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 속 ‘의대 증원 저지’ 의사 총궐기
한파 속 ‘의대 증원 저지’ 의사 총궐기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3.12.18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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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 궐기대회 개최
이정근 상근부회장·길광채 위원 삭발 ... 의대생 의사가운 벗는 퍼포먼스
“의대증원은 세금 낭비 ... 필수의료 대책 마련이 먼저”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023.12.17]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023.12.17]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발한 의사단체가 최후의 수단으로 총파업(집단휴진)도 고려하고 있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한파 속에서 단체행동에 나섰다.

대한의사협회 ‘의료 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 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정부 땜질식 처방으로 필수의료과 몰락 ... 책임 누가 지나”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의협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장 이필수 회장은 “의료계는 전문가단체로서 10여년 전부터 정부에 필수의료의 붕괴 가능성에 대해 일관되게 경고해 왔다”며 “하지만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보다는 땜질식 처방으로 일관하다 결국은 필수의료과의 몰락을 가져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근본적인 해결책보다는 최소 11년에서 14년 후 배출될 의사 증원에만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향후 10년간 붕괴된 필수의료에 어떤 대책이 있으며 국민이 입는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이냐”고 질타했다. 

이 회장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논하기에 앞서 필수의료를 근본적으로 살리기 위한 대책 마련이 먼저임을 알아야 한다”며 ▲필수의료 분야 법·제도적 안전장지 마련 ▲OECD 평균 이하인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필수의료 전공의 지원 등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한 소통과 협의 없이 일방적인 정책 추진을 멈추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고려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체결한 9.4의정합의에 따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를 해서 풀어야 한다”며 의대 정원 관련 원점 재논의를 요구했다.

이필수 회장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한다면 적극적으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범대위와 의협 집행부는 생즉사 사즉생의 각오로 정부의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막기 위해 몸과 마음을 바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 회장에 이어 단상에 오른 의료계 지도부도 연대사를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이어갔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대학은 정원이 늘면 2025년부터 당장 등록금 수익이 생길 것이니 이득이 있고, 학령 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 폐쇄를 막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병원들은 이렇게 증원된 의사가 나오는 6년 후부터 싸구려 의료 인력을 다수 사용하게 되니 큰 이익이 있다”며 “그러나 정확히 따져보면 국민들이 원하는 오픈런 없는 진료, 응급실 뺑뺑이 없는 쉬운 병원 접근은 20년 내지 25년 정도 지나야 효과가 나타나는 일이라 그때의 의료질은 보장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정 회장은 “한번 무너진 의료시스템은 회복이 쉽지 않다. 의료시스템의 붕괴는 잘못된 정책 입안에서도 기인하지만, 부실한 의학교육이 더 큰 문제”라며 “의대 교수들이 무더기로 교육 현장을 떠나고 있는데 책상과 의자로 하는 게 의학교육이 아니다. 정부의 막대한 지원계획이 없는 증원은 결국 파국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 이광래 회장(인천광역시의사회장)은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는 2020년 9.4의정 합의를 무시한 행위다. 정부가 무리하게 의대 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할 경우 지난 2020년보다 강력한 14만 의사들의 저항과 투쟁이 재현될 것”이라며 “법원의 과한 의료인 실형 때리기와 면허취소법이 존재하고 의료사고처리특례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아무리 의대 정원을 늘려도 대한민국 필수의료는 영원히 살아나기 힘들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회장은 “성급하게 추진된 의대정원 확대는 의학교육의 질 저하, 국민 의료비 증가 및 건보재정 악화, 이공계 및 과학계에 대한 악영향 등 부작용이 반드시 동반될 것이라는 이유로 의료계가 연일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데도 이런 우려를 묵살하고 의대정원 확대부터 추진하려는 의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필수·지역의료를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의대정원 확대부터 무리하고 졸속으로 성급히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필수·지역의료에 의사들이 유입될 수 있는 방안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대증원은 세금 낭비 ... 필수의료 살리기가 시급”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김동석 회장은 “필수 의료 전문의가 본인 전공과를 포기한 이유를 해결하면 되는데 엉뚱하게 의사 증원을 주장하고 있다”며 “필수 의료를 살리는 시급한 해결책은 정당한 수가와 고의과실이 아닌 의료사고에 대한 처벌 특례법”이라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의사를 늘려 강제로 근무시켜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필수 의료 담당 의사는 또다시 연기처럼 사라질 것이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갈 것”이라며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은 세금 낭비이며 국가를 망칠 정책”이라고 반대했다. 

한국여자의사회 홍순원 수석부회장(한국여자의사회 차기회장)은 “기본적인 인프라와 재정이 확보되지 않은 채 정원을 확대한다면, 교육의 질이 상당하게 저하될 것”이라며 “의대정원 증원은 의료비 지출 증가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의사가 늘어나면 병의원의 경쟁이 증가될 것이며 병원 수익창출을 위해서 과잉진료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특시의사회 박명하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은 의대정원 문제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정책 결정의 주체로 대한의사협회를 인정해야 한다”며 “수술실 cctv, 비대면진료, 최근의 간호법 재추진 등 의료계 패싱을 더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했다. 

박 회장은 ”인구절벽시대에 의료절벽의 재앙으로 이어질 의대증원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진정 국민건강을 위해 의대정원과 올바른 의료정책이 의료계와 논의돼 결정될 수 있도록 우리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자”고 강조했다. 

삭발단행·의사가운 벗는 퍼포먼스로 의대증원 저지 표명

(왼쪽부터)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길광채 범대위원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삭발을 단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 길광채 범대위원이 17일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에서 삭발을 단행하고 있다.

이날 총궐기대회에서는 다양한 항의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일부 의대생들은 무대에 올라 의사가운을 벗었고 의대정원 확대를 강행할 시 의사를 하지 않겠다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의협 이정근 상근부회장과 범대위 길광채 위원(광주서구의사회 회장)은 삭발을 단행하며 의대증원 저지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범대위는 광화문에서부터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진행했다. 이필수 회장은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의대 정원 증원 정책 추진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이라는 주장 등이 담긴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진행한 ‘의대정원 증원 저지 총파업 관련 설문조사’를 이날 자정 마감하고, 조만간 집단휴진 등 단체행동에 돌입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한편, 같은 날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2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대 증원과 관련한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국민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의대정원 확대 규모는 64%가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민 85.6%가 의대 정원 확대를 가로막기 위한 의사협회의 집단 진료거부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의대증원에 찬성하고 파업을 반대한다는 입장이 나온 것이다.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023.12.17]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023.12.17]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023.12.17]
대한의사협회는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2023.12.17]
의협 범대위가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의협 범대위가 광화문부터 서울역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2023.12.17]
이필수 회장은 가두행진 이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이필수 회장은 가두행진 이후 용산 전쟁기념관 앞에서 ‘대통령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했다. [202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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