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제 전면개방 유보하라
전문의제 전면개방 유보하라
  • 이상훈
  • 승인 2013.01.10 17: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치과전문의제 시행에 관한 일선 개원의 입장

▲ 이상훈 치개협 전 회장을 비롯한 개원의들이 10일 치협회관 앞에서 '전문의제 전면개방'에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벌였다.
지난 2012년 12월 27일 대한치과의사협회가 개최한 ‘치과전문의제도 개선방안 및 향후 전망에 대한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의 전면개방을 골자로 하는 치과전문의제 시행방안은 효율적인 의료전달 체계의 확립이라는 본래의 목적은 내팽개치고 오로지 치과계 각 이익집단의 요구와 불만사항을 적절히 무마시키려는 짜깁기 정책에 불과한 실망스런 것이었다.

더군다나,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인 전문과목 표시 시 해당과목만 진료토록 한 의료법 제77조 3항의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하여, 전문의제도의 본질을 부정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또한 전문의제 시행이전의 비수련자는 가칭 치과통합임상전문의라는 전문과목을 신설하여 일정 교육후 전문의 시험을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는 경과조치를 한시적으로 운영하며 인정의 등 치협이 인정하는 교육과정 수료자에 한해 교육기간 단축 검토가 가능하다고 하였는 바, 과연 개업의들이 주말을 반납하고 300시간에 달하는 교육을 받아야 하는 시간낭비 문제와, 혹여 만에 하나 AGD 과정을 수료한 사람들에게 교육시간 단축 혜택을 줄 경우 졸업연차에 따른 형평성문제로 상대적으로 졸업연차가 낮은 개원의들의 극심한 저항이 예상될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의 치과통합임상전문의와 비슷한 한의사들의 '한방가정의학과전문의'는 개업의들과 학계 학생들의 극심한 반대로 시행되지조차 못하였던 전례가 있어 치과계에서도 실현가능성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수련과정에 진입하지 못한 대학졸업생들을 위한 치과통합임상전문의 과정의 신설은 수련기관, 수련시설, 수련 체계, 수련 교육 담당자, 수련 커리큘럼 등의 마련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며 준비과정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며, 수련받지 못하는 70퍼센트의 졸업생들을 대부분 수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결국 전문의제 전면 개방의 피해자는 수련 혜택을 못받는 학생들과 일선에서 열심히 1차 의료를 담당하는 대부분의 개업의들이 될 것이다.

치과는 대다수의 1차 의료기관에서 일반 치과의사들이 통합적으로 모든 분야의 진료를 담당해주어야 하며, 1차 의료기관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특수한 경우에만 해당 진료과목의 소수의 전문의에게 의뢰되어 진료받을 수 있게 하는 의료전달 체계가 갖추어지는 것이 효율적이며 전문의제의 본래 취지이다.

따라서 전문의제를 시행하고 있는 나라들은 대부분 소수 전문의제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은 학회 인정의자격 취득자중 학회회원 자격을 10년 이상 유지한 자에 한해 전문의시험 응시자격을 부여하고 4개 과만 소수의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미국도 8개 전문과만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으며, 전문의는 철저히 1차 기관에서 의뢰된 환자에 한해서 자기 전문과목만을 진료하게 하고 전체 치과의사의 6.2%의 소수 전문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영국은 아예 전문의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고, 기타 유럽 여러나라도 3 내지 6% 정도의 적은 전문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 교정과와 구강외과 위주로만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모든 치과의사들을 전문의화하여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전문의 제도를 정착시키겠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치과의사들은 학부과정을 통해 1차 의료기관에서 무리없이 대부분의 치과진료를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받는데, 이들을 모두 전문의과정을 거치게 하고, 전문의를 표방하면서 모든 과목을 진료하게 한다는 것은 실현가능성을 차치하고라도 교육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시간과 비용의 낭비이며 전문의 취득후에는 본래 취지도 전혀 살리지 못하고 광고효과로만 악용되어 치과계는 더욱 더 혼탁해질 것이다.

2001년 모든 치과인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치협 대의원총회에서 역사적인 '소수정예 전문의제'를 결의한 바 있다. 그러나 2008년 220명의 전문의를 배출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 한해 졸업생의 30퍼센트가 넘는 인원이 전문의가 되고 있고 불과 5년 사이 1300여명이나 배출되어 2016년이면 전체 전문의는 2500여명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활동 치과의사의 8.6%가 된다.

