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제 다수 과목 신설하자
전문의제 다수 과목 신설하자
  • 조영탁
  • 승인 2015.07.21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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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영탁 원장(서울가우디움치과)
의료법 77조 3항은 결국 위헌으로 결정됐다. 이번 판결에도 치과전문의제와 관련하여 변한 것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치과가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기존에는 교정과, 구강외과와 같이 단일과목만 진료하는 경우 전문과목을 표방하여 30여 곳에 불과하였지만, 이제 보철과, 치주과 등 치과의원의 적을 두고 있는 776명의 전문의가 전문과목 표방이 가능해졌다. 그리고 보다 확실한 것은 치과전문의제도의 전제가 모두 무너졌다는 점이다.

필자는 미수련 일반 개원의로서 서울시치과의사회 법제이사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법제이사가 아닌 서울지부 전문의제도대책마련을 위한 특별위원회에 참가하고 있는 미수련 일반 개원의로 논의하고자 한다.

치과의사전문의제도는 2001년 제50차 정기총회에서 1)1차의료기관 전문과목 표방금지 2)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전제로 기존 치과의사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소수정예로 출발했다. 그동안 현실에서 개원의가 바라본 전문의제 원칙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보자.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된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의료법 제77조 제3항에 대해, 치과전문의 30명이 2013년 11월 26일에 의료법 제77조 제3항은 직업 자유권, 평등권, 환자 자기결정권 등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였고, 헌재는 2015. 5.28 “의료전달체계의 공익적 요소가 있음에도 사적 이익추구가 우선한다"면서 위헌 판정하였다. 개원가의 치과전문의 모두가 제약 없이 전문과목을 표방할 수 있게 되면서 첫째 원칙이 무너졌다.

다음으로 소수전문의가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여부이다. 2008년 1회 전문의시험 이후 전문의 소수배출을 위한 많은 노력들이 있었다. 각 학회에서는 전문의 시험과정에서 전문의 합격숫자를 조절하여 소수정예원칙을 지킬 수 있다고 호언했지만, 전문의 자격시험 합격률은 응시자의 95%에 달한다. 전문의 시험은 60점 이상만 취득하면 전문의 자격이 가능한 ‘자격시험’으로 인위적으로 정원 조정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작된 치과의사 전문의는 졸업생 기준 8%를 이야기했지만 현재 졸업생 기준 35%에 이르러 매년 300명 가까운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다.

▲ 치과의사 전문의 배출현황(2008~2014)
오히려 2007년 1회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치과대학병원 전공의 협의회에서는 “8% 전문의는 어디에서 명문화되어 있지 않은 규정”이라면서 “똑같이 4년을 수련 받았는데, 시험 하나로 전문의 여부를 가린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최악의 경우 자격시험 집단 응시 거부나 헌법소원을 낸다”고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전문의 시험이 자격시험으로 치러지는 한 원천적으로 전공의 수를 감축하지 않으면 전문의 감축은 어렵다. 그러나 수련기관 입장에서도 전공의 인원을 감축하면 병원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는 수련기회의 확대를 통해 국민들에게 더 나은 진료환경을 제공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수련인원 감축을 원하지 않는다. 2012년 12월 27일 치과의사전문의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보건복지부 임종규 건강정책국장이 발표한 바에 의하면, 오히려 다수의 전문의를 통해 국민들에게 양질의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입장이다.

의과의 90%에 육박하는 전문의에 비추어볼 때 치과만 10% 이하의 소수정예 전문의를 논하는 건 치과의사들의 시각이 아닌 국민들 시각에서 볼 때 어렵다. 첫 치과의사 전문의가 응시생의 95.7%인 220명이 배출되었을 때 서울시 치과의사회, 구회장협의회, 건치, 지부장협의회 모두 “‘8% 소수정예’라는 치과계의 대원칙이 무너졌다”며 “이상적인 전문의제도가 발전할 기틀이 보이지 않는다면, 전문의제도를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하였다.

