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계-정부, 경영난 원인 갑론을박
병원계-정부, 경영난 원인 갑론을박
  • 이우진 기자
  • 승인 2014.11.14 14: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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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열린 토론회에서 패널들이 발표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병원계와 수가 관련 연구자, 정부가 한자리에 모여 ‘원가 이하의 낮은 수가’ 해결을 위해 토론회를 벌였으나 의견에 큰 차이를 보이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병협은 14일 서울 63 컨벤션센터에서 ‘원가 이하의 수가 구조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패널 토론회를 열었다. 그러나 병원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병원 경영난의 원인을 두고 큰 시각차를 보였다. 병원계는 수가 금액 자체가 낮다는 입장을 내놓은 데 반해 정부는 저수가보다 병원이 불필요한 비급여 치료를 시행해 불균형을 일으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연구자는 “급여수가 원가 이하” … 복지부 “저수가는 행위 불균형 문제”

토론에 참석한 병원계와 연구자들은 가장 먼저 “현재의 수가가 원가 이하”라며 “병원을 지탱할 수 있을 만큼의 수가를 정부에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왕준 병협 정책국제이사는 “현재 수가가 원가 이하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며 한 병원에서 일어난 사례를 제시했다. 낮은 급여가 결국 환자의 건강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왕준 이사에 따르면, 하루나 이틀에 한번씩 드레싱을 해야 하는 환자의 경우, 병실에서 드레싱을 하는 환자와 수술실까지 가서 전신을 드레싱하는 환자에게 받을 수 있는 급여수가는 7500원으로 같다. 가산을 더해도 1만원이 채 되지 않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의료진이 수술실로 내려가서 드레싱을 해야 하는 환자에게도 병실에서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결국 환자의 건강상태가 악화되는 경우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석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연구소장은 “우리나라의 급여범위와 수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맞다”며 “지난 2012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원가 보존율은 종별 구분 없이 급여범위의 84%, 비급여의 106% 정도다. 비급여행위로 급여행위의 적자를 메우는 형태”라고 지적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은 “근거는 없어도 급여수가가 부족할 수 있겠다고 느낀다”며 “단, 급여의 환산지수만 놓고 보면 수가가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상대가치가 증가한 것까지 감안해 수가 적정성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견은 이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단순히 수가가 많고 적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의료현장에서의 필요없는 급여와 의료기관별 소득 편차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

▲ 손영래 복지부 과장.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저수가 문제는 불균형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급여 수익은 낮을 수 있지만 불필요한 의료로 버는 수익은 많다. 이것이 정상적인지 먼저 논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현진 건보공단 보험급여연구실장은 “원가와 수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평균적인 것이다. 더욱 중요한 건 의료기관 사이의 소득 편차”라며 “같은 급수의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어떤 기관은 수가로 이익을 내고 또 어떤 기관은 적자가 난다. 이런 상황이 패턴화돼 있어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의견에 이왕준 이사는 “정부는 ‘병원이 원가 보상이 안되니 불필요한 비급여로 수익을 내려한다’는 말을 한다”며 “의료설계의 문제를 공급자의 문제로 전제하지 말라. 의사와 간호사의 임금 역시 시장 가격이 존재하는데, 이것을 평균 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론하기도 했다.

“병원 수가손실분 데이터화 해야 … 논리적 자료로 수가 논의하자”

한편 이날 토론에서는 병원의 수가손실분을 공개, 데이터로 제작한 뒤 손실분을 보상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 윤석준 심평원 연구소장.

윤석준 소장은 “수가 손실의 근거 자료에 대해서는 지금보다 더 전향적이어야 할 것 같다”며 “요양기관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채널을 만들어 경영 구조와 손실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한 뒤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런 부분에 병원들이 인색한 듯싶다”고 지적했다.

신영석 부원장은 “(윤석준 소장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동안 수가 산정을 위해 필요한 믿을 만한 데이터 구축이 안돼 있다”며 ‘한 의견에 반대 급부를 내놓더라도 논리적 자료를 토대로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수가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영래 과장은 이같은 의견에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를 폐지하면서 손실분의 전액을 보장하겠다 했다”며 “다만 불필요한 비급여는 줄여야 한다. 급여로 인한 손실을 막으면서도 비급여 없이 병원의 적자를 메꾸는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토론에서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을 이용해 토론 참석자가 패널에게 직접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콜라보’ 시스템이 도입됐으며, 참가자들은 한국 의료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유명무실한 의료전달 체계와 지역간 불균형, 중소병원 퇴조’를 가장 많이 지적했다.

▲ 토론회 중 참가자들이 답한 ‘한국 의료시스템의 문제점’ 설문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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