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들, 전공의 떠난 뒤 불법진료에 내몰려”
“간호사들, 전공의 떠난 뒤 불법진료에 내몰려”
  • 이지혜 기자
  • 승인 2024.02.23 11: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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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협,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 개최
“병원들 대리처방에 치료처치까지 행위지시 강요”
“불법진료에서 현장 간호사들 보호할 법 제정 시급”
(왼쪽부터)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탁영란 회장이 23일 오전 10시 30분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23)
(왼쪽부터)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탁영란 회장이 23일 오전 10시 30분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23)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이들의 업무를 대체하는 간호사들이 대리처방과 대리기록, 심지어 치료처치 및 검사와 수술 봉합 등의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공의 업무 대부분을 PA간호사도 아닌 일반간호사들이 떠맡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간호협회는 23일 오전 협회 서울연수원 강당에서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협회는 지난 20일 오후 6시에 개설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23일 오전 9시까지 접수된 154건의 신고 내용을 공개했다.

간협은 지난 16일부터 ‘의료 공백 위기 대응 간호사TF’를 가동해오고 있다. 20일 오후 6시부터는 협회 홈페이지에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를 개설하고 간호현장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제보를 받아왔다. 

신고된 의료기관을 종별로 보면 상급종합병원이 62%로 가장 많았다. 이어 종합병원(36%), 병원(전문병원 포함, 2%) 순이었다. 신고한 간호사는 일반간호사가 72%를 차지한 반면 PA간호사는 24%에 불과했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이후 간호사가 겪는 가장 큰 애로사항은 ‘불법진료 행위지시’였다. 이들 행위로는 채혈, 동맥혈 채취, 혈액 배양검사, 검체 채취 등 검사와 심전도 검사, 잔뇨 초음파(RU sono) 등 치료·처치 및 검사, 수술보조 및 봉합 등 수술 관련 업무, 비위관(L-tube) 삽입 등 튜브관리, 병동 내 교수 아이디를 이용한 대리처방이 있었다.

초진기록지, 퇴원요약지, 경과기록지, 진단서 등 각종 의무기록 대리 작성, 환자 입·퇴원 서류 작성 등도 간호사들에게 강요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불법진료행위에서 간호사 법적 보호 시급”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이 23일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신고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23)
대한간호협회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이 23일 ‘의료파업에 따른 현장 간호사 업무가중 관련 1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의료공백 위기대응 현장간호사 애로사항 신고센터’에 신고된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지혜] (2024.02.23)

간협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현장 간호사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법적 장치가 없이 불법진료에 내몰리고 있다”며 “간호법이 필요하고 전문간호사에 대한 업무범위 인정과 전담간호사의 법적 안전망 확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을 통해 의료현장에서 법의 모호성을 이용한 불법진료 행위가 근절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신고된 내용에 따르면, PA간호사의 경우 16시간 2교대 근무 행태에서 24시간 3교대 근무로 변경된 이후 평일에 밤번근무(21:30∼8:00)로 인해 발생하는 나이트 오프(Night Off)는 개인 연차를 사용해 쉬도록 강요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수가 당직일 경우 처방 넣는 법을 모른다며 쉬는 날임에도 강제 출근 시킨 경우도 있었다.

간호사들은 불법진료 뿐 아니라 외래 진료 조정, 수술 취소 전화 및 스케줄 조정 관련 전화 안내, 드레싱 준비, 세팅 및 보조, 환자와 보호자들의 불만 응대, 교수 당직실 준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안전도 위협받고 있었다. 의료공백 상황이 발생하면서 4일마다 하는 환자 소독 시행 주기가 7일로 늘어났고, 2일마다 시행하던 거즈 소독은 평일에만 시행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훈화 정책전문위원은 “코로나로 국가보건의료재난 상황이었던 지난 2020년 8월 전공의들은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환자의 생명을 저버린 채 의료현장을 떠났다”며 “전공의들이 떠난 자리에는 당시에도 지금처럼 간호사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법적 보호 장치가 없이 투입됐고 일부 간호사들은 전공의들로부터 고발까지 당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전공의들이 법적으로 간호사들을 고발할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간협은 실시간으로 움직여서 간호사가 현장에서 고발을 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명백한 맞대응을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탁영란 회장은 “많은 간호사들은 지금도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에 법적 보호 장치 없이 불법진료에 내몰리면서 하루하루 불안 속에서 과중한 업무를 감당해 내고 있다. 전공의들이 떠난 빈자리를 단지 정부가 말하는 PA간호사들만이 아닌 전체 간호사가 겪고 있다는 게 문제”라며 “국민의 생명과 환자안전을 위해 끝까지 의료현장을 지키겠다는 간호사들을 더 이상 불법진료로 내모는 일은 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간호사들이 법에서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환자간호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의료현장에서 법의 모호성을 이용한 불법진료행위가 간호사를 보호할 법 제정을 통해 근절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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