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병 통치약(?)은 우리도 모르게 머리 속에 이미…
만병 통치약(?)은 우리도 모르게 머리 속에 이미…
  • 홍성배
  • 승인 2010.04.28 10: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고운미소치과 종로점 홍성배원장
[덴탈투데이] 제가 10 여년 전 면 단위의 전남 어느 섬에서 1년 차 공중보건으로 근무를 할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 만난 내과 선생님과 공중보건의 근무를 하는데 의료 시설이 보건지소 외에는 전무한 곳이라 서로의 일을 조금씩 도와가면서 섬 공중보건의 생활을 했었습니다.

아마 이맘때 쯤이면 마늘 수확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라 비가 오거나 장이 서는 날이면 시골 콜택시-비포장 도로가 많아서 지프차가 택시로 운영되고 요금도 비싸서-를 할머니 몇 분이 돈을 모아 대절해서 지소에 내원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었는데 한번 내원하시면 관절염, 당뇨, 고혈압 게다가 감기 몸살 약까지… 약을 거의 쇼핑 비닐주머니 하나 가득 받아가시는 것을 종종 보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말이지 약을 좋아하는…’ 하고 생각하곤 했었던 적이 있습니다.

받아가신 약의 일부분은 주위 분들과 나눠 드시기도 하고 이 약 저 약 가리지 않고 드시는 듯 하였습니다. 심지어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이면 영양제 주사 놔달라고 하시는 분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광경도 종종 목격 되었는데 이유인즉슨 비타민C를 섞어서 노랗게 만든 포도당 주사액을 맞게 해 달라는 것인데 지소에서는 차라리 그 돈으로 쇠고기 끊어다 국 끓여 드시라고 하면서 생기는 실랑이였던 것입니다.

시골 분들이시니 더 그러시겠지 생각하면서도 약물이 너무 과다 처방되기도 하지만 약에 대한 맹목적인 의존도가 매우 높고 약 복용에 대한 인식이 좀 잘못되었단 생각이 항상 뇌리 속에 남아있었습니다.

비단 시골 분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 한 복판에도 별반 다름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듯해서 한편으론 착잡하기까지 합니다.

일반적으로 치과에서 약을 처방하는 경우는 매복된 사랑니 발치를 하거나 부종이 있고 농양성 병소가 있을 때 등 아주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근래에 매체를 통한 치과 관련 약물의 광고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노출되고 있고 그 광고 모델들 역시 나름 인지도(?) 있는 연예인들을 쓰면서 일반인들에게 마치 만병통치약으로 오해를 불러 일으킬 여지가 충분히 있어 보이는 점 등이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특히 치주질환-잇몸병-환자에서부터 치주질환과는 상관없는 치통으로 인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까지 그러한 약에 대한 처방을 요구하는 경우가 빈번해지고, ‘어디는 해주는데 여기는 빡빡하게 군다’는 실랑이도 병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마도 약 값이 약국에서 일반처방으로 사게 되면 상당하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시는 환자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보험으로 처방이 되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는 당연히 적절한 약물 처방이 되겠으나 그렇지 않고 심지어는 아버지 드리려 하니 처방전을 달라는 환자들까지 있는 상황이고 보니 매체의 힘이 크긴 큰가 봅니다.

앞서 영양제 주사 (이 말 자체가 어폐가 있지만) 대신 쇠고기 국 끓여 드시라고 해도 듣지 않는 할머니들과 치석 제거 받으시고 양치 꼼꼼히 하시면 약 드시는 것보다 효과가 더 좋다고 설명 드리고, 약 먹는다고 치아에 단단히 붙어 있는 치석들이 저절로 툭툭 떨어져서 잇몸이 좋아질까요? 라고 말씀 드려도 왠지 받아들이는 환자분들은 만족스럽지 않다는 눈치가 대부분이신 지금의 상황과 다를 것이 뭐가 있나 싶습니다.

제 박사 학위 지도교수님께서는 치주조직 재생을 위한 연구로 평생을 바치셨고 퇴임을 앞둔 지금도 연구에 매진하고 계십니다. 하지만 의료 대부분의 분야가 그렇듯이 획기적이고 만병을 치유하는 그런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은 과연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어려운 일인듯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환자분들은 너무도 쉽게 믿고 따르려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학습 아니면 세뇌의 효과일까요?

최근에 의료 보험 급여 항목이 대폭 늘어나면서 치석제거 전면 급여화와 2013년에는 노인틀니가 50% 보험급여가 된다는 뉴스가 나오기도 하더군요. 치석제거(스케일링)가 보험 급여가 되든 안되든 더 먼저 해야 할 일은 비 전문가인 우리 환자분들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는 수위의 광고와 올바른 치과 의료 상식을 심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올바른 환자 교육을 게을리한 저희들의 잘못이기도 하기에 제약회사의 잘못이라고만 치부 해버리기엔 통감해야 할 책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환자분들께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하루 세 번 양치 하실 때 구석구석 혀로 모든 치아를 문질러 봐서 뽀드득 느낌이 들 때가 양치질이 잘되신 겁니다” 그리고, “양치질만 잘 하시면 치과 올 일 없으십니다” 라고… [고운미소치과네트워크 릴레이칼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