’ 및 ‘적정 원가’를 산출하고 이를 근거로 협상을 진행하게 된다.

건보공단은 그러나 ‘경영지표자료’ 분석만으로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요양기관 평균자료를 분석, 경영상의 어려움이 저수가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공급자들의 무리한 경쟁, 과잉 투자 등으로 인한 것인지 분석한다는 계획이다.

# 건보공단 사상 최대 누적흑자 = 2014년도 건강보험 현금 포괄손익계산서에 따르면 건강보험은 지난해 4조796억원의 흑자와 약 12조원의 최대 누적적립금을 기록했다. 이를 두고 공급자단체와 가입자단체는 “누적된 재정을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서비스공급자들은 공단의 사상 최대 누적흑자가 ‘적정 수가’를 위해 투입돼야 한다는 입장이고, 가입자단체 측은 ‘보장성 강화’를 위해 자금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건보공단 성상철 이사장은 “지난해 건보재정 총 누적수지는 12조8000억원이지만 미 청구 진료비를 제외하면 7조9000억원으로 2개월치 진료비에 불과하다”며 “추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건보 재정의 적용인구 증가, 보험료 내는 인구 감소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 재정 운영을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어 건보재정이 공급자와 가입자들의 요구대로 쓰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진료비 목표관리제’ 놓고 신경전 벌일 듯 =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가장 많은 논란이 됐던 부분은 ‘진료비 목표관리제’였다. 진료비 목표관리제는 진료비 가격과 진료 량을 통합한 총량적 수가를 체결하는 수가결정 방식이다. 이 방식은 보험자와 공급자가 다음해 목표 진료비를 합의하고 이를 기준으로 그 이듬해에 환산지수를 결정하는 것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수가협상에서 진료비 목표관리제를 제안했지만 협상에 참여한 6개 단체 모두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진료비 목표관리제가 사실상 ‘총액계약제’로 가는 수순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보공단은 올해도 이 제도 도입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5일 통화에서 “지난해 건보재정이 12조원이 넘는 누적흑자를 기록했지만 고령화, 저출산 등 건보재정 부담인구의 변화와 보장성 강화 등의 문제를 고려하면 진료비 목표관리제의 도입은 불가피하다”며 “건보재정 문제에 대해 공감하는 의견이 늘어나고 있어 이번 수가협상 과정에서 제도 도입이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그땐 저랬는데?”  2011년도 10월에 진행된 2012년도 수가협상 상견계 자리에서 당시 병원협회장이었던 현 성상철 건보공단 이사장(왼쪽줄 앞쪽에서 3번째)의 모습도 눈에 띈다.

# 조직 수장의 변화 = 그런가운데 올해 수가협상은 비교적 원만히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수가협상의 한 축인 건보공단의 수장이 과거 병원계 수장을 맡았던 성상철 이사장이기 때문이다.

대한병원협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공급자입장’의 수가협상을 진행해 본 경험이 있는 성 이사장은 지난해 12월 취임사에서 “병원 경영수지 등에 대한 여러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수가협상을 진행해 보다 합리적으로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겠다”며 “보험자와 공급자 간 상생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수가협상이 최소한 공단측의 일방통행식 구도는 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어느 누구든 건보공단 이사장 자리에 가게 되면 공단의 장기 재정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성 이사장 역시 퍼주기식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한편에서는 성 이사장이 병원계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어려운 협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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