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출연
방송 출연
  • 신승철
  • 승인 2010.04.29 09: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신승철 단국치대 예방치과 교수 / 아시아예방치학회 전 회장
[덴탈투데이/치학신문] 다수의 의료계 인사들이나 치과계 분들이 방송에 출연하기도 한다. 주로 구강보건에 관한 내용을 시청자, 국민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노력으로 생각 된다.

과거에는 필자를 포함해서 출연했던 많은 분들이 카메라 앞에 서면 갑자기 얼어서 말이 굳어지고 언행이 뻣뻣해져서 마치 농촌 새마을 이장님이 인터뷰하는 것처럼 촌스러웠으나 요사이는 아주 자연스럽게 잘 말씀하는 분들이 많다.

필자도 치과계 경륜이 쌓여 가다보니, 전공이 전공인지라 국민에게 구강보건에 대한 지식과 태도와 행동의 변화를 도모해야하는 사명감에서라도 방송 출연의 제의를 받아들였더니 어느덧 방송 출연경력이 20여년이 넘었다.

그러다보니 간혹, 길가, 식당, 열차 안 심지어는 미장원이나 노래방에서도 알아보고 “저~ 혹시~” 하고 말을 걸어오는 분도 있어 언행이 조심스러울 때도 있고 주위를 의식하는 나쁜 습관이 생기기도 했다. “팬클럽을 조직할까요”하고 말하는 아부 끼인지 비아냥인지 하여간 멍청한 사람들도 있다.

초창기엔 녹화 한 장면 찍고 오면 방영시간에 맞추어 딸들과 집안 식구들을 모두 불러 모아 텔레비전에 나오는 어색한 한 장면을 시청토록 은근히 강요했던 낯 부끄러웠던 시절도 있었지만 그 횟수가 점점 잦다보니 그 후로는 주위에선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어느 날엔 한 시간짜리 아침 생방송을 마치고 딸들에게 전화해보니 학교일 하느라 못 보았다고 했고 집사람은 곤한 아침잠 자느라고 못 봤단다. 하나같이 “나중에 ‘다시보기’로 볼게” 했지만 아무도 다시보기를 보는 꼴은 못 보았다. 그래서 이젠 나도 주위에 말 안하고 슬그머니 출연했다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필자는 녹화방송보다는 생방송에 출연하기를 선호한다. 스피디한 진행과 모두들 시계를 보아가며 긴장해서 진행하는 모습이 생동감도 있지만 그 중에서 객원으로 출연하여 혼자서 여유있게 구경하며 참가하는 게 재미있기도 하다.

간혹 주위사람들로부터 “어쩜 말을 그렇게 재밌게 잘 하세요?” 라는 말도 듣기도 한다. 그래도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것은 필자는 전문 방송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치과 의업이나 치학 문제라면 긴장하며 대했을 것이지만 방송일은 치과인에게는 단지 도와주려는 일일 뿐이다.

혹시나 방송 사고가 있더라도 그들에겐 큰일이고 치명적일지 몰라도 나에겐 단지 해프닝이고 나의 업과는 큰 상관이 없다는 배짱 생각이 오히려 생방송시 자연스럽고 여유있게 보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꼭 잘 해야지 하는 욕심을 버리고 이웃집에 놀러 와서 편하게 이야기하는 기분으로 내가 아는 구강보건 이야기를 전해주면 그것이 시청자들에겐 더 잘 어필한단다.

가끔 적당한 농담도 섞으면 더 좋단다. 한번은 생방송 중 진행자가 미리 짜놓은 각본을 실수로 그냥 넘어가버려 내가 준비한 중요한 답변 설명을 할 기회를 놓칠뻔한 경우도 있었는데 얼른 “이쯤에서 이런걸 물어주면 참 좋겠는데요~”라고 말을 치고 들어갔더니 모두들 깔깔 웃으며 “아, 네, 이젠 진행까지 직접 하시네요, 그럼 이런 건 어떻게 되나요?”하고 물어주어서 내가 정색하고 진지하게 대답과 설명을 한 적도 있었다,

방송인들도 객원 출연하는 외부 전문가들에게 가급적 전문적 내용을 말하지 말고 시청자를 중학교 2년생 정도로 생각하고 말하라 한다. 많은 의료인들은 방송 출연 시 가급적 많은 전문적 지식을 알려주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단다.

하기야 요즈음 중2의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쓸데없는 걸 많이 알고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그들 수준을 따라잡기도 힘들기도 하다.

국민과 시청자, 독자들의 구강건강 지식 함양을 위해 치과인들의 방송 출연은 필요하다. 그런데 근래에 치과계에선 방송이나 신문 기사형 광고가 지나친 점이 있어 제재를 가하기도 한단다. 국민 교육, 계몽인지 광고인지는, 그 목적이 특정 이득을 보게 되는지가 통념상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겠다.

과거엔 젊은 층 시청 프로에 출연교섭이 잘 오더니 점차 주부프로 쪽으로 바뀌었고, 이젠 새벽에 방영되는 노인프로에 나와 달라고 요청이 들어오는 걸 보니 이젠 나도 늙어 가는 것 같아 씁쓸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