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보건의 날, 무대서 밀려난 치협
구강보건의 날, 무대서 밀려난 치협
  • 김정교 기자
  • 승인 2017.06.16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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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기념일 됐지만 기념식에 치과 의료인은 수상자만 올라
72회 구강보건의 날 기념식 전경.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제72회 구강보건의 날을 기념해 오는 23일(금)까지 국민과 함께하는 온라인 캠페인 ‘착한 이(齒) 릴레이 #그 이를 지켜라’를 진행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구강보건의 날(6.9.)을 맞아 구강과 치아가 건강할 수 있도록 생활 속에서 많이 사용하는 치약, 구중청량제의 올바른 선택과 사용법, 주의사항 등을 안내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지난 9일 열린 제72회 구강보건의 날 기념식에서 ‘제6회 전국 아동바른양치실천 공모전’ 입상자들을 시상했다.”

본지에서 ‘구강보건의 날’로 검색한 최근 기사들이다. 검색한 기사에서 서울시치과의사회를 비롯해 경기, 대구, 대전 등 광역자치단체 치과의사회는 물론 인천 강화군 등 지방자치단체까지 법정 기념일이 된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다양한 행사를 통해 대국민 구강보건 캠페인을 펼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행사의 주체는 당연히 시·도나 시·군·구 치과의사회로서 국민 구강보건의 책임자는 정부도 정부기관도 아닌 치과의사와 치과위생사, 치과기공사 등 치과의료 종사자임을 천명하고 있었다.

지난해 귀빈석에 나란히 앉은 복지부 장관과 치협회장 모습.

그런데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가운데서 열린 72회 구강보건의 날 기념식의 주인공은 치과의사가 아니었다. 주최는 보건복지부로 정부이고 주관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으로 정부기관이었다. 치과의료 종사자의 종주단체라고 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는 후원자 이름조차 내걸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관과 국회의원, 정부기관장의 기념사와 축사가 이어졌지만 기다렸던 치협 회장의 축사는커녕 자리에서 하는 간단한 인사조차 없었다. 치협 회장은 치병협 회장 등과 앞줄에 앉아 장관과 국회의원 등의 축사에 맥 빠진 박수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서치가 행사를 주관하며 서치 회장이 기념사를 하고, 서울시 관계자와 시의회 보건복지위원장, 시교육청 관계자 등이 축사를 한데 비하면 치협에 대한 정부의 홀대는 너무나 극심하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다면 지난해 첫 기념식은 어땠을까. 지난해 6.9제를 보도한 본지 기사는 “보건복지부와 대한치과의사협회·대한치과위생사협회·대한치과기공사협회는 지난 9일 첫 번째 법정기념일인 ‘제71회 구강보건의 날’을 맞아 기념식과 홍보캠페인, 진료봉사 등을 다양하게 펼치며 구강보건의 중요성을 국민들에게 널리 알렸다”로 시작되고 있다. 복지부와 치과계 단체가 다 같이 힘을 모아 다양한 행사를 펼쳤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기념식에서 치협회장이 축사를 한 뒤 구강보건 유공자에게 표창장을 전달하고 있다.

또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성대하게 열린 기념식에서는 복지부 장관의 기념사에 이어 대한치과의사협회장의 축사가 당당하게 진행됐고, 치협회장은 구강보건 유공자에 대한 시상까지 하면서 대한민국 구강보건의 종주 단체임을 분명히 나타냈다.

이 같은 극명한 대비는 무엇 때문에 나타났을까. 장관이 바뀐 것도 아니고, 여당도 정부도 정책까지도 ‘친 치협’으로 평가된다는데, 정부 기념일이 단 한 해 만에 이렇게 모습이 변할 수 있는지 이해할 길이 없다.

구강보건법이 단독 법으로 마련되고 구강보건의 날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돼 정부가 기념식을 한다고 해도 정작 주인공인 치과의사와 치위생사, 치기공사가 무대에서 배제된다면 치과 의료인이 진심으로 이 기념일을 마음에 새길 수 있을까, 그리고 국민에게 치과 의료의 위상을 얘기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기념식의 이런 모습으로 미루어 “정부 여당이 친 치협이니까 우리가 별다른 노력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도 알아서 대접해 주겠지”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행사에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도 있다.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치과 의료인 단체, 특히 그중에서도 항상 ‘맏형’임을 자부하는 치협은 이제부터 다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정부 행사는 물론 정책에서도 치과의사가 다시는 같은 푸대접을 받지 않도록 질긴 노력을 멈추지 말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구강보건의 날은 정부의 기념일이 아니라 국민과 구강보건의료 종사자의 기념일임을 잊지 않기를 정부에도 촉구한다.

구강보건을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글짓기를 한 어린이와 함께 이들의 구강보건 향상을 위해 흘리는 땀을 아끼지 않은 치과 의료인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날이 되도록 정부가 치과 의료인에게 중앙무대를 배려해주길 기대한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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