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담화는 겁박...전공의 처벌 시 의료 대재앙”
“총리 담화는 겁박...전공의 처벌 시 의료 대재앙”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4.02.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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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 발표
의협 비대위 “총리 담화 명분쌓기 불과 ... 의사 악마화하며 마녀사냥”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 17일 비대위 1차 회의 이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17)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 17일 비대위 1차 회의 이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17)

의대정원 확대 의지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부탁을 가장한 겁박”이라며 반발했다. 

의협 비대위는 18일 오후 한덕수 총리 대국민 담화문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유감을 표명했다.

의협 비대위는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는 의사들의 자율적인 행동을 억압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며 “의사들에게는 환자를 볼모로 단체행동을 해서는 안 되며, 환자 곁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가장한 겁박을 했다”고 비판했다.

“정부, 의사 악마화하면서 마녀사냥”

의협 비대위는 “환자와 국민을 볼모로 대한민국 의료를 쿠바식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으로 만들었다”며 “의사라는 전문직을 악마화하면서 마녀 사냥하는 정부의 행태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는 점에 큰 실망과 함께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국무총리의 담화문 발표가 이미 여러 차례 보건복지부 장차관이 발표했던 내용과 완전히 똑같은 내용을 담았다고 꼬집었다.

비대위는 “담화문 발표는 당장 이번 주로 알려진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자발적이고 개인적인 행동에 단체행동이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이를 처벌하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한 행태로 판단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다시 한번 경고한다. 만약 정부가 대한민국 자유 시민인 의대생과 전공의가 자유의사에 기반해 한 행동에 위헌적인 프레임을 씌워 처벌하려 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의료 대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국민과 환자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정상적인 방향으로 개혁할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계와 진정성 있는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덕수 총리 “전공의들, 환자 곁 지켜달라”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정원 증원 필요성 및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8일 오후 3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의과대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의사들에게 집단행동을 자제하고 환자의 곁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한 총리는 “집단행동으로 인한 의료공백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삼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실제 행동으로 이어져 의료공백이 벌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수도권 원정치료 등을 이유로 들며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료개혁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절대적인 의사 수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의료 개혁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의대 정원 확대는 더 늦출 수 없다”며 “우리나라 의대정원은 1998년 증원 이후 27년간 한 명도 늘지 않았다. 오히려 의약분업 이후 정원을 감축해 2006년부터 지난 19년간 감소된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늘어나는 고령인구와 높아지는 의료수요에 비해 지금의 의대 정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035년에는 의사가 1만 5000명이 부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총리는 “의대 정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교육의 질을 확실히 보장하겠다”며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정부가 독단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라, 국내 최고 전문가들과 대학들이 함께 장기간 신중하게 논의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지난 1일 발표한 ‘4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의 차질 없는 추진을 재차 약속했다. 4대 패키지는 의료인력 확충, 지역의료 강화, 의료사고 안전망, 공정 보상 등 4대 개혁 과제로 구성됐다.

한 총리는 “전공의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해 의료현장의 번아웃을 방지하고, 지방병원 육성과 필수 의사 확보를 통해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며 “지역의료 체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인재들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역인재 전형 확대와 계약형 지역필수 의사제도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사고 처리 특별법을 제정해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 의사들이 형사처벌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하는 일이 없는 환경을 만들어 가겠다”며 “무엇보다 필수의료 의사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게 2028년까지 10조 원 이상을 투입해 필수의료 수가를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신속히 대응하겠다”면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며 흔들임없이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어려운 환경 속에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의사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전대미문의 코로나19 팬데믹을 극복했다”며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언제든 대화하고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 집단행동이 아닌 합리적 토론·대화로 이견을 좁혀나가야 한다고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총리는 “의료 현장 최일선에서 뛰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당부한다. 여러분의 노고를 국민들이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마음과 믿음에 상처를 내지 말고 의료 현장과 환자 곁을 지켜주길 당부드린다”고 촉구했다.

빅5 병원 전공의 20일부터 근무 중단, 23개 병원 715명 사직서 제출

의사 병원 병동 대학병원 전공의

빅5 병원(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전공의들이 지난 16일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 추진에 반대해 전원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다. 내일 19일까지 전공의 전원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과목 전공의들은 이보다 하루 앞선 19일 사직서 제출과 함께 근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미 오는 19일 전공의의 총파업을 가정한 채 내부에서 수술 스케줄 조정에 착수한 상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6시 기준 전공의 수 상위 100개 수련병원 중 23개 병원에서 71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직서가 제출된 23개 병원은 서울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 아주대병원, 길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 고대구로병원, 인하대병원, 한양대병원, 성빈센트병원, 원광대병원, 해운대백병원, 인천성모병원, 국립중앙의료원, 여의도성모병원, 부천성모병원, 강릉아산병원, 대전성모병원, 은평성모병원, 분당재생병원, 춘천성심병원, 국립경찰병원, 광주기독병원, 원광대산본병원 등이다. 이 중 실제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은 없다.

다만 이후에도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전공의들이 나오고 있어 사직서 제출 숫자는 정부가 현재 파악한 규모보다 늘어날 수 있다.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파업으로 인해 예정됐던 입원과 수술이 늦어질 뿐만 아니라 이미 입원 중인 환자를 돌보는 데에도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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