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 역학연구
수돗물 불소농도조정사업 역학연구
  • 황승식 교수
  • 승인 2015.09.0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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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승식 교수
1. 연구의 배경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에 급격히 증가한 충치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이하 수불사업)이 시작됐다. 1981년부터 진해시 경화정수장에서, 1982년 충북 청주시 지북정수장에서 시범사업이 시작됐고, 1994년 과천시로 확대되어 2000년 말에는 전국 45개 정수장에서 사업이 시행됐다.

1995년 무렵 일부 신문을 통해 수불사업의 인체 위해성 여부가 기사로 제기됐고, 1998년에는 수불사업의 치아우식증 예방 효과 자체를 부정하고 위해 작용만 강조하는 반대 의견이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증가했다.

반대 의견의 논지는 우리나라에서 치아우식증 예방효과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인체 영향에 대한 역학연구가 거의 없으므로 충분한 연구가 이뤄질 때까지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로 요약된다. 반대 의견이 고조되어 일부 지자체에서 사업을 중단하여, 2013년 12월 현재 전국 22개 지자체 24개 정수장에서 약 325만여 명을 대상으로 수불사업이 수행되고 있다.

수불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전세계 지역에서 건강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고, 주로 불소의 인체 위해성에 대한 논의이다. 1945년 이후 발표된 연구논문을 대상으로 214개 연구를 비교 평가한 체계적 고찰 결과, 수불사업은 충치 없는 어린이 비율을 높이고 충치 개수를 줄였다. 골절, 골관절 질환, 발암, 다운증후군, 지능, 알츠하이머치매 등과는 뚜렷한 관련이 없었다(McDonagh, 2000).

최근까지도 영국의 경우 수불사업 지역에서 갑상샘기능저하증의 유병률이 1.94배 높다는 결과나(Peckham S, 2015), 미국에서 아동 및 청소년의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증가와 뚜렷한 양의 상관성이 있다는 결과(Malin AJ, 2015)가 보고되고 있으나, 연구 설계상 인과 관계로 해석하기 어렵고, 일부 연구의 경우 연구자의 이해 상충이 지적되고 있는 등 수불사업이 특정 건강 영향과 뚜렷한 관련이 없다는 결과의 안전성을 흔드는 정도의 연구라고 볼 수는 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수불사업의 치아우식증에 대한 효과를 보고한 결과는 여럿이다. 수불사업을 수행했던 청주시 아동과 수불사업을 하지 않은 성남시 아동을 6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치아우식예방효과가 35.4%였고(Kim JB, 1997), 수불사업 기간이 6년이 지난 2004년 진주시 12세 아동의 우식경험영구치지수가 대조도시보다 41.8%가 적었다고 보고했으며(Kim DY, 2006), 수불사업 기간이 6년을 경과한 울산광역시 남구 5세 아동에서는 부산광역시 해운대구 5세 아동보다 유치우식병이 34.0% 감소했음을 보고했다(Chin IJ, 2007).

우리나라에서 수불사업의 경제성을 비용편익분석으로 추정한 연구도 여러 차례 수행됐다. 1982년부터 청주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수불사업의 편익비용비는 2001년부터 2010년까지 24-28로 추정되어 경제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됐다(문혁수, 2000). 진주시에서 1998년도부터 시행하고 있는 수불사업의 편익비용비는 2006년 최대 43.4으로, 2009년 최대 41.4로 추정되어, 경제성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었다(김만경, 2014).

최근 수행된 연구에 따르면 수불사업 중단 지역(청주) 6세 아동이 사업을 수행하지 않은 지역 아동에 비해 치아우식증이 1.16배 증가했고, 생후 약 4년 정도 노출된 11세 아동은 0.58배로 뚜렷하게 낮았다(Cho HJ, 2014). 향후 수불사업이 중단된 다른 지역에서 치아우식증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불소의 전신 건강영향으로는 골절, 신장계, 위장관계, 과민반응과 면역체계, 생식능력, 발암성 등이 독성학 연구 결과로 제기되고 있으나 수불사업 불소 농도에서 역학 연구 결과로 전신 건강영향이 확인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수불사업의 전신 건강영향을 역학 연구로 평가한 결과로는 수불사업과 노령 인구의 고관절 골절에 대한 생태학적 연구가 거의 유일하고, 수불사업 지역과 수불사업이 시행되지 않은 지역에서 고관절 골절에 뚜렷한 차이가 없었다(박은영, 2009).

수불사업은 국민건강증진법과 구강보건법에 실시 근거가 규정되어 있는 사업이나 반대 주장에 의해 사업수행 지역이 축소되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수불사업이 수행된 지역에서 전신 건강영향을 역학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에서는 수불사업이 수행된 지역에서 전신 건강영향을 역학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수불사업이 수행된 지역의 시군구 단위로 전신 건강영향(골절, 골암, 골다공증, 알츠하이머치매, 정신지체)의 의료이용률을 국민건강보험 의료이용자료를 이용해 산출 비교하였다.

수불사업이 수행됐다 중단된 지역(청주)의 읍면동 단위로 전신 건강영향의 의료이용률을 국민건강보험 의료이용자료를 이용해 산출하고 지도화하며 시공간분석 기법을 이용해 비교하였다.

