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의료계 총파업 예고
정부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의료계 총파업 예고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3.10.1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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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팽개치는 국민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저지할 것이다.” (전국광역시·도 의사회장 협의회)

의료계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놓고 크게 반발하면서, 2000년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의사 총파업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의료계는 현재의 정원을 유지하면서도 얼마든지 필요한 의사 인력을 수급할 수 있는데 정부가 무리하게 정원 확대에 나선다고 보고 있다. 필수의료에 지원하지 않는 의료환경 개선을 통해 자원을 재배치하면 굳이 의대 정원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매년 1000명 이상의 의대정원 확대를 기정사실화하자, 의료계는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혔다는 듯, 윤석열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전국광역시·도 의사회장 협의회는 16일 발표한 성명에서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해 전문가의 의견을 존중하고 긴밀한 상호 협의를 통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는 토대를 마련하기를 열망으나, 복지부 장관은 ‘9.4 의정합의’를 무효로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현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9·4 의정합의는 2000년 9월 4일 당시 여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와 합의한 의당정 합의사항이다. 당시 의당정은 의대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기로 했다. 특히 의대정원 통보 등 일방적 정책 추진을 강행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아 의료계를 안심시켰다.

시도의사회장 협의회는 “그간 내부적인 반대를 무릅쓰며 정부와 진지한 협의를 통해 의사인력 확보를 논의해 왔으나, 의대정원 확대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들으면서 윤석열 정부는 다를 것이라 생각했던 일말의 기대마저 무너졌다”고 각을 세웠다.

의료계는 현 정부가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의대정원 확대정책을 반드시 밀어붙일 것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때와 달리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의 이슈가 사라진데다, 평소 소통에 인색한 윤석열 정부의 특성상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의대 정원을 확대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대한의사협회를 중심으로 다시 한번 대정부 강경 투쟁에 나설 개연성이 높아졌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오로지 국민건강 수호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9.4 합의를 하였으나, 이제 필요가 없어진 정부는 의료계에 대한, 국민에 대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렸다”며, 이제 남은 것은 투쟁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앞서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대변인도 지난 13일 “늘어난 학생수 만큼의 교수 인력과 시설 확보 등이 필요한데 준비없는 의대정원 증원은 현장의 혼란만 불러올 것”이라며,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 방안발표를 강행한다면, 의료계는 강경투쟁에 나설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서정필·박정식]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대로에서 진행하는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와 의대생들이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대로에서 진행한 ‘4대악 의료정책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파업 궐기대회’에 참석한 의사와 의대생들이 4대 의료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2020. 08. 14]

의료계 대정부 투쟁 먹힐지 미지수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상황이어서 의료계가 진료거부 등을 한다해도 예전과 같은 대정부 압박 수단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오히려 윤석열 정부의 낮은 지지율을 토대로 국민들에게 우리나라의 의료 현실을 있는 그대로 전파하고 설득하려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례로 최근 언론들은 인구 1000명당 우리나라 의사수가 OECD국가에 비해 적다는 점을 부각하며,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대한민국은 의사수가 적음에도 수술대기 시간, 도·농간 의사 밀도차이, 의사 외래진료 건수 및 입원 일수, 기대수명, 영아 사망율, 암 사망율 등 각종 보건의료서비스 지표상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은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의사 수가 많다는 OECD 회원국 대부분에서 우리나라 국민들만큼 의료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마찬가지다.

시도의사회 협의회는 “의료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다.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는 재앙을 맞을 것”이라며, “선택적 OECD 데이터로 의사 수에만 집착하는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붕괴 위기를 맞은 필수·지역의료에 대한 진단과 해법 모두 경악할 수준”이라고 현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진정 문제 파악도 못하는 아마추어 정부인가? 아니면 국민건강과 생명이 직결된 문제까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간악한 술수인가?”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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