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길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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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진 기자
  • 승인 2013.10.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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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형랑 대한치과기공사협회 학술이사

치과기공계가 처한 어려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최악”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기불황 탓만으로 돌릴 수 없어 고민은 더 깊다. 탈출구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공사는 늘고 일자리는 줄었다. 트렌드를 맞추기 위해 고가의 디지털장비를 구입한 탓에 빚더미에 올라앉은 기공소도 많아졌다. 디지털화는 인력유휴 현상을 가속화시킨다. 여기에 치과기공과 개설대학은 늘어났고 국가고시 합격률도 높아 과잉인력을 쏟아내고 있다. 4년제 대학으로 승격되는 ‘인력 인플레’ 현상이 나타나면서 힘든 일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한마디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인 셈이다.

 

▲ 박형랑 대한치과기공사협회 학술이사

불가분의 파트너 ‘치과의사-기공사’

“상황이 이런데 기공영역인 커스텀어버트먼트 제조시장을 잠식당하는 사례마저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공료가 현실화되지 않는 여건에서 주변 환경만 불리해지는 것이 치과기공사들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원인입니다.” 박형랑 대한치과기공사협회 학술이사의 개탄이다.

치과기공사는 치과의사와 환자의 가교역할을 한다. 보철물 제작은 치료의 연장선이고 치과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중추적인 일이다.

하지만 기공작업을 치과의사에게서 의뢰받는 입장이다 보니 항상 약자라는 인식이 강하다. 박 이사는 “최고의 보철물을 제작하기 위해 의사와 기공사는 서로에게 꼭 필요한 존재인 만큼 각자의 전문 영역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아쉬워한다.

지난해부터 기공계는 ‘기공료 현실화’를 요구하고 있다. 심평원에서 조사한 원가를 인정하는 토대 위에서 적정수가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인틀니보험화를 추진하면서 복지부는 ‘타 직역간 형평성’을 이유로 기공료 산정과 분리고시를 거부했다.

 

▲ 지난해 6월 치과기공사들이 노인틀니보험수가에서 기공요금을 고시해줄 것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개인 사업장을 따로 독립적으로 개설하고 치과에서 환자 개인의 맞춤형 주문을 의뢰받아 전문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치료 목적의 특수보철물을 제작한다는 점에서 치과기공은 다른 직역과 엄연히 다릅니다. 공산품처럼 물건을 미리 만들어 놓을 수도 없고 인력관리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공료 현실화 없이 기공사의 처우개선은 절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지금은 치과의사가 환자의 보철치료비 절반을 건강보험공단에 5단계로 나누어 청구하는 구조다. 각 진료단계에는 치료비 안에 기공료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얼마가 기공료에 해당하는지 분리고시되어 있지 않다. 박 이사는 “현행 제도 하에서는 치과의사가 주는 대로 받아야 하는 소위 ‘갑의 횡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치과에서 좀더 저렴한 기공소를 찾다 보면 경쟁을 부추겨 기공료 문란을 초래하고 기공계가 존폐의 기로에 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가격경쟁은 기공물 부실을 낳아 고스란히 환자의 피해로 돌아갈 수 있다. “실제로 지금 기공계는 이런 경우에 많이 노출되어 기초가 흔들리고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라고 그는 우려한다.

 

▲ 박형랑 이사는 분리고시를 통해 '기공 행위 인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 탈출구는 ‘기공행위 인정’

박 이사는 현행 단계별 청구시스템이 치과에서 직접 기공물을 제작하거나 기공소 작업과정을 거치지 않고 보험공단에 허위로 청구할 개연성도 있어 문제라고 했다.

노인복지라는 본래의 취지와 달리 일본처럼 허접한 ‘호주머니 틀니’만 양산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따라서 틀니제작 기공요금 고시를 통해 기공료를 정당하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근거를 제공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건보공단의 기공료 청구항목에 재료비만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기공행위에 해당하는 기술료, 즉 인건비에 대한 청구조차 할 수 없는 구시대적 기공체계구조를 적용하는 것이지요.”

기공행위는 치과기공사의 인건비에 해당하는 항목이다. 이 항목은 분류돼 있지 않고 단순히 기공재료비에 포함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는 “선진외국의 경우 일정비율로 기공료를 산정하여 분리고시하고, 고시된 기공료를 청구하는 체계”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대한치과기공사협회는 내년에 설립 50주년이 된다. 반세기 역사에서 ‘기공행위 인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건 불과 지난해부터다. 협회는 이 문제에 사활을 걸고 관련 부처, 이해관계단체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박형랑 이사는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상생의식’에 있다고 말한다. “상생을 위해서는 상대 직역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서로 존중하며 더불어 발전하는 자세가 요구되는 것이지요. 그래도 세상은 아직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를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다고 굳게 믿습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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