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영상] “개원만 하면 환자 몰리는 시대 지났다”
[월요영상] “개원만 하면 환자 몰리는 시대 지났다”
  • 윤수영 기자
  • 승인 2010.05.14 19: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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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치과 이달호 대표원장 인터뷰

 

▲ 보스톤치과 이달호원장

이달호 원장은 공보의를 마친 후 1991년 서울 상계동에 치과를 개업했다. 90년대 초반이었던 당시는 하루 100~150여명의 환자들이 몰려오던 시절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이 원장이 경영하던 병원은 시간이 갈수록 입소문이나 주변 치과보다 많은 환자들이 모여들곤 했다.

그러나, 그는 유명세를 타면서 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불안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고민 끝에 잘나가던 치과를 접고 유학길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당시 제가 했던 고민들은 내가 과연 이 환자를 잘 보고 있는 것인가. 맞는 방법으로 시술하고 있는 것인가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6년간의 개업의 생활을 접고 떠난 유학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다행히 ‘공보의’ 임상경험 덕으로 보스톤대학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결국 미국에서 전문의과정이 처음생긴 보스톤 대학에서 레지던트를 마치고 바로 전문의가 될 수 있었다.

“보스톤대학은 점점 규모가 커가다가 치과대학이 생겼고 지금은 임상적으로 거의 최고라고 할 수 있게 성장했습니다. 리서치 등 연구부분은 타 대학이 우수할지 몰라도 임상부분만 봐서는 최고대학이라고 자부합니다. 보스톤에 있을 당시에 CAD/CAM 등 상업적인 회사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는데 산·학협동이 잘되는 것을 느꼈고 부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유학 후 환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어 보람

 

▲ 보스톤치과 입구

2003년 이달호 원장은 유학 전 살던 동네로 돌아와 재개업했다. 미국에 남을 생각도 있었지만 향수병으로 국내로 다시 들어온 것이다. 

이달호 원장은 보스톤대학과 평생교육 프로그램 교류과정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보스톤 대학 측에 한국과 연계해서 평생교육과정을 만들겠으니 자격증을 발급해 줄 수 있냐고 요청했더니 그러라고 하더군요. 지금까지도 그런 사례가 없는데 아마 보스톤 대학도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에서 전임강사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도 같습니다.

보스톤 대학의 경우 1학년은 10과목을 모두 C+이상 받아야하고, 2학년은 8과목, 3학년은 6과목을 필수 이수해야합니다.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데 기공도 본인이 직접해야하는 등 한국보다 더 많은 노력이 요구됐었습니다.”

이 원장은 현재 개원을 했거나 유학을 준비하는 의사들에게 가지고 있는 것을 포기하고 많은 노력을 할 수 있다는 각오가 되었을 때 떠나야 값어치 있고 만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학 후 어드벤티지(상업적인 면에서)가 주어지는 시대는 이미 지났습니다. 예전과 다른 개업환경이기에 저는 기본적으로는 유학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유학이라는 것이 갔다 와서 꼭 돈을 더 많이 벌수 있다는 것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죠. 오히려 높은 유학비용을 생각하면 손해를 다 갚고서 이익을 내려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습니다.

또 더 많은 것을 알다보면 조심스러워지고 시간이 더 걸리고 소심해지는 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병원을 키우기 위한다거나 영업을 잘하기 위해서 유학을 선택한다? 이런 면으로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권장할 수는 있습니다. 유학 후 더 많은 것을 알게 돼 환자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줄 수 있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병원의 경영도 시술을 잘해야 소문으로 환자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면보다 장기적으로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동료치과의사, 종합소득세 내는 달엔 대출받는 경우도

지금은 예전처럼 ‘개원만 하면 환자가 몰려오는’시대가 아니다. 최근들어 의사에게는 시술은 기본, 경영능력까지 요구되고 있다. 최근 각종 세미나 장에서 경영, 세무 관련세미나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달호 원장은 현재 개원의들의 경영난 문제가 예전의 영광만을 생각하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으로 꼽았다.

“빨리 뽑으려다 보니 무리한 투자가 많아지고 그것이 가격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악순환이 가속화되다보니 치과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죠.”

