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에세이]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
[임상에세이] 열심히 하는 것과 잘하는 것
  • 장원건 원장
  • 승인 2011.06.30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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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원건(마일스톤즈치과 원장)
20대 여자 환자분이 치과에 내원했습니다. 턱관절장애로 심하게 고생하고 있는데 고치고 싶다는 것입니다. 몇 년 동안 여러 치과에서 검사도 받고 치료도 했지만 소용이 없더라고 했습니다.

환자의 내원 이유는 ‘턱관절 장애로부터의 해방’이지만 언제나 증상이 아닌 전체적인 상태와 가능한 모든 이유들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전체적인 아름다움과 건강을 회복하는 데 필요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한 일입니다.

'진단과 치료계획'이란 최선의 결과를 갖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자 결과를 위한 각 과정입니다. 치과의사 혼자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여러 선생님과 함께, 그리고 치위생사 선생님들, 치기공사 선생님과 함께 아름답고 건강한 결과를 갖기 위해서는 치료계획과 과정이 명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지을 때 건축가가 최종 건축물에 대한 디자인과 함께 도면을 통해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함께 건물을 지어가는 것처럼 치과 치료도 같은 방법이 적용됩니다. 잘 건축된 건물이 아름다우면서도 수백 년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고 기능을 잘 하는 것처럼 잘 치료된 구강상태는 스스로를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아름다움을 전달하고 평생을 건강하게 기능하며 살 수 있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분은 언제부터 아팠는지 모르지만 턱관절 장애도 있고 치아도 많이 비뚤어서 교정치료와 함께 턱관절장애를 함께 치료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검사를 위해 치과에 갔는데, 치과에서의 답은 조금 달랐답니다. 어떤 병원에서는 턱관절이 좋지 않기 때문에 교정치료가 어려울 것 같다고 이야기했고, 어떤 치과에서는 양악수술을 해야만 한다고 했고, 어떤 치과에서는 수술이나 교정치료 없이 일단 앞니만이라도 치아성형을 해서 가지런하게 하자고 했답니다.

양악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있던 환자분은 턱관절이 좋지 않아 교정치료가 어렵다는 이야기에 윗니만이라도 가지런하게 하고 싶어서 치아성형을 하셨다고 합니다. 그러나 치료 후에 치아는 가지런해졌지만 전혀 심미적이지 않은 세라믹 크라운에 불만족스러웠고 더구나 계속되는 턱관절장애로 힘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 환자분을 검진하고 진단을 위해 엑스레이와 사진을 보면서 참 많이 슬펐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분이 이제 치료를 받고나서 얼마나 행복하게 바뀔지 상상이 가기 때문에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진단 결과를 가지고 상담했을 때 환자분이 치료에 동의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지만 치료에 동의하여 앞으로 2년 정도의 시간 동안 치료를 받으면서 아름답게 변하고 건강해지는 스스로의 모습에 아마 평생 저를 잊지 못하게 될 거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 환자분의 문제는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기능적이지 않은 교합
2. 가지런하지 않은 치아들
3. 치아의 상실
4. 과거 보철치료를 통해 발생한 교합적 장애
5. 전혀 심미적이지 않은 앞니의 보철물
6. 그로 인해 계속되는 잇몸의 염증

사실 이 분은 처음에 교정치료를 하셨어야 했습니다. 정확한 진단 후에 교정치료를 잘 받으셨다면 치아도 잇몸도 턱관절도 모두 건강하게 회복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치료했던 모든 선생님들이 잘못 치료하신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일부러 치료를 못하는 선생님들은 세상에 어디에도 없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 치료합니다. 치료철학에 따라 가장 좋은 방법을 제시하셨을 것이고 그에 맞게 치료하셨습니다.

환자분 역시 최선을 다했습니다. 자신의 구강건강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치과에 가지도 않았을 테고 그냥 그렇게 지냈을 겁니다. 하지만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진단을 하고 의견을 듣고 그리고 본인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으로 결정하여 치료했을 뿐입니다.

문제는 결과입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결과는 최상의 것이 아니라 도리어 안한 것보다 못한 상태가 되었습니다. 그러기에 치과치료는 치료비가 얼마인지로 결정하거나 어떤 선생님만의 독특한 기술과 특별한 장비로 치료하느냐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좋은 치료가 되기 위한 수준 높은 치료계획과 그에 따른 치료가 필요한 것입니다.

앞으로 이 분은 아름다운 치아와 기능적이고 건강한 교합상태, 그리고 관련된 주변 근육들의 관계가 조화롭도록 치료할 예정입니다. 아깝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기존의 보철물을 다 제거하고 원래의 치아처럼 하나하나 임시치아를 만들어서 교정치료를 하고 교정치료 후에 기능적이고 심미적인 상태가 되도록 세라믹 크라운을 다시 만들어서 아름답게 해드릴 것입니다.

빨리 2년이 지나 이 분의 더할나위없는 밝은 표정을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지금의 모습과 끝난 후의 모습을 다시 모두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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