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자존감 지키게 해 달라”
“치과의사 자존감 지키게 해 달라”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7.05.14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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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모임 갖는 성인치과연구회원, 치협 새 집행부에 기대

나이가 들어가면서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삶의 즐거움이다. 그런 즐거움을 주는 사람이 하나도 아니고 넷이나 된다면,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매주 거르지 않고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어려운 문제도 풀 수 있다면 가히 행복이라고 할 만하다.

(앞줄 오른쪽부터 시계방향) 이승호 원장, 김길태 고문, 강기현 회장, 이용식 원장.

한국성인치과임상연구회 core member인 강기현 회장과 김길태 고문, 이승호·이용식 원장이 바로 행복한 그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서울 양재동에서 6년째 정기모임을 이어가고 있는 4인방을 그들이 즐겨 찾는 식당에서 만났다.

연구회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중추적 역할을 하는 4인방은 1주일에 최소한 한 번, 많을 때는 서너 번도 만난다고 한다.

이승호 원장은 “수요모임에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주말 학회나 주중 세미나에도 같이 가니까 서너 번 만날 때도 있다”며 “그렇게 만나다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엇을 할지 알게 된다”고 말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들어선 멤버들의 화제는 지난주에 이뤄졌던 에피소드를 서로 공유하는 것부터였다. 김길태 고문은 지난 주말 설악산에서 만난 띠 동갑과 팔씨름을 해 1만원을 벌었다는 자랑부터 했다.

“내가 45년생인데, 그 친구는 53년생이라더군. 3판 가운데 2판을 내리 이겼더니 몰라봤다며 순순히 돈을 내놓더라”며 껄껄 웃는 김 고문의 자랑 속에 강기현 회장이 “고문님에게 걸렸으니 상대방이 다치지 않았을까 몰러”라며 기분 좋게 끼어들었다.

양재동에서 독일웰치과병원을 하다가 치과의사회관이 있는 성수동으로 넘어갔다는 강 회장은 “올초 부임한 성당 신부님을 모시고 남해안 일주를 다녀왔다. 여러 가지 구경도 하고 맛난 것도 먹으며 며칠 잘 쉬었다”며 “여기서 이분들을 만나 밥 한 번 먹으면 1주일이 금방 간다”고 즐거워했다.

강 회장은 “일부 사람들은 치과의사가 같은 치과의사를 만나면 손해라고 하는데,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배울 점이 많아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 혼자 다 할 순 없지 않나”고 반문했다.

4인방이 케이스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웃음 속에 식사가 끝나가자 김 고문이 “1주일 동안 겪은 케이스 가운데 애로사항이 있거나 의논하고 싶은 것을 가지고 온다”며 핸드폰을 꺼냈다.

“엊그제 월요일에 한 케이스인데 마뜩치 않아서 가져왔어. 마산 갑부집 며느린데, 올해 70이 됐지. 20년 전에 내가 브릿지를 해줬는데 얼마 전 떨어졌다며 가지고 왔더군”이라며 사진을 보여줬다.

4명의 의사가 기자는 뒷전에 두고 사진을 들여다보며 저마다 치료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근 20여분 동안 토론을 계속한 끝에 결국 임플란트 4개를 심어 처리한 김 고문의 방법이 환자에게 적절했다는 결론을 냈다.

김 고문은 토론 끝에 “양질의 치료를 위해 서너 명의 의사가 같이 의논을 한다고 환자에게 얘기하면 환자도 의사를 더 믿고 의사도 환자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며 환히 웃는다.

강 회장은 “고문님이 정말 몰라서 우리에게 물어보시는 게 아니라 같이 공부하자고 항상 까다로운 케이스를 가지고 오신다”며 “덕분에 우리 실력이 저절로 올라가고 있다”며 즐거움을 감추지 않았다.

새 집행부에 “동료를 도둑으로 만들지 않게 하라” 주문

화제는 정치로 넘어가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문재인 정부가 잘 막아줘야 하는데…” 하는 걱정들을 주고받다가 새로 출범한 치협 회장단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강 회장은 “치과의사가 잘 되려면 회원 간 유대가 중요한데, 유대감을 잘 가지도록 반 모임을 활성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 모임만 잘 해도 지금 벌어지는 문제의 절반은 해결할 수 있고, 누워서 스스로들에게 침 뱉지 않게 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다.

강 회장은 또 “치대나 치과의사 수가 크게 늘어서 호남에만 4개 치대가 있다”며 “치과의사가 자존심을 지키면서 올바른 인술을 펼 수 있도록 치대와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성인치과임상연구회원들이 즐거운 모임을 갖고 있다.

치협 새 집행부에 기대하는 바를 말하기 시작하자 이용식 원장의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그는 일부 몰지각한 치과의사에 대해 최대한 제재해 줄 것을 먼저 제시했다.

“하다 보니 저도 치과의사로 35년을 살았는데, 치과의사로서 자존심이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버스나 지하철 광고에서 임플란트를 70, 80만원에 한다는 광고를 보면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느 때부터인가 환자들이 임플란트 원가를 따지기도 하는데, 전에는 그런 일 없었다. 저는 그런 비슷한 얘기를 꺼내는 환자에게 ‘성형외과 수술 받으며 실 값 따지냐’고 되묻는데, 대부분 머쓱해하고 만다”며 쓴 웃음을 지은 뒤 “동료 치과의사를 장사꾼이나 도둑으로 만드는 행위는 최선을 다해 제재해 줄 것”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양재동 꽃시장에 나가보면 튤립이나 장미, 시들거나 싱싱하거나 모두 같은 값을 받는다. 돌아다녀봤자 그게 그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며 “치과의사는 장사하는 사람보다도 더 교육을 받은 사람이니 자존감을 살려야 하고, 그래야 과잉진료도 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협회 회장단이 치과계를 이끄는 리더그룹이 아니다. 치과의사는 모두 최고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니 우리가 잘 하는 수밖에 없다”며 “개혁을 위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도록, 집행부보다 회원 스스로가 도와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 스스로 치료비를 싸게 하지 말고, 동네에서도 의료 마케팅에 의한 피해사례 조사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는 김 고문은 “나는 치과의사가 되기 위한 공부를 상당히 힘들게 했으므로 대단한 자존감을 갖고 있다”며 “환자를 감동시키고, 의사를 존경하게 만들려면 경제적인 부분만 중시하는 마인드부터 바꿔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문님은 지금도 임플란트 하나에 300만 원 이상 받는다”는 주변의 ‘알림’을 흘려들은 김 고문은 “치과의사의 덤핑은 자기부정이고 도덕성의 총체적 붕괴”라며 “나는 임플란트를 했다가도 여기 선생님들과 의논해 잘못됐다고 하면 뽑고 다시 심는다. 그럴 줄 알아야 바른 치과의사”라고 말했다.

수요모임을 마치고 일어나는 4인방은 “환자와 의사가 모두 만족하는 치료를 위해서는 치과의사의 자존감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오늘의 결론을 각자의 가슴에 품고 오후진료를 위해 헤어지고 있었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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