현재 전문의 자격취득자는 2,126명으로 이 중 776명이 치과의원에서 진료하고 있으며, 향후 20여년이 지나면 전문의는 전체 35%에 이르게 된다. 현재 전문의제도가 유지되었을 경우 20년 후 수련을 받지 않고 개원하게 되는 일반의의 관점에서 보면 소수전문의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 “가방에 비유하면 보철 전문의는 명품 샤넬백, 일반의는 동대문표 저가형 짝퉁”
마지막으로 의료전달체계다. 2000년 4월 20일 보건복지부가 협회에 보낸 전문의제도에 관한 의견서에 의하면 “치과 전문의제도 도입 전제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는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1차 기관인 치과의원과 2차 기관인 치과병원·치과대학병원간의 업무영역이 확실히 구분되어야 하나, 대부분의 전문과목에서 업무비중 구분이 불명확하거나 곤란하여, 치협에서 요구에 의한 의료전달체계의 시행은 어렵다”고 하였다.

장기별로 구분되는 의과의 전문과목과 달리 구강 내에서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치과진료의 특성상 1차 의료기관에서의 의료전달체계는 현실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치과전문의가 배출된 8년여의 기간 동안 의료전달체계의 공익적 목적보다는 오히려 광고의 수단으로 활용된 것이 사실이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치과전문의를 검색하면 전문의와 관련한 많은 광고를 쉽게 접할 수 있다.

▲ “1년에 4명”, “교정전문의치과에서 치료받고 있습니까”
치과전문의제 논의에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치과전문의”를 “전문의가 일반의보다 진료를 잘한다” “보건복지부가 인증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는 광고나 간판의 수단으로 이용돼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향후 전문의가 증가함에 따라 관련 학회에서는 전문의의 진료에 대해 더욱 많은 홍보를 할 것이고, 현재와 같은 전문의제도에서는 이는 더욱 악용될 것이다.

일차의료기관에서 전문의와 일반의가 경쟁을 위해 반목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 일반의가 경쟁에서 희생되고 도태된다면, 전문의 역시 상생할 수 없을 것이다. “전문의가 일반의에 비해 진료를 잘한다”는 비교·비방광고, “전문의한테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치료효과를 보장하는 소비자 현혹 광고를 제재할 분명한 제도적 방안이 필요하다.

전속지도전문의의 경우도 공직을 그만두고 개원하게 되면 바로 그날부터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전문의가 가능하다. 전공의를 교육하는 공직에만 있을 때만 전문의 자격을 주는 한직전문의제도가 왜 논의되었는지에 대해 공직에 계신 분들이 깊은 책임감을 가져주시기를 당부 드린다.

전문의제도에 대한 경과규정은 기 수련자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의제라는 것이 시행되지 않았을 때 수련과정을 선택하지 않았던” 또는 “전문의가 8%만 나올지 알고 수련과정을 선택하지 않았던” 일반의에게도 해당한다. 99년 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기존 치과의사 중에 임상경험이 일정기간 경과된 자에게 희망하는 과목에 한하여 소정의 절차를 거쳐 전문의 자격을 부여한다”고 한 결의안을 소수정예 전문의를 위해 후배들에게 양보한 것 또한 기 수련자만은 아니다.

▲ 치과개원을 알리는 현수막. 개원을 알리는 현수막이라 하더라도 “OOO교수” “임플란트, 보철, 턱관절치료”와 같은 광고내용이 있으면 사전심의를 받아야 한다.
2008년 3월 공직지부총회에서 이재봉 교수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 따르면 과거에 수련을 마친 사람들뿐만 아니라 기회가 없어 수련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일정한 보수교육을 통해 치과의사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판결”하였으므로 전문의제와 관련한 논란을 종식시키기 위해 전문의를 전 회원에게 개방하자고 하였다.

이에 기 수련자의 10개 전문과목 경과조치 시행을 전제로, 신설전문과목을 통합치과전문의를 포함하여 임플란트, 심미, 노인치과, 근관 등 다수를 신설하여 현재 치과전문과목을 많게는 15개까지 늘릴 것을 제안한다.

