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진료데이터 판매’ 비난 쇄도
‘심평원 진료데이터 판매’ 비난 쇄도
  • 권현 기자
  • 승인 2017.10.2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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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3년 동안 민간보험사에서 돈을 받고 6000만명분의 진료데이터를 넘긴 사실을 두고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즉각 중단”을 촉구했고, 노동권은 “경악스러운 사태”라며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민감한 개인질병정보를 민간보험사가 집적하고 있다는 사실은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이 심평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심평원은 지난 2014년 7월부터 2017년 8월까지 KB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 및 2개 민간보험연구기관이 자사 위험률 개발과 보험상품연구 및 개발 등을 위해 요청한 ‘표본 데이터셋’을 1건당 30만원의 수수료를 받고 총 52건(누적 약 6420만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민간보험사 및 민간보험연구기관 빅데이터(표본데이터셋) 제공 현황 (단위:건)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표본 데이터셋은 모집단의 특성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해 구성한 비식별화된 자료다.

이 자료에 포함된 전체 환자는 140만명이며, 이중 입원 110만명, 고령 100만명, 소아청소년 110만명으로 구분되고 성별, 연령 등을 담은 일반내역과 진료행위 등을 담은 상병내역, 주상병 등이 담긴 진료내역, 원외처방내역으로 구성됐다.

앞에선 ‘영리 목적 사용불가 서약’ … 뒤로는 ‘1건당 30만원’ 수수료 받아

심평원은 표본 데이터셋을 민감보험사에 제공하며 ‘학술연구용 이외 정책, 영리 목적으로 사용불가’하다는 서약서를 받았다. 하지만 민간보험사가 ‘당사 위험률 개발’과 같은 영리목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신청해도 1건당 30만원씩 수수료를 받고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학술용 표본자료 이용서약서 및 표본데이터 신청서 <출처:건강보험심사평가원>

즉, 심평원은 지난 3년 동안 ‘영리목적으로 사용불가하다’는 서약서를 받고, 민간보험사에게 6420만명분의 ‘표본테이터셋’을 유료로 제공한 것이다.

건보공단은 “거절” … 심평원은 “OK”

반면 심평원과 비슷한 빅데이터를 보유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공단은 지난 2016년 3월 보험연구원이 요청한 노인코호트 자료에 대해 ‘정책·학술용으로만 자료를 제공하고 민간에게는 제공하지 않는다’는 국민건강정보자료 제공 윤영규정에 의거해 자료 제공을 거절했다.

▲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입장 <출처:정춘숙 의원실>

건보공단은 민간보험사에 빅데이터를 제공한 것에 대해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의 예외규정인 ‘제28조 제1항’에 따라 제1항 제2호에 명시된 ‘공공데이터의 이용이 제3자의 권리를 현저하게 침해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심평원은 건보공단과 달리 ‘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제3조 제4항 중 ‘공공기관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또는 제28조 제1항 각 호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공공데이터의 영리적 이용인 경우에도 이를 금지 또는 제한하여서는 아니 된다’는 조항을 근거로 민간보험사에 빅테이터를 제공했다.

건보공단은 ‘국민의 건강건 및 권리보호’를 택했고, 심평원은 ‘이용권의 보편적 확대’에 치중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춘숙 의원 “데이터 제공 즉각 중단하라”

▲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

이에 대해 정춘숙 의원은 “심평원의 빅데이터가 아무리 비식별화된 자료라고 하더라도 민간보험사에 제공될 경우 보험사의 보험상품개발과 민간보험 가입차별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보험사에 대한 빅데이터 제공을 즉각 중단하고, 복지부와 건보공단과 함께 건강보험 정보의 공익성과 제3자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의 빅데이터 활용 공동기준을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동계 “심평원, 수술대 올려야”

노동계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심평원을 질타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국민건강보험공단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심평원은 국민의료비와 건강보험재정에 엄청난 부담을 가중시킬 뿐 아니라 민간보험사들의 이익을 위한 첨병 역할을 자처했다”며 심평원의 행위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들은 “민간보험사들은 심평원이 건네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분석해 더욱 치밀한 선별가입 기준마련과 손해율 산정을 위한 특종 자료로 활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단이 심평원에게 건강보험재정에서 매년 지급하는 4000억원의 관리운영비를 투명하게 관리할 것도 촉구했다.

보건노조는 “심평원 관리운영비는 지급주체인 공단에 의해 철저하게 관리되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필요 예산을 훨씬 초과하는 돈을 요구하는 수법으로 몸집 부풀리기와 민간의료보험 이익에 쏟아 붓는 행위를 더는 용인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문재인 케어의 성공은 보험재정 보호의 효과적 달성과 직결됐다”며 “국민의 공공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 심평원의 총제적 업무형태를 수술대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민단체들 “국민들에게 피해 줄 수 있다”

시민단체들도 심평원을 질타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진보연대, 진보네트워크센터, 한국심장병환우회,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시민단체들은 “심평원이 민간보험사에 제공한 정보는 진료행위와 처방의약품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주·부상병에 대한 정보까지 전부 제공했으니 국민건강정보 모두를 제공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보험사가 이러한 빅데이터를 영업목적으로 위해 활용하게 되면 보험가입을 원하거나 이미 가입된 국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으며 건강권을 침해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며 “결과적으로 심평원의 이러한 행위는 보험사의 이윤만 보장해 주는 격이지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는 전혀 이로운 점은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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