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치재회사·농장·청소년쉼터까지 ‘가능?’
치과·치재회사·농장·청소년쉼터까지 ‘가능?’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6.08.18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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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태안군치과의사회장 “고향의 행복한 생태계 만들 것”
꿈을 키워가는 이재준 원장.

치과의사가 진료하면서 뼈 이식재를 만드는 회사를 운영한다면? 그건 금세 고개를 끄덕일 수 있다. 여기에다 첨단 자재인 층간소음제와 자동차 내장재로 사용하는 특수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공장, 자연 친화형 농장, 더해서 청소년을 위한 쉼터까지 운영한다면?

치대를 졸업하고 고향에 돌아가 21년 동안 개원하면서 이 모든 일을 해내고 있는 치과의사가 있다. 그의 꿈은 고향의 모든 사람들이 ‘같이’ ‘즐겁게’ ‘어울려’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 그 꿈을 위해 오늘도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공장과 농장을 돌보는 이재준 충남 태안군치과의사회장.

지역사회 일자리 창출로 가고 싶은 지역사회 꿈 꾼다

점심시간에 만난 이 원장은 병원 3층의 직원식당으로 기자를 이끌었다. 치과 규모가 좀 크긴 하지만 식당까지 갖출 정도는 아니다 싶어 이유를 묻자 “15명의 직원들이 식사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고, 조리사도 채용하니 일자리도 만들 수 있어서”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답한다. 그 아무렇지도 않은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 나가는 이 원장과 동행했다.

이 원장이 먼저 간 곳은 병원에서 차로 5분가량 걸리는 (주)에스겔. 식약처 허가를 받아 인공뼈와 신경충전 물질을 9년째 생산하는 곳이다, 골이식재로는 동종골과 이종골이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안전성을 보장하지 못해 대안으로 나온 합성골을 만들고 있다.

에스겔에서 만드는 합성골은 생체적합성과 함께 우수한 가공연결성으로 파우더 형태가 아닌 매트릭스 구조로 이뤄진다. 세계 최초의 블록형 합성골로서 결손부위를 촬영한 후 실제 모양을 3차원 구조로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그러나 지금 에스겔은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진행 중이어서 본격 생산은 올 가을쯤으로 내다보고 있다.

층간소음제 등 첨단 자재 생산하는 Giltect

Giltect 내부

치의학 박사학위를 재료분야로 받은 이 원장은 공학에도 관심이 많다. 하루에도 매일 5편의 각종 논문을 구글을 통해 숙독한다는 그는 또 다른 회사인 길텍으로 이동하면서 열전소자 얘기를 꺼냈다.

“열전소자의 대표적인 것으로 자동차 등받이 열판이나 김치냉장고 등이 있고, 치과 쪽에서도 응용되는 학문이죠. 내연기관의 효율은 우리나라의 경우 13% 정도에 불과하고 독일도 18%에 그쳐서 전체적으로 20%를 넘지 못하지만 열전소자를 이용하면 30~40%의 효율로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게 돼요.”

자동차 엔진의 내부 열은 3000℃ 이상 4000℃까지도 올라가므로 열전소자를 개발해 이 열을 활용토록 할 것이라는 이 원장은 “그동안 연구개발에 많이 투자했고, 이제 연내에 성과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왼쪽부터) 이재준 원장, 백승희 대표, 박삼우 이사가 길텍 앞에 섰다.

열전소자 얘기를 듣는 동안 차는 플라스틱을 주 재료로 해서 층간 소음제와 자동차 내장제를 생산하는 (주)Giltect에 도착했다. 길텍은 2010년 허가를 받고 올 가을 본격 생산을 앞두고 있다.

이 원장을 도와 길텍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박삼우 이사는 “400평 규모의 공장에 현재 압출설비 두 개 라인을 깔고 있으며, 앞으로 판 상태의 층간 소음제와 자동차 내장제와 같은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하면서 압출 시스템 자체도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공장부지 5000평에는 프라우스라는 법인을 만들어 여럿이 공동 투자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갖췄다”면서 “지금 일반 가정 300세대가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시간 당 1000㎾씩 생산하고 있으며 앞으로 20~30년 동안 한전에 판매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안의 미래 공동체를 위한 터전 ‘꿈땅 찬예하예 농장’

이 원장이 이어서 간 곳은 태안의 미래 공동체를 위한 5600평 규모의 농장. 4자녀의 이름 머리글자를 따서 ‘꿈땅 찬예하예’라고 명명한 농장은 중국 등 외국에서 치과의사가 들어오면 여기서 농촌체험을하면서 쉬어갈 수 있도록 4명이 컨소시엄을 만들어 시작했다고 한다.