3. 연구 방법

수불사업 시행 현황(표)에 근거하여 본 연구에서는 수불사업이 수행된 지역에서 전신 건강영향을 역학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하였다. 전신 건강영향을 살펴보기 위한 질환군은 수불사업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논문(McDonagh, 2000)에 근거해 선별하고, 지역별 의료이용자료로 규모를 파악하고 비교할 수 있는 질환군을 선택하였다.

수불사업이 수행된 지역의 시군구 단위로 전신 건강영향(골절, 골암, 골다공증, 알츠하이머치매, 정신지체)의 의료이용률을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해 산출 비교하였다. 수불사업이 수행된 지역에서도 특정 시군구는 수불사업이 수행되지 않은 지역이 있으므로 수행된 지역과 수행되지 않은 지역의 의료이용률을 산출하여 비교하였다.

수불사업이 수행됐다 중단된 지역 중 청주시 읍면동 단위로 전신 건강영향의 의료이용률을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해 산출하고 지도화하며 시공간분석 기법을 이용해 비교하였다. 수불사업이 수행됐다 중단된 지역은 여러 곳이나 건강영향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기간 수불사업이 수행되고 통계적 비교가 가능한 읍면동 숫자가 있는 지역은 청주시 지역이라고 판단하여 선정하였다.

수돗물불소농도조정사업 시행 현황(2013년 12월 기준) *잠정중단 지역 : (울산(’14년 1월-), 여수(‘13년 9월- ), 해남(‘14년 2월-)
연구 기간은 지역별로 수불사업이 시작된 기간을 노출정보로, 지역별 국민건강보험 자료가 산출가능한 2002년부터 2012년까지 기간을 결과정보로 선정했다. 대상 질환으로 고관절 골절(S72), 골다공증(M80-M82), 골암(C40-C41), 정신지체(F70-F79), 알츠하이머치매(G30, F00)를 선정하였고, 지역별 국민건강보험 의료이용자료를 추출하였다.

수불사업 지역 시군구 단위로 성별 연령별 표준화율을 산출하였다. 골관절 질환과 알츠하이머치매는 60세 이상, 정신지체는 30세 미만 연령군을 대상으로 표준화율을 산출하였다. 표준인구로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로 산출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구조를 적용하였다.

수불사업 지역 내 수불사업 정수장 수돗물 공급 지역과 미공급 지역을 읍면동 단위로 구분하고 수불사업의 건강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시공간 단위로 의료이용을 지도화하였다. 

수불사업 수행 및 중단 이후 의료이용 추이를 자연실험 형식으로 분석하고, 베이지언 시공간 회귀분석 기법을 이용해 차이를 평가하였다. 베이지언 시공간 회귀분석을 적용하기 위해 읍면동 단위 질환별 관찰 건수와 기대 건수를 산출하였다. 공간 상관과 시간 추이를 고려한 푸아송 회귀 모형을 적용해 상대위험도와 95% 신용구간을 산출하였다. 공간 상관은 조건부 자기 회귀(conditional auto-regressive) 모형을 적용하였고, 시간 추이는 선형 및 시간 평활화 비선형 모형을 각각 적용하였다. 시공간 추정값을 얻기 위해 R-INLA 패키지를 이용하였다.

5. 요약 및 결론

국민건강보험자료를 이용한 소지역별 질병 자료에 대해 시공간 분석을 수행한 결과, 관심 질환 모두 수불 지역과 미수불 지역 의료 이용에 차이가 없었다. 연도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수불사업 시행 기간이 짧은 과천시 지역도 비슷한 결과였다.

본 연구는 수불사업 지역 내 소지역 단위(읍면동) 건강 영향을 비교한 최초의 연구이다. 자연실험 측면에서 치아 우식증은 줄어들어 이득이 뚜렷한 반면, 다른 질병 의료이용은 차이가 없어 위해가 늘어나지는 않았다.

수불사업이 시행됐다 중단된 청주시 지역의 경우 중단된 이후 치아우식증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전신 건강영향은 수불 지역과 미수불 지역이 차이가 없었으므로 수불사업을 중단함으로써 수불사업으로 얻을 수 있는 보건학적 이득이 줄어들었음을 추정할 수 있었다.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이 있다. 질병에 따라 소지역 단위 건강보험 자료 변이가 크므로 향후 기간을 늘려 평가할 필요가 있고, 소지역별 의료이용에 차이를 줄 수 있는 사회경제적 요인 등 다른 변수 통제를 못했다. 읍면동 단위는 이용 가능한 자료가 매우 적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생태학적 연구 설계의 특성상 개인 및 가구별 수돗물 음용 비율이나, 연도별 음용 비율 변화 변수를 고려하지 못했다.

골암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 의료이용자료가 아닌, 한국중앙암등록자료를 이용해 실제 암발생률을 비교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인하대학교 의대 예방의학교실 황승식 교수가 책임자를 맡아 2014년 보건복지부 용역으로 ‘수불사업 안전성연구’를 수행해 내놓은 최종보고서를 부산대 치의학전문대학원 김진범 교수가 발췌 정리한 내용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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