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제 ‘설립기준, 77조3항’ 팽팽한 줄다리기
전문의제 ‘설립기준, 77조3항’ 팽팽한 줄다리기
  • 구명희 기자
  • 승인 2014.03.04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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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치협, 치병협, 개원가…이언주 법안 의견 분분

지난해 말부터 유난히 시끄러웠던 전문의제도가 다시 한 번 불거지고 있다. 두 달 사이 전문의제도와 관련된 공식 기자회견이 5번 이상이었고 비공식을 포함한 보도자료 배포까지 포함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올초 신년 기획특집으로 다룬 전문의제도와 달라진 것은 ‘다수 VS 소수’ 싸움에서 ‘이언주 법안과 77조3항사수 VS 삭제’로 논란의 중심이 바뀌었다.

지난 1월1일부터 1차 의료기관에서도 전문과목을 표시하고 그 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 진료할 수 있게 됐다. 현실적으로 각 치과 전문과목별 진료영역을 구분하는 기준이 쉽지 않아 환자와 치과의원에서 혼란이 예고됐다. 수익성이 높은 진료에 편중될 우려와 병·의원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것도 문제였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 1월3일 ▲치과병원 요건을 5개 이상의 병상과 구강악안면외과, 치주과, 치과보존과를 포함한 5개 이상의 진료과목 및 각 진료과목마다 전속하는 전문의를 두는 것 ▲치과병·의원을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을 바탕으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법안이 발의됐을 때 어느정도 반대는 예상했다. 2월 국회 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검토보고서를 보니 예측대로 몇몇 단체는 이언주 법안을 반대하고 있었다.

치과병·의원 설립기준 ‘의견 충돌’

치과 진료과목 및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병원급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해당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하도록 하는 내용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치과의료 관련 환자와 일선 치과의원의 혼란 및 진료과목 편중을 방지하고 치과전문의 제도를 통한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치과는 일부 진료과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외래진료 환자라는 특성이 있다. 5개 과 이상 진료과목 및 전속 전문의 배치는 개설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며 다른 병원과의 형평성에 반하는 측면이 있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치병협은 “치과의료 특성상 외래환자 중심이어서 입원환자 비율이 현저하게 낮고 구강악안면외과 외 타 진료과의 경우 병상이 필요 없다는 점 등을 이유로 시설기준에 병상수 및 전속 전문의 기준은 불합리하다. 치과용 유닛 체어로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을 냈다.

반면 치협은 “치과병원의 기능과 역할에서 치과의원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의료법 77조3항의 취지를 고려해 치과병원 설립기준을 명확하게 규정함으로써 의원과 구별되는 병원 역할 정립, 1차 의료기관의 활성화와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에 찬성했다.

1차 의료기관에서 개설조차 하지 못하는 것은 전문의 제도를 이전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위헌 소지가 지금보다 더 많이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떤 법안이 결정되더라도 위헌의 소지는 있지만 현재 상황을 볼 때 대의원총회를 위한 대안을 만드는 것에 급급해 추후 발생할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상태.

한 개원의는 “만약 법안이 통과돼도 오래가진 않을 것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위헌 소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통과 후 시행되더라도 언젠가는 헌소를 통해 법이 무효화 될 것이다. 77조3항보다 제한하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77조3항 사수 VS 삭제 상반된 주장…본심은?

치과 진료과목 및 전문과목을 표시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병원급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해당 과목의 환자만 진료하도록 하는 것을 삭제하는 내용이 개정안에 포함됐다.

치과의료 관련 환자와 일선 치과의원의 혼란, 진료과목 편중을 방지하고 치과전문의 제도를 통한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려는 것이다.

복지부는 “병원급에만 전문과목을 표시하도록 제한하는 77조2항은 양질의 치과의료인 육성이라는 치과전문의 제도의 취지가 형해화될 우려가 있다. 전문의의 직업수행의 자유와 표현, 평등권 침해 등 위헌 소지가 있다”며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의 환자진료 제한규정을 삭제하는 77조3항은 전문의 제도의 발전과 현행 규정의 위헌가능성 배제를 위해 타탕하다”고 밝혔다.

“전문의의 전문과목 표시 제한은 타과와의 형평성 및 환자의 알권리와 진료선택권, 의사의 진료자율성 등을 침해하고 전문의제도의 무력화와 치과의료서비스의 질적 저하가 우려돼 부당하다”는 것이 치병협의 의견이다.

