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약평위 구성에 건보공단 배제는 주객전도”
“심평원 약평위 구성에 건보공단 배제는 주객전도”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3.08.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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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단노조 “심평원·공급자 및 복지부 사이 카르텔 형성, 보험자인 공단 기능 약화” 비판 
감사원 “보험재정 효율적 관리 위해 보험정책은 복지부, 보험 운영은 건보공단” 권고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제9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위원 구성과 관련,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심평원이 제9기 약평위 위원 구성을 위한 절차를 시작했지만, 보험자인 건보공단의 참여 요청을 거절하고 추천기관에서 제외했다는 이유에서다.

4일 공단노조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최근 초고가 신약 증가에 따른 보험재정 관리 강화와 중증·희귀 질환 치료제 신속 등재 기반 마련을 이유로 제9기 약평위 위원 참여 의사를 밝혔으나 심평원이 이를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제약사와 직접 협상하는 당사자로서 공단이 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면 결정 내용의 공정성 및 객관성에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 심평원의 입장인 듯하다”며, “건강보험 재정관리를 책임지고 약가 협상을 통해 약제 급여 등재 최종단계 주체로서 의견을 제시하고자 하는 길을 막은 심평원은 공단이 보험자이고 자신들은 공단의 부담금으로 운영되는 요양급여비용의 심사 및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임을 망각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제9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위원 구성과 관련, 심평원과 건보공단 노조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건보노조는 “심평원·공급자 및 복지부 사이에 카르텔이 형성된 형국”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제9기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 위원 구성과 관련, 심평원과 건보공단 노조가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다. 건보노조는 “심평원·공급자 및 복지부 사이에 카르텔이 형성된 형국”이라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심평원, 요양급여비용 심사 및 적정성 평가업무 수행 기관 망각”  

성명은 이어 “복지부가 다른 위원회와 달리 약평위에 관한 모든 권한을 심평원에 부여해 약평위에서 약제에 대한 요양급여대상 여부와 상한금액의 결정과 조정 등 전문적인 평가를 하도록 한 것은 오판”이라며, “요양급여비용을 심사하고 급여 적정성을 평가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심평원을 설립하였지만, 실질적인 요양급여의 결정까지 심평원이 하도록 한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심평원 설립은) 2000년도 의료보험이 통합되면서 공단의 권한을 분산하기 위함이었지만, 지금은 보험자인 공단의 기능을 약화시키는 심평원, 공급자, 그리고 복지부의 카르텔이 형성된 형국”이라고 맹비난했다.

노조는 이와 같은 문제점이 2004년 감사원 감사에서도 지적된 바 있다고 상기시켰며, 정부의 전향적 자세 전환을 촉구했다. 감사원은 당시 건강보험 재정을 보험자인 공단이 관리하도록 규정했다. 지출 측면인 보험급여기준 등 급여비용의 결정을 복지부가 하도록 규정하여 보험재정의 수입과 지출을 연계함으로써 보험재정이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건보 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따라서 당시 감사원은 보험정책은 복지부가, 보험의 운영은 건보공단이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운영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감사원 지적, 윤석열 정부 재정 절감 방안과 정확히 일치”

노조는 “이런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단과 심평원의 기능을 통합 또는 조정해서 낭비를 줄이고 효율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두 기관의 역할이 제대로 정립되지 못하였기 때문에 행정적인 낭비가 발생하고 윤석열 정부 인수위 과정에서도 공단과 심평원의 기능 조정 방안이 검토되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두 기관간 각각의 기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는 앞서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된 보험재정 관리 약화 문제”라며, “보험재정을 관리하는 보험자(공단)가 가격결정 등 지출 분야의 관리기능을 강화하여 수입과 지출을 서로 연계시킴으로써 보험재정 관리의 효율성 제고 필요성을 권고한 감사원의 지적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 제고 방안’이라는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과도 정확히 일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정부, 건보재정 절감 대책 마른 수건 쥐어짜듯 하고 있어”

“건보 약제비 매년 20조 넘어 ... 국민 의료비 부담 정부가 해결해야”

공단 노조의 지적대로 건강보험 약제비는 실제로 매년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2021년 사상 첫 20조를 돌파하였고, 2022년에는 22조 9000억 원까지 그 규모가 커졌다. 증가율은 코로나 시기인 2020년(3.0%), 2021년(6.5%)을 제외하면 매년 8% 이상의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노조는 “현재 정부가 내세우는 건강보험의 핵심과제는 재정건전성 강화와 필수 의료 공백 해결”이라며, “이것은 약품비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고가의 신약은 건강보험 적용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하여 국민이 효능이 뛰어나나 너무 비싸서 사용하지 못했던, 혹은 엄청난 경제적 부담을 스스로 감당해야 했던 문제를 정부가 해결해야한다”고 주문했다.

노조는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MRI와 초음파 등의 급여기준 강화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가입자인 국민 입장에서 급여기준이 강화되면 의료 이용 횟수가 줄어들고 이용 횟수가 일정 이상이면 더 많은 본인부담금을 내야 하는데, 보험재정을 아끼기 위해서 국민들의 마른 수건을 쥐어짜는 듯한 일들을 현 정부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제, 경제성 평가단계부터 보험재정 고려해야”

“국민 돈 집행하는 공단은 제 역할도 못해보고 비난만 받아”

따라서 약제의 효과와 경제성을 먼저 평가하여 인정받은 약제에 대해 공단과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 대신, 해당 약제의 경제성 판단 기준에 보험재정의 현황을 반영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노조측 주장이다. 급여기준 강화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의료행위가 이제는 더 이상 보장이 안 되는 것처럼, 약품도 경제성 인정 기준을 좀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노조측 설명이다. 즉 평가단계에서부터 보험재정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공단 노조는 “이것이 공단에서 심평원측에 약평위 참여 필요성을 피력한 이유”라며, “그러나 현재와 같이 약평위가 건강보험 재정 관련 의견 개진을 원천 차단하여 제약사의 보호막 역할을 해버린다면 국민의 돈을 쓰는 공단은 제 역할을 한 번도 못해보고 비난만 받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공단 노조는 마지막으로 “건강보험 재정 관련하여 모든 책임은 보험자인 공단이 지는데, 돈 걱정 없이 자신들의 전문성만을 강조하는 심평원은 무슨 책임을 질 것인가? 돈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조용히 기준만 변경하고 말 것인가?”라며, “건보공단 노조는 미래에 닥쳐올 ‘건강보험 재정 위기’를 함께 극복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서로의 갈등을 야기할 이야기까지도 서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단 노조는 심평원의 설립 취지에 맞게 진료비 심사 및 요양급여의 적정성 평가 전문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공단과 심평원의 기능조정을 위해 복지부에 ‘기능조정협의체(복지부, 공단, 심평원 등)’를 구성하여 단계적인 조정방안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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