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기로에 선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대한 성명
변화의 기로에 선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대한 성명
  • 전국치대·치전원학생연합
  • 승인 2015.10.12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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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련은 올바른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통한 국민구강건강증진과 치과계의 미래 발전을 위해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가 분명히 ‘소수 전문의제’를 지향해야 한다고 판단하며 대한 치과의사 협회(이하 치협)에 소수 전문의제를 전제한 빠른 대책 마련과 정책 연구를 시작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또한 해당 사안에 대한 치의학도들의 의견을 수렴할 지속 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요청합니다.

우리는 지난 7월 17일 전문의제 일차 공청회 당시 치협이 제시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대한 로드맵이 근본적으로 2007년 2월 17일 이전 기 수련자에게 전문의 자격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그것에 기 수련자 외의 직급을 달래기 위한 미봉책을 끼워 넣은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합니다.

치협의 로드맵 중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정책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턴제 폐지, 전문과목 신설, 모자 수련병원 제도, 수련기간 자율제, 전공의 통합전형 및 2지망제, 학생 진료면허제 및 실기시험 도입의 여섯 가지 항목입니다. 그리고 이것들 중 다수 개방안에 관계되는 안은 전문과목 신설, 모자 수련병원 제도 두 가지이며 나머지 네 개의 항목은 다수 개방안과 관계가 없는, 독립적으로 논의되어야 할 안들입니다.

하지만, 과연 전문과목 신설과 모자 수련병원 제도가 다수 개방안이라는 정글에서 학생들을 보호해 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듭니다. 가정 치의 전문의라 가칭하는 신설 전문과목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학회 구성은 어떻게 할 것이며 기존 전문 과목과의 진료 경계는 어떻게 될지, 지도의는 누가 어떤 자격으로 맡게 될지 누구 하나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모자 수련병원 제도는 어떠합니까. 자병원의 선택 기준은 어떻게 할 것이며 오랜 기간 수련기관으로 기능해 온 대학병원과의 수련의 질 차이는 어떤 방법으로 극복할 것입니까?

다수 개방안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모자병원, 신설 전문과목과 같은 허술한 제도들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현재 정착되어 있는 수련 시스템을 키워 기존 전문과목의 정원을 확대하는 것이 첫 번째로 고려해야 할 부분이지만 치협의 로드맵에서 관련된 내용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그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불가능한 것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 만들어낸 것이 신설 전문과목과 모자 수련병원 제도라고 판단합니다. 기 수련자들의 전문의 자격증 취득이라는 하나의 목적을 위해 만든 허술한 로드맵에 순진한 치의학도들이 희생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난 9월 7일 전치련의 입장과 함께 치협의 로드맵에 대한 의문점들을 정리한 질의공문을 전송하였습니다. 그리고 9월 11일 치협의 회신에서 “…공청회 등을 거쳐 현실에 맞는 치과의사 전문의제도 안을 도출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는 등의 원론적인 답변을 확인하였습니다.

치협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현실에 맞는 치과의사 전문의 제도 안이란 대체 무엇입니까? 이대로 다수개방안이 도입될 시 미소를 띨 것은 기 수련자 집단이 유일하지 않습니까? 기존 미 수련자들은 개원가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며 현재 수련을 희망하지 않던 학생들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과 시간을 허비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원치 않는 과에 떠밀려 수련을 받거나 무사히 시행될지조차 의심스러운 신설 전문 과목을 선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도 들지 못한 수많은 학생들은 어떤 과에서도 수련 받지 못한 채 다수 개방의 희생양이 될 것이 자명합니다. 또한 현재 수련을 희망하는 학생들 역시 수련을 선택하는 이유인 전문의로서의 희소성과 경쟁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또한, 국민의 입장에서 과연 다수 개방안이 유익한 것입니까? 본 성명서를 접할 모든 치과의사 선배님, 치의학도 여러분께 묻습니다. 전문의 다수 개방 시 정말로 국민들이 양질의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되어 국민 구강 보건 증진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올바른 의료전달체계의 확립이 국민 구강 건강 증진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되새겨 보아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발 뒤로 빠져 다수 개방안으로 흘러가도록 사태를 방관 혹은 유도하는 치협의 태도는 기성세대의 이해할 수 없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보입니다. 위헌 판결 때문이라는, 소수 전문의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무책임하고 원론적인 답변이 아닌 다수 개방안이 더 낫다는 명확한 근거는 무엇인지 그리고 제도 및 환경적인 준비는 갖춰져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또한 심도 있는 정책적 연구도 없이 소수 전문의제가 현실적으로 불가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와 언제부터 그러한 판단을 내리고 다수 개방안을 염두에 둔 것인지 역시 궁금합니다. 여태껏 전문의 소수화를 실현하지 못했다면 이유를 찾고 확실한 규제와 정책으로 소수 전문의제를 사수하는 것이 올바른 길입니다. 실패했으니 모두 포기하고 준비되지 않은 제도로 무모하게 뛰어들자는 것은 불필요한 혼란과 갈등만을 유발할 것입니다.

전치련은 지난 9월 20일부터 전국의 치의학도를 대상으로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의 현황을 알리는 세미나와 치과의사 전문의제도에 관한 설문을 진행하였고 설문에 참여한 치의학도 중 94%는 치과의사 전문의제도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소수 전문의제를 선택하였습니다.

수많은 치의학도들이 제도 변화 시 가장 큰 혼란을 겪을 학생들에게 성실한 설명 없이 해당 사안을 추진하는 치협의 태도에 분노하고 있으며 그에 맞서 행동할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2015년 현재 전체 치과의사 대비 전문의 비율은 7.3%입니다. 희소성을 갖춰야 할 7.3%의 전문의에 기 수련자들을 편입시키고 모두가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치과계의 미래 발전에 힘쓰고 국민구강건강증진을 도모하겠다는 것은 치과계와 치의학도들을 속이고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입니다.

소수 전문의제가 우리나라 치과계 현실에 더욱 부합하며 합당한 제도이고 실현 가능한 제도입니다. 기득권자들의 이기심으로 의지를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10년, 20년을 내다보고 현재 졸업생의 34%인 전공의 비율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간다면 치과계의 혼란과 학생들의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소수 전문의제를 치과계에 안착시킬 수 있으며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상황을 과장하여 나머지 92.7%의 위기감을 조성해 다수 개방안을 밀어붙이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또한 의지만 있다면 쉽게 해결 가능한 해외 기수련자의 전문의 자격 헌법 불합치 판결 문제를 끌어와 논점을 흐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전치련은 치과계의 미래 발전과 국민구강건강증진이라는 대의 실현을 위해 치과의사 전문의제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기성 치과의사 선배님들 중에도 우리의 뜻에 동의하고 고민하는 분들이 있으리라 믿으며 용기 내어 응원의 목소리를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난 9월 11일 치협의 회신을 받고 기성세대들에게 후배 치의학도들은 뒷전이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앞으로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면 우리는 어떠한 집단행동이라도 불사할 것이며 10월 13일 간담회를 앞두고 본 성명서를 공시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치과계의 미래인 학생들의 목소리에 부디 진심으로 귀 기울여 주길 바라며 그럴듯한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구체적인 정책 개발을 요구합니다.

전국 11개 치과대학 및 치의학전문대학원 3700명 학생들이 치과의사 전문의제의 향방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일부가 전체를 흔드는 상황을 우리는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치과계 구성원 모두에게 널리 알리는 바입니다.

2015년 10월 12일

전국치과대학·치의학전문대학원생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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