치협은 “과목별 진료영역 구분의 어려움 등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77조3항을 삭제하고 병원급 이상만 전문과목을 표시하도록 해 올바른 치과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 시사했다.

협회 관계자는 “몇몇 단체의 반대는 예견했다. 일부가 반대해도 국회 통과를 위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간판만 안 걸었지 신고를 하고 전문과목만 진료하고 있는 치과도 있다. 한 개원의는 “전문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란 고민을 들어봐야 한다”며 “전문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명칭이라도 변경해달라”는 현실적인 의견을 제기했다.

또 다른 개원의는 “과목 기준이 없는 것은 시급한 문제다. 이언주 법안은 77조3항의 정신인 전문과목 진료가 실종된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전문과목을 표방한 간판을 내걸려면 과목을 치과보철과, 치과교정과, 소아치과란 명칭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진료 범위가 어디인지 명확히 알려주는 곳도 없다.

제도가 시행되면서 소송 등을 대비해 치협과 각 학회는 전문의 영역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몇 차례 회의를 가졌다. 하지만 과목별 주장하는 진료 영역의 중복이 많아 쉽지가 않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의문이다. 정말 필요했다면 몇 십 년간 해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지, 개원가에 도움이 되는 제도인지, 안이 결정돼 시행 후 효과가 있을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전문의 자격을 갖고 있는 한 치과의사는 “치과계가 어려워 문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만약 이언주 법안이 통과된다면 전문의는 의미가 없다. 왜 제도가 유지돼야 하며, 차라리 전문의 제도를 없애는 것이 낫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 지난달 21일 전문의 특위는 마지막 회의에서 특위가 도출안 3가지 안을 협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전문의제도와 선거’ 끊어지지 않는 8자 매듭

체감을 느껴야 하는 단체는 크게 목소리는 내지 않고 있다. 전문의제도 단일화 도출이란 임무를 맡은 전문의제도 개선방안 특별위원회의 지난달 21일 공식적인 회의를 마무리했다. 그들은 이언주 법안이 아닌 특위에서 낸 3가지를 안을 대의원총회에 올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착 자신의 밥그릇 문제인 개원가는 별로 관심이 없다. 오히려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는 단체에서 나서는 상황이다. 지켜보다가 총회가 가까워 오자 새로운 안을 제출한 치협 집행부, 협회장 선거 예비후보들은 수차례 성명서와 기자회견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개진해왔다. 물론 선거와 맞물려 진행되는 사안이라 모두가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일 것.

지난달 25일 치협은 “일부에서는 국회 검토보고서에 요약된 내용만을 근거로 치협이 77조3항의 삭제만 찬성한 것처럼 회원들을 호도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치협은 “의료법 77조3항만이 폐지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뿐 아니라 치과의료전달체계를 명확히 해 전문의 진료기관에 대한 엄격한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었다”며 “치협의 의견을 이언주 의원에게 밝혀 동 개정 법률안이 발의될 수 있었던 것이다. 안이 담고 있는 전문의 진료기관의 규정에 대해서 확고한 사수입장을 갖고 있다”고 표명했다.

지난 3일 치과미래정책포럼 김철수 대표는 치협의 태도를 정면 반박했다. 그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 109쪽에 기술된 의료법 77조3항에 대해 협회가 제출한 의견을 보면 ‘전문과목별 진료영역 구분의 어려움 등으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77조3항을 삭제하고...’라고 적시돼 있다. 협회는 77조3항에 대해 이중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음달 열릴 대의원총회에서 결판이 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하나의 의견으로 취합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만약 대의원총회에서 모든 의견이 부결된다면 복지부가 나서는 상황이 된다.

보건복지위원회는 공무원들이 낸 안이다. 따라서 복지부의 뜻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복지부는 자신들이 생각하는 범위 내에서 결정해 밀고 나갈 것이 분명하다. 지금 복지부는 지켜보기만 할 뿐. 항간에는 복지부 장관의 결재가 끝나 안을 개봉하는 날만 기다리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도 한다.

복지부는 당사자인 치과계만큼 깊이 있게 제도에 대해 알지 못한다. 단순하게 조항을 없애버리고 정부의 입장을 적용시키려는 것이다. 행정업무 처리가 편리하도록 제도를 변경하겠다는 뜻임은 자명하다.

선거와 맞물려 전문의제도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진심으로 치과계와 국민을 위한 방안을 주장해야 하는 것이지, 선거공학적인 측면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 어떤 제도가 진정 치과계를 위한 길일까?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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