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적정성평가’ 변질 논란 휩싸여
‘심평원 적정성평가’ 변질 논란 휩싸여
  • 송연주 기자
  • 승인 2014.07.08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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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일수 평가, 의료 질 외면하고 비용 줄이기 위한 의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도입한 ‘적정성평가’가 의료기관의 ‘줄 세우기’ 용도로 변질됐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의료진들은 누구를 위한 평가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적정성평가에 대한 논란이 가장 크게 불거진 것은 최근 심평원이 6차(2014년 6~8월 진행) 급성기 뇌졸중 평가에 입원일수 지표를 포함하면서부터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최근 “입원일수를 포함한 적정성 평가를 분명하게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각을 세웠고, 뇌졸중을 진료하는 신경과 의사들의 반발심도 거세졌다.

한 대학병원의 신경과 교수는 “(심평원의 적정성평가는) 뇌졸중 환자 입원일수를 줄이면 점수가 높아지는 구조”라며 “병원이 환자를 내몰면 누가 커버하느냐”고 성토했다.

그는 “안그래도 병원은 뇌졸중 환자 재원일수를 줄이려고 한다”며 “뇌졸중 환자의 진단·치료과정은 3~4일이면 끝나는데, 그 이후에는 수익성 나는 진료행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안그래도 병원들은 뇌졸중 환자의 재원일수를 줄이려고 한다”고도 했다. 

그는 “뇌졸중 환자의 핵심재활기간은 적어도 3개월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대다수 병원의 재활학과 병상이 20개 이하라 원내재활마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뇌졸중 환자를 커버해줄 의료공간이 없는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 재원일수까지 평가하면, 아무리 중증도를 반영한다고 해도 일선 의료진 입장에선 환자를 밀어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뇌졸중학회 역시 “입원일수 지수는 태생 자체가 진료의 질보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진료현장에 심각한 왜곡과 혼란을 야기한다”며 “병원은 평가성적을 고려해 중환자 진료를 기피하고, 뇌졸중 후 장애가 심하거나 합병증이 있는 환자에 대해 조기퇴원을 유도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무엇보다 크게 쟁점화된 것은 적정성평가가 의료기관을 줄 세우는 식의 제도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적정성평가에서 대다수 의료기관이 높은 등급을 받자,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과도한 기준을 평가지표에 포함한다는 것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심평원은 적정성평가를 통해 변별력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하지만 평가의 본래 목적은 뇌졸중 진료를 제대로 하는 최저선을 정해 그 이상의 진료를 제공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변별력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줄세우기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 심평원 “7차 평가 원점 재검토” … 줄세우기 논란 종지부 찍을까?

논란이 거세지자, 심평원은 수습에 나섰다. 이번 6차 평가에는 입원일수 지표를 반영하되, 내년에 진행하는 7차 평가에는 평가방향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것이다.

평가대상 기간 설정, 자료추출 방법, 지표 등 평가와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를 원점에서 검토하겠다는 설명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보통 평가가 끝나면 다음 차수 계획을 수립하는데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6차를 진행하면서 2트랙으로 7차 계획을 미리 논의키로 한 것”이라며 “앞으로 논의를 거칠 것이므로 7차에서의 재원일수 포함여부를 확답할 순 없으나, 평가의 진정한 의미와 환자 혜택, 의료기관 입장 등 전반적인 부분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6차 평가와 관련 “의료진이 신념에 따른 진료로 인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사실상 재원일수 지표 비중은 크지 않다. 의료기관이 중증환자를 기피하거나 장기입원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퇴원시키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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