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단가인하 요구에 업체 ‘시름시름’
지나친 단가인하 요구에 업체 ‘시름시름’
  • 이순호 기자
  • 승인 2016.04.0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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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업체 거래 포기 …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못하자 단가 인하 요구

장기 경영난에 빠진 개원가의 지나친 단가 인하 요구에 의료기기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병·의원과 거래를 포기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A사는 그동안 거래를 유지해온 지역 병·의원 여러 곳과 거래를 끊었다. 수익 마지노선 이하의 단가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A사 영업사원은 “요즘 들어 지역 병·의원들이 단가를 너무 후려쳐서 많은 의료기기 업체들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하면서 “해당 병·의원들이 요구하는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면 적자가 지속될 수밖에 없어 회사 측이 고심 끝에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손해를 보면서도 지역 병·의원의 요구를 맞춰주는 업체들이 있어 단가 인하 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영업사원은 “신제품을 런칭했거나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는 업체는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며 “한번 의료기기가 손에 익으면 바꾸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제품을 싸게 공급한 후 (사용방법 등이) 유사한 후속 제품 등으로 손해를 보전하는 형식”이라고 말했다.

규모가 크지 않아 A사처럼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한 업체들의 상황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대형 업체나 경쟁사 때문에 개원가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인 B사 영업사원은 “이미 종합병원보다 싼 가격에 제품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가격을 더 낮추라고 하니 난감하다”며 “절반 가격 수준으로 제품을 공급할 때는 내가 뭐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 영업사원은 “지역 병·의원이 요구하는 단가를 맞춰주지 않을 경우, 비슷한 제품을 보유한 회사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들어올 것이 불 보듯 뻔하다”며 “의사들과의 관계도 신경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 병·의원,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 어려워지자 단가 인하 요구

최근에는 재사용이 어려워진 일회용 의료기기에 대해서도 단가 인하 요구가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과 올해 2월 의료기관의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집단 C형간염 감염 사태가 발생하자 병·의원의 일회용 의료기기 재사용에 대한 조사와 제재를 강화했다.

그동안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던 지역 병·의원들이 정부 조사를 의식해 일회용 의료기기를 말 그대로 한 번씩만 사용하면서 업체들은 판매량 증가라는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관련 업계는 웃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급 단가가 낮아진 탓이다.

일회용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한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정책과 감시 강화로 일회용 의료기기의 소비가 늘어난 만큼 회사의 판매량도 늘었다”며 “그러나 지역 병·의원이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고가의 일회용 의료기기의 경우, 개원가의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단가 인하 요구가 많다”며 “회사로서는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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