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영리 자회사’ 왜 막아야 하나?
‘병원 영리 자회사’ 왜 막아야 하나?
  • 유동기
  • 승인 2014.07.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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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기 동작구치과의사회장
의료 선진화, 경쟁력, 성장 동력이라는 미명 하에 박근혜 정부는 의료영리화의 변형된 괴물인 영리자회사를 들고 나와 이를 국회 동의 없이 정부차원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병원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이 왜 종국적으로 의료영리화인지에 대해 논하고 정부의 논리인 의료영리화가 일자리 창출과 미래성장동력 확보와 내수활성화에 과연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대자본 독과점체제 유발하는 의료영리화

의료영리화도 세계화, 개방이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 노무현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거론되었다. 자본주의의 핵심 이론인 아담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즉 각 개인이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도록 내버려두면 결과적으로 사회전체의 복리를 증진시킨다는 논리에 입각한다고 할 수 있겠다.

의료영리화의 절대적인 자유경쟁은 비교우위(케인즈 주창)에 의해 결국 현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현상처럼 대자본의 독과점체제를 유발하게 될 것이다. 산업 및 내수를 차지하는 유통시장, 농산물, 생필품 시장 등 사회 전반에서 절대 강자가 독식하는 것이 불가피한 현상으로 나타나고, 이는 사회 양극화와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90%가 이미 의료민영화가 된 의료시장에서도 수도권에 위치하는 대형병원 중심으로 급성장하고 개인 의원, 중소병원, 비수도권 의료기관들의 위축은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병원의 영리 자회사를 통해 자본의 투자를 자유스럽게 받아 편법적인 의료영리화를 한다면 보건산업진흥원의 연구결과(2009)에 따라 전체병원 6.8%만 영리화를 하여도 개인병원의 20%가 파산한다고 한다.

OECD 국가 중 의료 민영화를 유일하게 시행하고 있는 미국처럼 국내총생산(GDP)의 18%(유럽 국가들은 GDP의 10%, 우리나라는 6%)를 보건의료 분야에 소비하면서도 국민의 건강관련 지표는 세계 최하위권인 30위이다. 또 미국에서 가계 파산의 가장 큰 원인인 병원비로 파산자가 200만 명에 다다른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의료영리화의 시조격인 미국에서 이런 의료영리화의 폐해를 고치려고 오바마 대통령은 의료개혁을 외치면서 한국의 의료보험정책을 오히려 연구대상으로 삼기도 하였다.

현 정부가 발의한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는 외부 자본으로부터 자유롭게 투자 받을 수 있고 이익에 대해 배분할 수 있으므로 실질적으로 의료영리화 허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삼성 같은 대자본이 들어오지 않는다고 복지부에서 주장하지만 삼성 계열사나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얼마든지 다른 이름을 걸고 투자가 가능하다. 미국도 실질적으로는 일부 기업에서 민간 의료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공적 보험체계 붕괴

정부의 주장대로 자유경쟁을 통해 의료선진화와 의료관광에서 수입 증대는 일정부분 이룰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도한 의료비용 상승과 대자본의 고효율의 독과점병원으로 인한 동네병원 및 중소병원의 파산으로 인한 의료중산층의 몰락과 의료의 대도시 집중화, 이에 따른 공적 보험체계의 붕괴가 뒤따를 것이다.

경제자유구역(인천, 부산, 제주, 대구, 광양)에서 의료영리법인 허용을 2003년 7월에 실시했지만 해외자본 유치는 전무한 상태이다. 이는 의료시장개방을 통해 외화벌이를 하겠다는 발상에 근본적으로 비현실적이었음이 입증되었다. 의료영리화의 의미는 다른 제조업이나 유통업에서 나타난 것처럼 대자본의 독식현상이 의료시장에서도 대다수의 파이를 일부 대자본이 다 가져가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덴마크가 영리약국법인을 허용한 지 10년 만에 3개의 법인이 전체 시장을 장악한 역사적 사례들이 또한 증명하고 있다. 서비스 산업은 자동화, 정보화, 세계화와 더불어 고효율을 지향하는 무한경쟁의 세계경제 구도 속에서는 인간이 일할 곳은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미래학자들이 말하듯 서비스산업은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곳이며 의료산업은 세계적 고령화로 유망하다 할 수 있다.

선거 때가 되면 동반성장에 대해 치열하게 거론되었지만 현 정부도 마찬가지로 그 공약을 망각한 듯 성장지상주의적인 친 대기업정책 찬가만 부르는 듯하다. 최근 반세기의 국민과 기업인의 노력으로 삼성이나 현대차 같은 세계적 기업을 낳았지만 아이러니하게 내수시장의 침체와 일자리 감소 및 가계부채로 국민들과 청년들은 허덕이고 있다.

의료선진화를 통한 의료산업 발전 및 일자리 창출과 국민의 안정된 의료보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무한경쟁만 강요하는 미국식 의료영리화는 과도한 의료비에 비해 낮은 의료혜택이 있는 실패한 모델임이 증명되었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최근에 통일국가라는 점과 의료제도에 대한 만족도가 OECD 국가 중 최상위층이라는 점에서 모델로 삼아야 된다고 본다.

‘공존의 번영’ 깰 것인가

그들의 의료보장의 기본 목표는 첫째, 장기적으로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보장, 둘째, 경제성장과 고용에 미치는 부작용 억제, 셋째, 연대성과 분배정의 유지, 넷째, 의료시장의 전반적 영역에 걸쳐 경쟁의 원리 활성화이다. 이들의 목표를 분석해 보면 성장과 분배를 잘 조화시키려는 목표설정으로 한국의 의료제도개혁에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독일의 의료체계는 주치의, 전문의, 병원 간의 진료의뢰와 회신, 회송시스템이 구축되어 서로 간에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되었고, 이를 통해 환자진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의료비용을 줄이는 실익을 거두고 있다. 또한 주치의, 전문의, 병원 간에 상호 협력하는 통합적 의료제도를 통하여 병원수입도 증가하고 있다. 의료보험체계도 연간소득이 7000만 원 이하에서만 강제 가입할 수 있는 공적의료보험과 그 이상의 소득자는 민영보험을 의무가입하게 되어 있다.

독일 의료시스템은 의료선진화와 국민건강에 있어서 사회보장안전망 구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1989년부터 2009년까지 20여년 동안 총 8번에 걸쳐 보건의료개혁을 하였다. 가장 직접적 요인은 한국의 처지와 비슷하게 통일 및 고령화사회로의 진입으로 인해 초래된 공적 질병보험의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력의 산물이었다.

국민의 70%가 반대하는 의료개혁안에 대해 진지하고 미래지향적인 대처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순전히 자본의 이익이나 성장의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공존의 번영을 깨는 처사이다. 역사적으로도 공존을 추구할 때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사회를 영위할 수 있다는 교훈을 상기하기 바란다. 한국의 의료체계도 고령화, 통일이라는 큰 변수를 고려하여 장기적인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여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영리자법인을 통한 투자와 부대사업을 함으로써 대형병원의 적자를 메울 수 있다고 대형병원을 설득하고 있다. 모 법인이 비영리법인인데 자회사는 영리법인 즉 수익을 분배해갈 수 있는 주식회사를 만들고 있는 현 정부 개혁안의 유일한 승자는 대기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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