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강행으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면서 대신,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없을 정도의 살인적 노동강도에 시달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일선 의료기관의 응급실 운영상황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비상진료체계 하의 응급의료 상황을 보면, 이날 현재 전국 411개 응급실 중 406개 응급실이 24시간 운영 중이지만, 대목동병원, 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 등 일부 병원은 시간대별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급실 의료인력이 부족한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경기도 용인의 명주병원은 응급실 운영을 아예 중단했다. 이에따라 응급실 운영을 제한하거나 중단한 병원은 5곳으로 늘었다. 다만, 명주병원은 비수련병원으로 최근 응급의료 상황과 무관하게 병원 내부 사정으로 응급실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9월 20일 기준 응급실 내원 환자는 총 1만 4294명이다. 이는 평시 1만 7892명 대비 80% 수준이다. 이는 정부가 이달 13일부터 경증·비응급환자가 상급종합병원의 권역응급의료센터 등에서 진료했을 때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기존 50~60%에서 90%로 인상한데 따른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9월 20일 기준 응급실 내원환자 중 경증·비응급 환자는 5851명으로, 평시(8285명) 대비 7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대란으로 응급실 이용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이 응급실 방문을 꺼리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9월 20일 정오 기준 전체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180개소 중 27종 중증응급의료기관별 평균 진료 가능 기관 수는 102개소였다. 이는 9월 2주 주중 평균 102개소였던 것과 같은 수준으로, 평시 평균 109개소였던 것에 비해 7개소가 줄었다.
정부는 여전히 응급의료체계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는 “추석 연휴 이후 응급의료 상황은 전반적으로 연휴 이전 비상진료 상황과 유사한 모습”이라며,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해 의료현장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나, 국민, 의료진, 지자체·소방·경찰 등 관계 공무원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노고와 헌신으로 응급의료체계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그러면서 “정부는 1:1 전담관 지정·운영, 인력 채용 재정 지원, 건보 수가 지원 등 범부처, 지자체 협조체계를 통해 개별의료기관의 현황과 어려움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정부는 긴장감을 가지고 계속해서 응급의료상황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은 증상이 경미할 경우 우선 동네 병·의원을 찾아주시고, 큰 병이라 생각되면 119에 신고하시는 등 응급실 이용수칙을 지켜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