애초에 2004년 첫 인턴 293명으로 전문의제가 출발되었을 때 복지부는 소수정예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매년 정원을 3%씩 줄여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한 8개과 이상 설치돼 있는 병원, 각 과목당 전속지도의 2인 이상 요건을 갖춘 병원에 한해 수련병원 지정을 하겠다고 강하게 천명하였으나, 병원과 학회의 요구로 구강외과 포함 5개과, 전문과목당 전속지도의 1인, 전속지도의 2명 이상 구강외과 단과병원으로 수련병원 지정요건이 완화되어 출발하였다.

전문의 시험과정에서 전문의 합격숫자를 조절하여 소수정예원칙을 지킬수 있다고 호언했던 각 치과대학과 병원, 각 학회에서는 이후로 꾸준히 전공의 숫자를 매년 늘리는 데만 급급하였고, 복지부도 애초의 소수정예 원칙에서 물러나 이들의 입장을 들어주어 왔다. 이로써 전공의 정원이 줄기는커녕 2004년 인턴 293명으로 시작되어 2012년 레지던트 331명에 이르게 되었고 전문의 합격률도 매년 95%를 상회하여 처음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버렸다. 이렇듯 소수정예 원칙을 깨뜨린 데는 치과대학 및 수련병원의 필요에 의한 요구와 약속불이행, 이를 방기한 보건복지부의 책임을 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소수정예 원칙이 무너져 가고, 치과계 일부의 이기적인 요구가 넘쳐난다해도 치협은 끝까지 원칙과 명분을 지켜야만 했다. 더군다나 임기가 채 한달 정도밖에 남지 않아 정권이 바뀌어 담당자가 바뀔 경우 뒷 책임도 지지 못할 보건복지부 국장의 방안이 발표되자마자 더 이상의 의견수렴 없이 곧바로 서둘러 임시대의원회의를 통하여 다수전문의제로 매듭지어 화답하려는것은 심히 매우 우려스럽다.

대한민국 치과계를 기형적 공룡으로 만들 수 밖에없는 보건복지부의 방안은 현 상황에서 절대 받아들일 수 없으며, 졸속추진될 경우 치과계를 사분오열시키고 일대 혼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는 전문의 문제는 앞으로도 더욱 심사숙고하여 토론하고 중지를 모은다 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치협의 임시대의원회의를 통한 전문의제 전면개방으로의 급한 졸속결정은 마땅히 유보되어야 한다. 효율적인 의료전달 체계라는 명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치과인들이 납득할만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백번이라도 더욱 더 끈질기게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만 할 것이다.

이에 치과계의 앞날을 우려하는 우리 개원의들은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의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고자 한다.

1. 치과의사들 각자의 이익보다 효율적인 의료전달 체계의 확립이 최우선이다. 아무리 각계의 요구사항이 분출되고 합의 과정이 어렵더라도 '소수정예 전문의'의 대전제를 치협이 먼저 포기해서는 안된다.

2. 1차 의료기관에서 전문과목 표방시 해당전문 이외의 과목도 진료하도록 법을 바꾸려는 보건복지부의 기도는 전문의제 본래 취지를 망각하는 처사로서 이에 결사반대하여야 한다.

3. 전문의의 배출 인원은 과감히 줄여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완화되어 있는 수련기관 지정기준을 처음 계획대로 대폭 강화하고, 전공의 배정기준도 엄격히 관리하도록 정부에 요구하여 전공의 숫자를 처음 의도대로 매년 줄여나가야 할 것이다.

4. 비용과 시간의 낭비와 한의계에서도 합의에 실패하여 실현가능성에도 의문이고 보건복지부 담당자가 곧 바뀔 경우 책임도 지지 못할 치과통합임상전문의안은 비수련개업의와 학생들을 살리는 방안이 못되며 오히려 죽이는 방안으로,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

5. 치협은 이번 보건복지부의 졸속적인 전면개방 방침은 절대 받아들일수 없음을 천명해야 하며, 임시대의원회의를 통한 전면개방으로의 급한 결정은 마땅히 유보되어야 하고, 앞으로 모든 치과인이 납득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될 때까지 더욱 더 각계 각층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 또한 치과계의 운명을 좌우할 이런 중대차한 사안은 대의원 몇명이 급히 결정할 것이 아니라 전체 치과의사의 설문조사 등을 통해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여야 한다. <이상훈 전 대한치과개원의협회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