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무기한 파업을 예고했던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이 사측과 잠정 합의를 도출하며 24일 파업을 철회했다. 공공 병상 축소 저지, 의료공공성 강화, 경영 적자 책임전가 금지, 필수 안전 인력 충원, 실질임금 인상 등 다섯 가지 핵심 요구안이 받아들여진 결과다. 이로써 서울대병원 노사는 파업 없이 2024년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하는 성과를 얻었다.
노조 측이 꼽은 가장 큰 성과는 공공 병상 축소 저지였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의료 개혁 시범사업에는 상급종합병원 쏠림을 방지하기 위해 병상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다. 수도권에 위치한 서울대병원은 15%의 병상을 축소해야 했다.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공공 병상은 전체 병상 수에 대비 9.7%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대병원을 포함한 공공 병상은 더욱더 축소되고 공공병원의 역할과 기능마저 축소되어 공공의료가 후퇴될 위기에 처했다.
노조측은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서울대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공공병원의 병상과 공공의료를 지켜내는 성과를 이루어 냈다”고 이번 잠정 합의안에 의미를 부여했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임단협 투쟁을 통해 어린이 환자의 병원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연구 및 검토하여 정부에 서면으로 건의한다는 합의를 이끌어냈지만, 제도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아 지난해에 이어 올해 또다시 2025년 내에 정부에 건의한다는 합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합의를 통해 다시 한번 어린이 환자의 병원비 경감에 대한 노사 공감대를 확인하고 향후 어린이 환자 무상의료가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정부는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사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시범사업으로 인해 병동 간호인력의 일부를 진료지원간호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진료지원(PA) 간호인력으로 뺀 자리에 간호인력을 충원하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노조는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등급제 인력 기준에 진료지원간호사가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합의를 통해 의료대란 이후 병동의 간호인력 부족을 해결하고 환자 안전을 지켜냈다”고 말했다.
의사 업무 대체를 위해 도입한 진료지원간호사제도는 제대로 된 교육과정과 법적 보호장치가 없고 업무 범위도 넓고 모호하여 각종 의료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노동조합은 진료지원간호사에게 업무영역을 벗어난 의료행위를 지시하거나 시행하지 않도록 하고 문제 발생 시 병원이 직접 해결하도록 하는 합의를 이끌어 냈다.
노조 관계자는 “서울대병원분회 투쟁은 의료연대본부와 함께한 공동투쟁이었다”며 “의료연대본부와 함께 공공병원의 병상 축소를 막아내고 공공의대 확충을 요구하며 의료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한 끈질긴 투쟁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이후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과 함께 환자와 노동자 모두가 행복하고 안전한 병원을 위해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