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계획 시작부터 삐걱
의대 증원 계획 시작부터 삐걱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4.02.08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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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총선 앞둔 포퓰리즘", "구체적 계획없이 숫자만 늘려"
대한의사협회 총력 투쟁 선언

지난 6일 발표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증원계획이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의사단체는 물론,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선거를 앞둔 포퓰리즘으로 규정하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은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이번 계획을 “무계획적, 시장 방임적 발표”라고 규탄했다. 한마디로 공공적 양성과 배치 수단 없는 의대증원이라는 것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필수의료 붕괴의 원인을 의사 배치의 문제에서 찾았다. 이들은 “배출된 의사들 다수가 병원에서 사람을 살리기보다는 피부‧미용‧성형에 종사하거나 개원가에서 비급여 돈벌이를 하고 있다”며, “이런 구조를 고스란히 유지한 채로 의사를 2천 명씩 늘린다고 해도 그 의사들이 지역‧필수‧공공 부문에서 일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얼마나 늘리느냐보다 어떻게 늘리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6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이 6일 의대 정원 증원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공공의료 외면하는 정부, 의사들 돈벌이 장려”

하지만 정부의 정책은 이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정부는 공공적 양성과 배치, 의사의 의무복무 정책을 내놓지 않았고 공공의대에는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정부는 6일 발표에서 비수도권 의대 집중 배정과 지역인재 전형 60%를 말했을 뿐이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렇게 배출된 의사들이 수도권 대도시에서 비급여 돈벌이를 한다 해도 정부는 통제할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며, “오히려 정부는 그런 돈벌이를 통제하기는커녕 적극 장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진행된 ‘민생’ 토론회에서 “의료개혁이라는 것을 추진해 나갈 때 …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측면을 꼭 함께 가야 된다”며 “많은 의과학자와 의료 관련 사업가를 양산을 시켜야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의 의대 증원 계획이 복지와 의료 공공성 증대보다는 의료 영리화와 더 맞닿아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2020년에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의대증원 안은 대부분 지역에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제도를 바탕으로 했고, 적은 수이지만 공공의대 신설 약속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지역‧공공 의료를 살리기에는 통제 기전이 미흡하다고 비판적으로 평가했는데,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안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시장방임적이며, 공공적 정책수단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성토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정부가 의대증원이라는 국민적 관심을 틈타 2천명 증원이라는 숫자만 앞세운 ‘충격요법’을 꺼내든 것은 총선을 앞둔 정치적 수단이지, 제대로 된 보건의료 정책이라고 할 수 없다”며, “정부가 정말로 필수의료를 살리고 싶다면 시장실패를 답습하지 말고 공공적 의대 증원 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설 인력 인프라 없는 의대 증원, 부작용만 심화할 것”

더좋은보건의료연대도 8일 성명을 내고 “필수의료의 안정적 공급과 의료의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한 구조적, 근본적 개선책 없는 단순 숫자 늘리기는 대도시와 비필수 의료에 몰리는 부작용만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지역 인재 선발 전형 60%확대로는 늘어난 의사 인력이 지역에 복무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지역의사제를 도입해야 지방의 의료공급난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완결형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의 필수의료 확충 문제를 포괄하여 의대 정원 권한을 지방정부에 위임하고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하여 지역과 필수의료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역기반 의료인력 배치, 공공의료의 확충, 의료 취약지에 대한 안전망 구축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도 촉구했다.

이들은 특히 추가 정원을 배정받을 교육기관의 시설과 인력, 인프라 확충 없는 일방적 의대정원 확대 계획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시민사회의 한 관계자는 8일 헬스코리아뉴스에 “정부가 늘어나는 학생을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정하겠다고 밝혔으나, 지방의대들은 교원 확보와 시설 등 그 어떤 준비도 해놓은 것이 없다”며, “내년에 정원이 늘어나는 의대는 수도권·지방 할 것 없이 큰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고 교육의 질도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필수 의협회장 전격 사퇴, 총 파업투쟁 선언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6일 오전 10시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06]
대한의사협회 이필수 회장이 6일 오전 10시 의협회관 지하 1층 대강당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2.06]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 총파업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6일 오전,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 발표에 앞서 가진 긴급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2020년 9·4 의정합의 정신을 위반하고 의료현안협의체를 통한 의료계와의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의대정원 확대 발표를 강행할 경우, 의협 제41대 집행부는 총사퇴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즉각적인 임시대의원총회 소집 및 비대위 구성과 함께 지난해 12월 실시한 파업찬반 전회원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하고 즉각적인 총파업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날 복지부가 의대정원 증원 방침을 밝히자, 회장직 전격 사퇴를 선언하고 비대위를 중심으로 한 총력투쟁 체제 가동에 힘을 실었다. 의협 대의원회 역시 7일 오후 8시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 정책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안건을 의결하고 대정부 투쟁 준비에 돌입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이날 임시총회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의료현안협의체를 애완견에 채운 목줄처럼 이리저리 흔들며 시간을 보내다 의대증원이란 목적 달성을 앞두고 싫증 난 개 주인처럼 목줄을 던지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강력 비판했다.

대의원회 관계자는 “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반드시 승리할 수 있도록 전 회원의 동참과 대한의사협회 전 조직의 역량을 집중하기로 결의했다”며, “대의원총회에서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에 투쟁의 전권을 부여하고 전면적이고 강력하게 대정부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미 지난해 12월 실시한 파업찬반 전회원 설문조사를 통해 즉각적인 총파업 돌입 명분을 확보한 만큼, 현역 의사들이 주축이 된 이번 파업은 예상보다 강도가 셀 것으로 전망된다.

전공의 88% “파업 참여” ... 빅5 병원도 동참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전공의들의 파업 참여 여부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오는 12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과 관련, 파업 여부 등 대응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앞서 대전협은 의대 정원 증원시 단체행동을 하겠다는 예고한 바 있어 이번 총회에서 파업쪽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높다.

대전협이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3일까지 140여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1만 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의대증원에 따른 단체행동에 88.2%의 응답자가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전공의 파업에는 서울의 빅5병원(서울대병원·서울아산병원·삼성서울병원·세브란스병원·서울성모병원)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은 대전협의 요청에 따라 현재 총파업 참여 찬반 투표를 진행 중이다. 

따라서 현역 의사에 이어 대학병원 최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수련의들까지 대규모로 파업에 참여할 경우, 진료 및 수술 차질 등 의료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정부의 의사들의 집단 반발에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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