치과의사전문의 과목을 대폭 확대하여 대외적으로 치과의사의 위상을 재고하고, 보건복지부와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 높은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협회에서도 신설 전문과목을 개설하여 제도적인 문제로 전문의 수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었던 65% 비수련자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으므로, 치과 일차 의료기관에서 국민들이 실제적으로 필요한 진료과목을 신설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 신설전문과목 : 기 수련자의 10개 전문과목 경과조치 시행을 전제로, 신설전문과목을 4-5개정도 신설하여 현재 치과전문과목을 많게는 15개까지 늘립니다. 

나. 신설전문과목목적 : 치과의사전문의 과목을 대폭 확대하여 대외적으로 치과의사의 위상을 제공하고, 보건복지부와 국민들이 원하는 수준 높은 치과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또한 협회에서도 신설 전문과목을 개설하여 제도적인 문제로 전문의 수련을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었던 65% 비수련자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으므로, 치과 일차 의료기관에서 국민들이 실제적으로 필요한 진료과목을 신설합니다. 

다. 신설과목 제도안착 위한 주요 쟁점 

1) 어떤 과목을 신설할 것인가?

임플란트, 심미, 근관(보존전문의에서 분리), 노인치과(소아치과와 대비), 통합치과 

2) 과목신설에 따른 경과조치

- 현재 치협이 가지고 있는 7년짜리 로드맵을 그대로 적용

- 각 과목별 학회에서 인정하는 교육을 이수한 치과의사는 경과조치 필수 교육 이수 점수를 책정, 신설과목 전문의 취득 시점은 정식수련과정(3년 기준)을 이수한 수련의와 모두 동일하게 적용.

- AGD가 실패한 선례에서 볼 수 있듯이 치과의사 취득 연한에 따른 교육시간의 차등은 두지 않는다. 

3)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

- 위 과목은 모두 치협 인준 분과학회로(통합치과학회는 오히려 현재 가칭학회) 전적으로 학회에서 수련과정 기준을 마련하여 관련 수련기관 설립을 주도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2013년 서치 대의원총회에서 강북구회는 “임플란트 전문의를 신설”을 일반안건으로 제시하였는데, 이는 “임플란트 전문의는 다수개방 전문의제의 장점을 살리며, 불법네트워크 문제의 해결안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으며 보건복지부에 질의한 바에도 “치과계가 합의를 이룰 수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대한인공치아골유착학회 정문환 회장은 최근 치과신문과의 취임 인터뷰에서 “치과의사전문의제도와 관련해 77조3항의 위헌판결로 치과계에 많은 혼란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전문의제도에 대해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만약 다수개방을 해야 할 필요가 있고, 신설과목까지 개설해야 한다면 치과의사들이 임플란트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임플란트 전문의를 신설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강조하였다.

올바른 전달체계 속에서 소수정예 전문의제를 이야기한 원칙은 신설전문과목에서도 유효하여, 기 수련자의 경과조치가 전문의 시험 응시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듯, 신설전문과목을 만든다고 해서 일반 개원의 모두가 전문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2001년, 2014년, 2015년 세 차례 대의원총회에서 소수정예 원칙이 재확인되었음에도, 치과계 내부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서 기 수련자들은 보건복지부, 국민권익위, 법원 등에 경과조치 시행 등을 요구하였고, 1차의료기관에서 전문의를 표방하지 못하게 한 77조 3항을 헌법재판소에 위헌 판결도 요구하였고, 외국 수련자들 또한 전문의 자격 응시 기회를 달라고 헌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하는 등 전문의와 관련한 끊임없는 논란과 반목이 있었다.

의료법 77조3항에 대한 위헌 여부 판결 등 전문의제도와 관련한 법적 절차들은 예상을 빗나가지 않고 있으며, 정부가 전문의시험 경과조치를 시행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77조 3항의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는 것을 알면서, 그동안 77조 3항 사수만을 말하며 실질적 대책이나 대안 마련에 소홀했던 시간의 낭비를 되풀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문의 제도와 관련하여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고 물리는 논란의 반목에서 벗어나고 소모적인 치과계 내부 대결 또한 중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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