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탐구 생활' [수필]
'치과 탐구 생활' [수필]
  • 신승철 교수
  • 승인 2010.02.10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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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국치대 예방치과 신승철 교수 / 아시아예방치학회 전 회장
근래에 탐구생활이 유행이다. 탐구생활이란 말은 본래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자연, 과학 분야의 과목 명칭을 말하는데 근래에는 모 케이블 방송에서 이를 변질시켜 남녀의 본색을 드러내는 변형 탐구생활을 방영했더니 이게 인기가 높단다. 이왕 이런 것, 치과에 오는 환자를 이 버전으로 한번 탐구해 보자. 먼저 치과의사가 좋아하는 환자 유형을 나열해 보자.

“치과의사는 입이 큰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다가가기만 해도 입을 쫙쫙 벌려 주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진료대에 앉기 전에 입술 루즈를 지우는 여자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진료 중 코로 숨을 쉬어주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진료 중 잘 참아주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진료를 받아주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원장님이 알아서 진료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이가 많이 빠져 있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충치나 풍치 등 기본 치료는 다른 치과에서 다하고 보철할 것만 남아있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고가의 치료 후 이민 간다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임플란트 후 환자가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돌아가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으면 애도와 안도의 감정이 교차함을 느껴요. 치과의사는 카드보다는 현금 결제하는 환자를 좋아해요. 외국 여행 시 마트에 가서도 계산대에서 종업원이 ‘페이퍼 or 플라스틱?’하고 물으면 본능적으로 페이퍼라고 대답해요. 치과의사는 이웃 치과에서보다 치료를 더 잘해주는 것 같다고 입에 발린 칭찬을 해주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아이를 말 잘 듣게 기죽여서 데리고 오는 엄마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올 때마다 조그만 선물이라도 사들고 오는 환자를 좋아해요. 치과의사는 유비무환과 관계없이 폭우가 오는 날이라도 치과를 찾아주는 환자를 좋아해요.”

그러면 이번엔, 환자가 좋아하는 치과의사 선생님을 탐구해 보도록 해요

“환자는 친절하게 설명 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진료 시 설명없이 ‘아~’만 계속 말하는 혼자서 권위있는 선생님은 싫어해요. 환자는 손이 작아 보이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아마도 저손이 자신의 입속에 들어가 휘젓고 다닐 것을 상상하나 봐요. 환자는 손과 몸에서 담배 냄새가 나지 않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얌전하고 꼼꼼해 보이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이러다간 치과계가 점차 좀스러워 지겠어요. 환자는 아무거나 칭찬해 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젊은 엄마 환자는 ‘아니 그럼 결혼 하셨단 말씀이세요’라고 말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엄마랑 같이 온 아이에게 ‘오늘은 이모랑 함께 왔구나, 다음엔 엄마랑 와라’라고 말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차트를 슬쩍보고는 자기 이름을 기억해 주는 척 해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아마도 대학 시절 시험치를 때 커닝을 좀 해 보았나 봐요. 아이 환자는 진료 직전 간단한 손장난으로 마술을 보여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어설프면 헐, 오히려 아이한테 망신당하기도 해요. 환자는 환자가 보는데서 손을 자주 닦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국소마취 시 스탭에게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도록 말하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전에 치료받았던 치료 내용에도 비교적 잘 된 것이라고 칭찬해 주는 치과 선생님을 좋아해요. 빈말이라도 동료애가 돋보여요. 환자는 진료비를 깎아주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환자는 늘 미소 짓고 웃고 있는 선생님을 좋아해요. 헐~, 치과의사를 감정도 속도 없는 동물로 만들려나 봐요.”

여기서 치과 탐구생활 토익 문제, 다음중 환자와 진료 문제로 분쟁이 생겼을 때 잘 대처하는 방법은?, 보기 1번, 싹싹 빌거나 뒷돈을 주어 무마한다. 2번, 권위 있게 호통을 친다. 3번, 법대로 하라고 법정에 간다. 4번, 환자를 이해시키도록 차근히 설명해주고 감정을 달래 주어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한다. 정답. 참 치과 하나 운영하기 쉽죠 잉~ -덴탈투데이/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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