◆'piezo(피조)' 장비 특허출원 … 서울시 보조금도 

이달호 원장은 대학에서 보철을 공부했다. 보철은 치과치료에서 마지막 단계에 해당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진료습관이 생겼다. 진료계획을 세울 때 결과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2002년 piezo(피조)라는 상악동 시술 특허장비를 개발했다. 이것은 개발한지 5년정도가 지났고 현재는 많은 보완을 거쳐 국내 특허출원을 마치고 미국 특허출원중이다. 서울시에서 그의 기술을 인정해 정부 연구보조금도 상당금액을 받을 수 있었다.

“제가 구강외과 쪽이었다면 그런 방법(piezo)을 개발 안했을 것입니다. 좀 더 간편하고 좋은 방법을 찾다보니 드릴로 하는 것보다 초음파로 하는 것이 빨리 아물고 붓기와 통증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제는 테크닉적으로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배운데로만 하면 되는 것인데 가장 중요한 것은 치료계획입니다. 그것을 잘 세워 놓으면 큰 문제없이 진료를 할수 있습니다.”

 

▲ 치과시술중인 보스톤 치과 원장

◆“부자들도 가격을 먼저 묻는다”

이달호 원장은 임플란트 시술비를 따져봤을 때 중극은 한국의 2배이고, 베트남, 필리핀도 한국의 1.5배에 달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임플란트가 가장 싼 나라가 한국이라고 설명했다.

“초창기만 해도 다들 (시술을) 잘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치과의술을 형식적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제품생산 하듯이 규격화돼 진료를 받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이동네(방배동)도 부자들이 많이 사는데 부자들도 가격을 먼저 묻습니다. 이것은 투자비용을 빨리 뽑기 위해 무리한 가격경쟁을 유도했던 치과의사들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봐야합니다.”

이 원장은 성공적인 개원의사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면을 고려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서로간의 무리한 경쟁을 하다보니 전반적으로 수가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90년대 초만 해도 (시술의)부가가치가 높아 개원만하면 몇 년 안에 투자비용을 뽑을 수 있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투자는 상대적으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즉, 앞으로 벌고 뒤로 깨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는 것입니다.

미국은 소득공제 범위가 넓어 우리나라보다 세금이 줄어드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종합소득세 내는 달에는 대출까지 받아야 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개원을 준비하는 후배 분들은 광고비, 세금 등까지 세세하게 신경써 준비하길 당부드립니다. 특히 국세청 세무조사는 통보없이 나와 피해갈 수 없기 때문에 그 부분도 신경써야 합니다.

제대로 된 치과들은 그 지역에서 오래 동안 살아남은 치과들이라고 봐야합니다.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분명 3~4년 후에는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비용을 들인 환자에게 a/s까지도 확실히 해준다는 마음가짐으로 해야합니다.”

◆훌륭한 치과의사? 성공한 개원의?

“보통 훌륭한 치과의사라고 하면 사람으로서, 임상적으로 치료가 탁월하거나, 학술적으로 뛰어난 사람들을 일컫는 것 같습니다. 이 중 하나만 잘해도 훌륭한 치과의사가 될 수 있죠.

하지만 성공한 개원의는 다른 것 같습니다. 개원경영이라는 것은 진료·의술·관리 등 모든것이 골고루 잘 되어야 성공한 개원의가 되는 것이죠. 여러가지가 합해져야 합니다.”

이 원장은 병원을 경영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하나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동료들과 사이좋게 행복하게 지내자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하자는 것이다.

이 원장은 특히 상대방의 입장이 돼서 생각해 보기 위해 역할분담 상황극을 하곤 했다. 의사가 환자가 되서 어려움을 말해보고 치위생사가 의사가 되서 서로의 역할을 맡아보는 것이다. 또한 친절교육을 위해서는 외부강사를 초빙하고 임상교육을 위해서는 의사와 위생사가 조를 이뤄 발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이 원장은 앞으로 의료장비 쪽으로 연구활동을 활발히 할 계획이다. 또, 우리나라의 기술을 해외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캘리포니아 대학에 6월말 쯤 강의를 하러 갑니다. 그외에 많은 해외강의를 통해 우리나라의 기술을 해외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겠습니다.” -덴탙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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