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과 제동
가속과 제동
  • 신승철 교수
  • 승인 2010.02.14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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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국치대 예방치과 신승철 교수/ 아시아예방치학회 전 회장
[덴탈투데이/치학신문] 자동차는 가속페달인 액셀러레이터를 밟아서 가게 된다는 생각 보다는 제동장치인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갈 수 있다.

모든 일에는 반드시 가속이라는 전진적이고 긍정적인 면과 함께 제동이라는 제한적이고 부정적인 면을 함께 고려해야만 올바르게 진행할 수 있다. 가속만 할 수 있는 탈것이 있다고 상상 해보면 그 뒷일이 아찔할 것이다.

20년 전 어느 나이 많은 치대생이 입학했는데 마침, 고물 중고차를 하나 싸게 구입해서 몰고 다녔다. 어느날 저녁, 그가 고교 동창회를 간다고 시내의 식당 근처 골목에 주차를 해놓고 한두 시간 동창들과 떠들다 자기 애차로 와보니, 젊은 사람 셋이서 골목에 세워둔 자기 차량 바퀴에 쉬를 하고 있더란다.

그래서 이게 뭐하는 짓이냐며 항의하는데, 돌아보는 그들의 모습이 지역 조직원들 모습이었다. 하나같이 스포츠형 머리에, 키가 땅딸하고 목과 몸이 붙어있고 얼굴이 험상궂었단다. 겁이나서 좋은 말로 그냥 계속 일 보시라고 하며 좀 떨어져서 기다리는데 그렇게 자존심이 상할 수가 없었단다.

특히 일을 다 본 그들은 그 노 치대생의 어깨를 툭 치며 수고하라고 말하고 골목 밖 대로로 나서는 걸 뒤에서 보고만 있어야 하는 자신의 신세를 생각하니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단다.

그래서 차에 올라 앉아 시동을 켜고 서서히 골목 밖으로 몰고나가 대로로 나서서는 마침 대로변에 팔자걸음으로 활개 치며 나란히 걸어가는 조직원 3인의 곁을 지날 때, 급히 창문을 내리고는 얼굴을 차창 밖으로 내밀고서 갑자기 큰 소리로,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익혀왔던 모든 욕설을 다 퍼붓고, 힘차게 가속페달을 밟았단다. 그리고는 운전미숙으로 그대로 길가 가로수를 들이 받고 차가 서 버렸단다.

우리는 그날이후 수개월간 그를 볼 수 없었다. 후일 연락 받고 입원실엘 가 보았더니 상병명은 교통사고인데 사지가 하나같이 부러져 꼼짝을 못하고 누워서 씁쓰레 상황 설명을 한다. 가속 페달을 밟을 때는 항상 제어 장치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교훈을 그는 몸소 체험했을 것이다.

근래에 세계 최고의 판매량을 자랑하던 일제 어느 자동차의 가속페달이 정상 원위치 되지 않은 결함이 있는 경우를 보고한 것을 시작으로 모든 차종에 대한 가속 뿐 아니라, 제어장치 결함 문제도 제기되고 급기야 다른 회사의 일제 자동차에까지 문제가 파급되어 많은 양을 소환하는 등, 일제 자동차에 대한 세계적인 신용도가 추락하고 손실이 어마어마하게 커져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미국의 경쟁 자동차 회사들은 이걸 좋은 기회라 여기고 아예 대놓고 일제차를 산 사람들이 그걸 무르고 자기네 차를 계약한다면 천불을 깎아준다고 광고하는 등 남의 불행은 곧 나의 행복이요 기회라고 선전하는 것은 어른스럽지 못하고 어딘지 좀 얄미운 생각도 든다. 더구나 한국 업체도 동조하고 있다는 보도는 일본 국민들의 정서에 감정을 부추기는 게 아닌가 걱정스럽고도 씁쓸하다.

사람의 일이란 항상 옳기만 하고 잘되기만 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실패도 하고 실수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옆의 동료나 이웃이 실수했다고 즐기거나 비난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도 돌아보고 그걸 타산지석으로 삼아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함이 어른스럽고 바람직하다.

이는 우리 치과계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남을 비난했던 사람들이야 한때 즐거움이나 욕 해 본 걸로 훗날 다 잊어먹겠지만 당한 당사자의 가슴엔 평생 멍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남 비난 하는 데는 항상 신중했어야 한다.

특히 확실하지 아니한 루머성 이야기로 욕했다가 이왕 이렇게 된 것, 그냥 밀어붙이거나, 나중에 아니면 말고 라고 했을 땐 정말 돌이키기 힘든 관계가 되기도 한다. 하기야 이번 일도 초기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이 접수 되었을 때 확실하게 소환 보장을 해 주지 못하고 버티다가 더 큰 화를 부른 면도 있었다고 한다.

치과계도 고속엔진 저속엔진과 발을 떼면 원위치 되는 가속페달, 등 간단하지만 잘못되면 사람을 다치게 할 수 있는 장비들을 다루는 만큼, 이 기회에 다시 한 번 장비의 안전성을 점검해 보는 계기로 삼았음 한다. 사람이나 기계는 너무 믿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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