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나무 보다는 울타리가 되고 싶다”
“큰 나무 보다는 울타리가 되고 싶다”
  • 윤수영 기자
  • 승인 2011.07.30 0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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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한양여자대학 황윤숙 교수

 

▲ 치과계의 우먼파워 황윤숙 교수.

“큰 나무가 되기보다 울타리가 되고 싶다.” (한양여자대학 황윤숙 교수)

그녀를 떠올리면 생각나는 단어는 ‘교수님’, ‘구강보건전문가’, ‘치과위생사’라는 직함보다 ‘여장부’, 심지어 ‘교주’다.

1960년 여섯 딸 중 다섯째로 태어난 황윤숙 교수는 우연히 진학잡지에서 흰색 가운을 입은 간호사를 보고 그냥 그렇게 이 길을 선택했다고 했다. 당시 병환 중이시던 어머님을 통해 의료의 불합리를 느꼈던 점도 이유가 됐다. 치과위생사라는 직업이 잘 알려지기 전 70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렇게 치과위생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녀는 이제 치과위생사를 넘어 치과계, 나아가 전체 구강보건분야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한양대학교 치위생과 교수, 대한치위생(학)과교수협의회 회장, 보건복지부 구강보건사업지원단 부단장, 충치예방연구회 운영위원, 대한구강보건협회 서울지부 부지부장 등이 그를 대변하는 직책이다.

주어진 환경에 좌절하기보다 개척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그녀는  “항상 최선을 다하다 보니 결국 이 자리에 섰더라”는 평범한 답을 내놨다. 하지만 그녀가 걸어온 길은 결코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 한양여대 치위생학과 임상실습실 전경. 황 교수는 임상시스템을 잘 갖춰야 전문적인 역량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학자, 치과위생사로서의 삶

현재 한양여자대학 치위생과에는 모두 6명의 교수가 있다. 이들은 모두 보건의료라는 하나의 길을 향하고 있다.  어느 학과보다 단결이 잘되는 이유다. 

황 교수는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 방학임에도 학과사무실에 나왔다. 치위생과 교수들은 거의 대부분 이렇게 방학 중에도 학교에 나온다고 했다.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한마음으로 학문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한양여자대학 치위생과의 자랑은 무엇보다 소수정예 수업이다. 1, 2학년과 3, 4학년이 따로 진행하는 실습교육에는 교수 1명과 조교 1명이 전담해 학생 1명이 유니트 체어 1대를 가지고 교육을 받는다.  2개의 실습실에는 각 40대씩 총 80대의 최신식 유니트 체어가 구비돼 있다.

황윤숙 교수가 구강보건전문가로서 맡은 중책들은 더 많다. 보건복지부 구강보건사업지원단 부단장으로, 충치예방연구회 운영위원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일의 특성은 다르지만, 결국 구강보건 전문가로서 교육자를 양성하고, 국가사업을 지원하는 큰 틀은 같다.

황 교수는 “이 일들로 인해 학자로서의 보람과 치과위생사라는 전문가로서의 보람을 동시에 누릴 수 있다”며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지만 이름만 걸어놓고 일하지 않는 것은 싫다”고 말한다.

그 와중에 구강보건학회 부회장 임기는 내년 1월, 교수협의회 회장 임기는 내년 8월 끝난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황 교수는 분명 또 다른 위치에서 또 다른 자신의 일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 황 교수는 페이스북을 사용하거나 저널에 칼럼을 연재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치위생사들과 접촉면을 더욱 넓혀가고 있다.

◆ 꼼꼼하고 치밀한 성격+리더형, 복합

황 교수는 “그들이 나를 뭐라고 부르는가에 내 결론이 나 있다. 지금 얻은 자리는 내가 어느 직책의 장이어서가 아니지 않는가. 결국 진정성이 통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황 교수에게 배우지 않은 어린 치과위생사들은 물론 나이가 적당히 든 치과위생사들은 그의 성실함을 좋아한다.

직접적으로 아는 사람도 아닌데 황 교수에게 열광하는 것은 어린 치과위생사들은 그저 부럽기 때문일테고, 나이가 든 치과위생사들은 끊임없이 치과위생사들의 방향을 제시해온 그녀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큰 나무가 될 마음보다는 울타리가 되고 싶었습니다. 외부에서 위협이 올 때는 조직을 보호해줄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장이 되어야만 존재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조타수가 뭘 잡아주느냐가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장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더 중요합니다.”

20대 때는 인술을 베푸는 일에, 30대는 가르치는 즐거움에 빠져 살았다. 40대 들어 치과위생사협회에서 일을 맡게 되면서 무엇인지 모를 억울함과 싸웠다.

50대에 들어선 지금 발로 뛰는 마지막 10년이라는 생각에 황 교수는 이제 대체 무엇을 해야 하나 깊은 생각에 잠기곤 한다. 물론 60대에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히 여가를 즐길 생각이다.

황 교수가 지금 얻고 있는 명성(?)은 그냥 주어진 것은 아니다. 또 어느 단체의 장을 했기 때문도 아니다. 다만 자신이 지금 있는 자리를 소중히 다뤘기 때문에 얻어진 것이다.

황 교수는 장기판을 예로 들었다. “장기판의 기본 원칙은 졸은 절대로 뒤로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성안에서 왕은 장군 2명을 지켜야 한다. 왕이 된다는 것은 궁에 갇혀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활동에 제약이 따르기 마련이다.”

황 교수는 “스스로 무슨 재능이 있는지 잘 알고 있다. 단체의 장이 된다는 것은 우아함을 지키기 위해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며 “누군가가 오래 쉴 수 있도록 의자를 만들어 주고 싶다”고 말했다.

◆ “세월이 지난 후 평가 받고 싶어”

의료조직은 보수적이다. 치과의사, 치과위생사, 스텝의 역할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차이는 분명 있지만 차별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생각이다.

“강의 요청이 오면 처음엔 구강보건강의를 하다가 상담강의로 다시 최근엔 스텝의 철학을 강의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치과계 조직 전체를 사랑하는 마음이 기본을 이루고 있습니다. 서로 간에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올바른 조직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손을 잡고 할 일도 많은데 적대관계는 지양해야겠죠.

저는 항상 후배들에게 말합니다. ‘모든 일을 세상 탓으로 돌리지 마라’,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해라’라고 말이죠. 저는 저에게 주어진 자리가 작고 초라하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제가 한번 해볼게요’라고 말하는 편이죠.”

어렵다, 불편하다, 이득이 없다고 해서 멈춘 적은 없었다.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에 더 집중해 지나온 나날이었다.

“지금 평가받고 싶지는 않습니다. 세월이 지난 후에 존경받았던 한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잘 마무리하고 사랑받는 치과위생사, 혹은 교수로서 기억되길 바랍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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