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안전불감증 “더이상 안돼”
방사선 안전불감증 “더이상 안돼”
  • 김만화 기자
  • 승인 2011.10.1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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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폭 기준 및 환자촬영 시스템 비상, 환자선량에 대한 연구와 논의 있어야

구내치근단방사선촬영, 파노라마방사선촬영, 두부규격방사선촬영 등의 사용 증가로 치과의료방사선에 의한 노출이 최근 급증하고 있음에도 환자선량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표준화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보건복지위원회)은 지난 7일 열린 종합국정감사에서 전국 316개 의료기관의 영상장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주 의원은 의료용 촬영장비 중 방사선 피폭량이 최대 400배에 이르렀다며 피폭 기준 및 환자 촬영 이력 관리에 대한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촬영기기의 노후나 촬영조건의 과다 등 다양한 이유로 동일한 X선 촬영에서 환자의 피폭선량은 제각각이지만 현재까지 이를 하나로 묶을 기준은 나오지 않고 있다. ‘진단참고준위(Diagnostic Reference Level)’에 의존해 참고선량을 권고하고 있다. 

진단참고준위란 지역 또는 국가 단위로 광범위하게 특정 방사선 검사의 선량을 측정해 결정한 제3사분위(75%)의 값을 말하는데 이같은 측정값을 산출해 선량을 초과하는 데 한해서만 피폭선량을 조절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환자에 대한 선량측정 및 평가보고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환자에 맞는 정확한 진단 및 치료계획 수립을 위한 방사선량(effective dose) 및 나이대별 노출적량에 대한 논의는 미진한 상태다.

덴탈투데이가 치과구강안면방사선학회 등 환자선량을 주제로 최근 3년간(2007~2010) 논문을 조사한 결과, 각 나라에 보고된 진단참고준위와 문헌을 참고로 기관별·방사선장치종류별·기기년별로 권고선량에 대한 실태분석 위주의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김은경 교수(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는 “최근치과방사선검사와 관련해 환자선량에 대한 권고량을 제한하는 데 그쳤다”며 “환자의 케이스에 맞는 노출조건을 결정하고 다양한 검출기 방식을 통해 조사선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환자 위한 ‘안전한 선량’…정말 있나?

치과에서 사용하고 있는 엑스레이는 일반적으로 방사선 피폭량이 더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민정 외 6명이 발표한 ‘구강검진의 효과 증진을 위한 파노라마방사선사진의 필요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치아 몇 개만 촬영하는 치근단 엑스레이의 경우 0.003밀리시버트(mSv), 전체 치아와 턱뼈를 촬영하는 파노라마 엑스레이는 0.011mSv의 방사선 피폭량이 검출됐다.

이와같은 수치라면 여러 장을 찍더라도 전혀 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사를 반복적으로 했을 때 그 결과는 다르다.

장비의 노출방식이나 다양한 검출기 사용방식에 따라 적절한 영상을 얻는 선량분포가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적정선량에 대한 기준이 없이 반복적으로 방사선에 노출될 경우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학기술부가 2007년 국민방사선위해도평가에 관해 보고한 바에 따르면, 2004년 연간 진단방사선 진료 빈도를 살펴보면 일반진단 76%에 이어 치과 X선이 20%를 차지했다.

최근 사랑니 발치나 임플란트 수술, 교정 치료를 위해 두경부 CT를 촬영하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두부 CT촬영의 경우 2mSv가 피폭되므로 다른 치과 엑스레이보다는 피폭량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구강악안면방사선학교실의 한 연구원은 “의료기관 규모별 평균 환자선량은 촬영기마다 선량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실제 연구결과를 비교해보면 통계적 유의성을 찾기가 힘들다”며 “의료기관에서는 가장 낮은 조건에서 우수한 화질을 유지하는 최적의 촬영조건을 찾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해외서 적절치 방사선량…4년전 이미 연구돼

진단방사선영역에서는 세계적으로 영국의 ICRP(International Commission on Radiological Protection)의 기준을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척도는 1990년 초 개발된 것으로 현재 다양한 치과 방사선기기에 이 항목을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해외에서는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기준을 두고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합의되지 않았던 적절치 방사선량(effective dose)에 대한 기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존(Dr. John.B.Ludlow) 교수팀에 의해 2007년 이미 논의됐다.

▲ 존 교수팀이 effective dose와 관련해 ICRP를 비교한 표.

이 연구자료를 살펴보면 'Ludlow dose study XG3D'란 제목으로 아동, 청소년, 성인, 노인별 방사선량에 대한 권고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또 방사선량의 기준을 상·중·하로 분류해 CBCT와 MDCT의 방사선 노출량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의료기관의 저선량 촬영조건에 따른 선량의 변화를 구체적으로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 이 기준을 적용해 국내 시판 예정을 앞두고 있는 방사선기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과병의원마다 표준화된 기준이 없는 데다 촬영기기에만 연구가 한정돼 있는 상황에서는 해외의 최신 연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시로나는 ‘어린이 모드’를 새로 적용하는 등 환자별 특징에 맞는 피폭선량의 절감을 기대하고 있다. 낮은 방사선을 통해 최적의 이미지를 구현, 환자의 노출량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업체측은 “국내에서 환자가 방사선 노출이 됐을 때 이를 규제할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해외에서는 더 적은 방사선 노출에 대비하기 위해 제품의 차이를 규격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에서는 정부와 기업들이 적극 나서 환자선량을 낮추고 이와 관련한 기준을 만들기 위해 이미 많은 논문들을 쏟아냈다”며 “환자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표준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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