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 “회원투표로 단체행동 결정”
의협 비대위 “회원투표로 단체행동 결정”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4.02.19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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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사직·의대생 휴학 결정 지지 ... 정부 불이익 시 강경대응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 및 규탄대회’ 25일 개최 예정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의료계 단체행동(파업)의 시작과 종료를 전체 회원 대상 전자투표로 결정하기로 했다. 다만 총파업 등 단체행동은 목적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를 열고, 향후 정부에 대항하는 투쟁 로드맵에 대해 논의했다. 3시간여에 걸친 회의를 끝낸 후 오후 8시경부터 기자 브리핑을 통해 회의 내용을 공개했다. 이날 회의에는 온오프라인으로 총 39명이 참석했고 전공의와 의대생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의료계 단체행동의 시작과 종료는 전 회원 투표로 결정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투표는 전자투표로 진행된다. 투표의 경우 의결 정족수를 과반수로 할지, 3분의 2로 할지도 함께 결정하기로 했다”며 “다음주부터 회원들한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절차에 돌입한다”고 말했다. 

최후의 투쟁 수단인 파업의 시점과 종료를 전체 회원인 8만 명에게 문자를 보내 전자투표로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전자투표에 앞서 회원들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절차 등이 필요해 투표 날짜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면허 불이익 시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 돌입”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 17일 비대위 1차 회의 이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17)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이 17일 비대위 1차 회의 이후 기자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17)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현재 진행 중인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에 대해 동료 의사로서 깊이 공감하고 존중하며 지지한다”면서 “미래 의료를 걱정하는 의대생의 자발적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가 면허 박탈을 예고하며 전공의의 자발적 사직이라는 개인 의지를 꺾는 부적절한 발언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속해서 겁박에 나설 경우 법적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어떠한 경우라도 단 한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와 연관해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수 있음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비대위가 전공의·의대생 법률적 책임 질 것”

비대위는 대형 로펌을 통해 의사 면허 취소 등에 대한 체계적인 법률 구조 활동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회원들의 법률 구조를 위해 대형로펌과 접촉을 시작하겠다”며 “전공의와 의대생 등 미래 의료인력에게 피해가 발생할 경우 모든 법률적인 대응에 대한 책임을 비대위가 감당하고 강력한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은 “이미 의대생들과 전공의들을 보호하기 위해 각 대학병원의 고문 변호사들과 개별 협의가 들어가고 있다”며 “현재 의협이 갖고 있는 법률 구조단이나 변호사 수로는 미약하다는 의견이 나와 오늘 회의에서 대형 로펌과 의료계 간 계약관계를 맺기 위해 접촉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주 위원장은 “정부가 업무복귀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해 면허 취소까지 하겠다고 했지만 의료법상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의국장이 의사를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다며 최근 사직서를 냈는데, 이번 사태로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사례가 나오면 이처럼 사직하는 의사가 더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주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정부가 불난집에 부채질하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경고로 풀이된다.

의협 비대위는 전공의·의대생들을 위해 의협 회관 일부를 오픈한다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전공의·의대생들의 안식처를 제공하기 위해 다음주부터 준비가 끝나는 대로 대한의사협회 회관 지하 1층 강당과 5층 식당을 개방해 전공의·의대생들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주 위원장은 “단체 행동은 하루 휴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한 파업(무기한 휴진)이나 ‘마지막 행동’을 말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파업 등 단체행동이 목표가 아니다. 이런 행동들로 정부에게 우리 의사들의 의견을 전달할 수 밖에 없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울 뿐이다. 정부가 말하는 의대증원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협 비대위는 오는 25일 전국 의사 대표자 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빠른 시일 내 전 회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도 열기로 했다. 대규모 집회는 빠르면 다음달 10일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의협 비대위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대 증원을 원점에서 재논의 할 협의체 구성을 정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의사 스스로 의료 정책 만드는 주체 돼야”

이날 회의에 앞서 김택우 비대위원장은 투쟁선언문을 통해 “지금은 회원 모두가 하나로 뭉쳐 총력 투쟁해야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규모를 정해 2020년 의협과 맺은 9.4 의정 합의서를 백지화했다”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만이 아니고 우리도 스스로 의료 정책을 만드는 주체가 돼야 한다”며 “비대위를 구심점으로 삼아 의대생, 전공의, 의대 교수, 봉직 의사, 개원 의사 등 모든 회원이 총력 투쟁으로 정부의 야욕을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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