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전공의 회장 “사직서 제출-수련 포기”
박단 전공의 회장 “사직서 제출-수련 포기”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4.02.16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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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직 3월 20일까지 유지 ... 추후 보궐선거 논의
의대협, 전국 의대생 대상 동맹휴학 설문조사 실시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직 계획을 밝혔다. [사진=박단 회장 SNS 캡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은 15일 자신의 SNS를 통해 사직 계획을 밝혔다. [사진=박단 회장 SNS 캡쳐]

대한전공의협의회 박단 회장이 수련을 포기하고 병원을 사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단 회장은 15일 오전 자신의 SNS에 오는 20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3월 20일 퇴사하겠다는 글을 남겼다. 박 회장은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수련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간 생사의 경계에 놓인 환자를 살려 기쁨과 안도를 느낀 적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병원에서 근무한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다”고 사직 배경을 밝혔다. 여기서 지난 3년은 전공의 재직시절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재직시절 가장 불행한 시기”

박 회장은 사직서 제출에 대한 계획을 세부적으로 남겼다. 이달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고 3월 20일까지 30일간 추가적으로 근무한 이후 병원을 떠날 예정이다.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9조에 의거한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 제43조와 민법 660조와 수련계약서에서 제시한 인수인계에 차질이 없도록 한다는 내용을 엄수하기 위한 결정이다.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면, 대전협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 박 회장은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기 전인 3월 20일까지 회장직을 수행하고 이후 대전협을 맡아 줄 회장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 계획을 밝혔다. 보궐 선거 등은 추후 대의원총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해 동료 전공의에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언제나 자유 의사를 응원하겠다”며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달라. 우리 모두의 무운을 빈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박 회장은 지난해 9월 16일 대전협 제27기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재 제27기 집행부는 박 회장을 제외하고 전원 사퇴했으며 대전협은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전환한 상태다.

다음은 박 회장이 발표한 입장 전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박단입니다. 저는 잃어버린 안녕과 행복을 되찾고자 수련을 포기하고 응급실을 떠납니다. 그간 생사의 경계에 놓인 환자를 살려 기쁨과 안도를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병원에서 근무했던 지난 3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우울하고 불행한 시기였습니다. 죽음을 마주하며 쌓여가는 우울감, 의료 소송에 대한 두려움, 주 80시간의 과도한 근무 시간과 최저 시급 수준의 낮은 임금 등을 더 이상 감내하지 못하겠습니다.

2024년 2월 20일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며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제9조에 의거한 전공의수련규칙표준안 제43조와 민법 660조를 준수하며 수련 계약서에 따라 인수인계 등에 차질이 없도록 2월 20일부터 3월 20일까지 30일간 병원에서 성실히 근무한 후 세브란스 병원을 떠나려고 합니다.

전공의 신분이 종료되는 바, 이후에는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어 3월 20일까지만 회장 업무를 수행하게 됨을 공지드립니다. 추후 보궐 선거 및 운영 방식은 회칙에 의거하여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하겠습니다.

임기를 충실히 마치지 못하여 동료 선생님들께 송구하단 말씀 전합니다. 언제나 동료 선생님들의 자유 의사를 응원하겠습니다. 부디 집단행동은 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모두의 무운을 빕니다.”

전공의·의대생 집단행동 들어가나? ... “만장일치로 1년 휴학 결정”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라고 소개한 홍재우씨가 13일 유튜브에서 의사면허증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공공튜브 메디톡‘ 캡쳐] 
자신을 대전성모병원 인턴이라고 소개한 홍재우씨가 13일 유튜브에서 의사면허증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공공튜브 메디톡’ 캡쳐]

지난 13일에는 홍재우 대전성모병원 인턴이 유튜브를 통해 “의사에 대한 시각이 적개심과 분노로 가득한 현 상황에서 더는 의업을 이어가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홍 인턴은 자신의 의사 면허증을 보여주며 “의업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기득권 집단의 욕심과 밥그릇 지키기로만 치부하지 말아달라”며 “제가 집단행동을 선도한다고 생각하면 제 면허를 가져가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잘못된 정부 정책에 눈감고 있을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인턴과 레지던트 단체인 대전협 박단 회장의 사직으로 대형병원에서도 개별적 사직 움직임이 본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전공의들의 사직이 잇따라 이어지며 집단행동에 나설 경우 의료공백으로 인한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뿐만 아니라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생 사이에서도 집단행동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한림대 의대 4학년 학생들은 15일 의대증원 등 정부의 의료개혁 방침에 반발하며 1년간 ‘동맹휴학’을 하기로 결정했다. 

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15일 의료정책대응TF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 의료정책대응TF 공식 SNS]
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15일 의료정책대응TF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이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한림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 의료정책대응TF 공식 SNS]

한림대 의대 비상시국대응위원회는 이날 의료정책대응TF 공식 SNS 계정을 통해 “의학과 4학년 학생들은 만장일치로 휴학을 진행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전국 40개 의대 학생 대표들로 구성된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도 이날 SNS에 전국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동맹 휴학(집단 휴학) 참여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의대협은 “‘나는 본교의 대표로서, 단체행동 추진 필요성에 찬성하며 이를 주도해나갈 의지가 있다’는 안건이 40개 단위 대표의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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