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동창회
[시사칼럼] 동창회
  • 신승철
  • 승인 2010.03.03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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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승철 단국치대 예방치과 교수 / 아시아예방치학회 전 회장
[덴탈투데이/치학신문] 치과계에도 졸업 시즌이 되었다, 많은 새 치의, 치위 및 치기공사들이 탄생했다. 각 대학 동창회에서도 졸업생들을 축하하며 새내기 의료인, 의료기사들을 격려 했다.

동창, 동문이란 동일 학교를 졸업했거나 수학한 사람들로서, 특히 혈연, 지연의 정서가 강한 우리나라에선 그 정신적인 의미나 사회 진출의 영향력에 대한 비중이 상당히 크다.

동문회는 자칫 지역감정이나 집단 이기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역기능도 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주고 동문 동료 간에 모교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으로 사회생활에 활력을 주고, 후배와 모교 발전에 기여 할 수 있는 순기능도 많아서, 대체로 긍정적인 면에서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이다.

국적은 바꿀 수 있어도 학적은 바꿀 수가 없다고 한다. 근래에는 고교나 대학 동문회가 주로 모임을 갖지만, 초등학교와 대학원 심지어는 유치원이나 해외학교 또는 비학위 대학원 과정인 최고경영자과정 등에서도 동문회 모임이 있음을 본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더욱 모임들이 잦다. 동문회도 좋은 표밭의 하나이기 때문일 것이다.

뭐니 뭐니 해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역시 초등학교 동창회이다. 그것도 시골의 학생 수가 얼마 되지 아니한 소규모 학교의 초등 동문회는 마치 대가족 집안 모임 같기도 하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녔던 필자도 초딩 동문회를 한번 씩 가보면 정신이 없다.

50대 후반으로 들어선 친구들이 농업, 교사, 이발사, 순경, 공무원, 운전사하는 친구를 비롯하여, 쬐그만 가게 하나 운영하거나 큰 회사를 운영하는 친구, 그리고 치과의사 하나, 등 직업도 다양하고 은퇴한 녀석들도 많다. 그들의 이제까지 살아온 배경이 다양하여, 만나면 떠들 일도 많다.

여자 애들도 집안 애들과 서방들 다 키우고 다소 마음에 여유 있게 만나니 수다들이 대단하다. 오히려 40~50년 전엔 얌전했다고 기억되던 여자애들이 더 억세게 변해 있음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그녀들은 남자 동창들에게 시동생 벌이라서 만나면 오히려 신선한 맛이 있어 즐겁다나, 동창 회식 끝내고 좀 일찍 귀가하려고 하는 남자들에겐 큰소리로 “야, 니는 마누라가 그렇게 무섭나?”라며 핀잔주기 일쑤다.

우리나라에 여권신장이 많이 되었구나 생각되기도 했다. 아무튼 정기적으로 모임에 가는 걸 집사람은 “누구는 초등학교 안나온 사람 있나”라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것 같고, 나중엔 자기도 그 회식자리에 함께 데리고 나가봐 달라고 떼를 쓰기도 하는데, 내가, 몇 명 되지도 않지만 여성들이 더 많은 임원들에게 물어보니 일언지하에 반대이다.

내 집사람은 시골의 우리 고향 초등학교에 다닌 적이 없기에 동문 자격 미달이라 동문모임에 참여 할 수 없다고 했다. 참 ‘에지’ 있는 동창회이다.

근래에 치과대학 졸업생들의 동문의식이 과거보다 좀 약해지는 것 같다고 각 치대 동창회 관계자들은 걱정을 한다. 특히 지방에선 치대 졸업식장에 참여하는 졸업생 비율도 점차 적어지고, 본교 치대병원에서 수련 받고자 하는 졸업생도 다소 적어졌다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치의학전문대학원제가 되고 난 뒤에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과거 보다, 출신 학교의 자부심이나 동문의식 보다는 면허증 자체에 더 비중을 두고 있는게 아닌가 우려하는 선배들도 있다.

훗날, 선후배간의 우애와 동기들 간의 협조, 그리고 후학들에 대한 장학 사업이나 모교 발전을 위한 원활한 사업 추진에도 애로가 좀 있을 것 같단다.치의학이나 치과의사가 단지 지식과 면허증을 획득하는 방편으로 치우치면 곤란하다.

주위로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으며, 매번 모여 낄낄대면서도, 학생 수가 적어 폐교 될지 모른다는 시골 모교를 살릴 노력을 하고, 옛 담임선생님의 팔순잔치를 준비하는 우리 시골 초딩 동문회가 자랑스럽다. 전직 노교수의 팔순 잔치를 열어주었다는 치대 동문회는 별로 없는 것 같다. 은퇴 후엔 시골 초등 교사가 치대교수보단 동문들로부터는 더 대접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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