닭을 유기농법으로 항생제를 쓰지 않고 기르기도 하고, 매실을 가지고 당뇨환자의 혈당을 낮춰주는 건강음료를 만들기도 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시골에 다문화가정이 많아 자립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교육도 하기 위해 시작했다는 이 원장은 “계사 바닥에는 미생물도 깔아주고, 닭을 바깥에 풀어서 지렁이도 잡아먹게 한다”면서 “갯벌 흙에 키토산이 많으니까 이것을 사료와 함께 주기도 하니까 치킨집 닭과 비교할 수 없는 친환경 닭인 셈”이라고 말했다.

이재준 원장 부부가 꿈땅찬예하예 농장에서 관리인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그는 “나중에 중국 사람이 와서 색다른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고, 그들이 치과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농장, 태안에 있는 관광자원을 엮어서 보게 만들 것”이라며 “태안의 청소년, 아이들이 이런 무형적인 아이템을 배우면 태안에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청소년 문화복지공간 ‘꿈이 자라는 땅’

이어서 간 곳은 이 원장이 2014년도 1월에 설립한 사단법인 ‘꿈이 자라는 땅’. 과거 우범지역 새마을회관이던 곳을 태안군에서 받아 청소년 포트폴리오를 키워주는 문화복지시설로 탈바꿈시킨 곳이다.

‘꿈땅’에 대한 설명은 진료 시간에 쫓기는 이 원장 대신 부인인 백승희 대표가 했다. 백 대표는 “꿈땅 옆이 태안중학교인데, 전에는 태안에 사는 중고생이 여기 주변을 아지트삼아 문제를 일으키는 우범지역이었다”는 얘기부터 시작했다.

꿈땅 카페

“아이들이 술, 담배뿐만 아니라 패싸움으로 매년 한명씩 숨지기도 해서 지역사회에서 이 건물을 부수려고 했다”는 백 대표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중학교에 가니까 문제아들이 우리 아이의 친구가 됐고, 그래서 이들과 얘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이들과 얘기해보니 대부분 결손가정이나 조손가정이었다. 백 대표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이들이 아닌 어른들 책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청소년 문화복지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해 군청에 신청을 했지만 쉽지 않았다. 원래 땅은 이 원장 소유였으므로 우여곡절 끝에 군청에서 건물을 불하받아 안전진단을 받았다. 지붕은 수리를 했지만 벽과 기둥은 튼튼했다.

건물을 수리하고 아이들이 꿈땅을 찾아왔다. “처음 아이들을 만나서 하고 싶은 일을 물으니 바리스타가 꿈이라고 했어요. 그래서 바리스타를 고용해 교육을 부탁했는데, 아이들이 에스프레소 맛을 못 보더라고요. 쓰니까. 그냥 바라보기엔 바리스타가 좋아보여도 실제론 못하는 거죠.”

꿈땅 전시관. 공예시간에 학생들이 만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외에도 꿈땅은 다문화 가정을 위한 무료 결혼식장으로 사용된다. 합동결혼식은 성스러운 결혼식이 아니라서 기피하는 다문화가정을 위해 동네 분들을 하객으로 초청해서 단독 결혼식을 수차례 올려준 것.

다문화가정 결혼식에는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기도 했다. 전에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던 아이들이 자원봉사자로 결혼식을 치른 뒤 “이런 결혼이면 나도 하고 싶다”고 인식이 바뀌었다고 전하는 백 대표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꿈땅을 둘러보면서 이 원장이 왜 이렇게 힘든 길을 가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다시 병원을 찾은 기자에게 그는 “내 고향인 태안의 행복한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태안에 있는 사람들은 교육이나 문화, 복지, 모든 면에서 그늘진 곳이 많은데, 태안 사람들도 자부심을 느끼면서 살았으면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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