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정부, 의사 집단행동 핑계로 의료민영화 추진” 
시민사회 “정부, 의사 집단행동 핑계로 의료민영화 추진”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4.02.26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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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진료 전면 허용은 재벌 대기업 위한 것” ... “의료대란 해결에 아무런 도움 안 돼” 
서울대 의대 교수들, 정부에 사태 해결 촉구 ... “이번 주말 동안 해결 못하면 파국 닥칠 것”

윤석열 정부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계기로 비대면진료를 전면 시행하기로 하자 그동안 의대 정원 확대에 우호적이던 시민사회까지 ‘재벌 대기업을 위한 의료 민영화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22일 “의사 집단행동으로 인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짐에 따라 23일 오전 8시를 기해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격상했다”며 “정부는 이날부터 의사 집단행동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비대면 진료 허용은 진료거부로 생긴 의료 공백을 해결하겠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인데, 의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의료 현안 중 하나여서 정부가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의료계 내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의사 파업을 유도하는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추측성 소문도 무성한 터라, 의사들의 반발 심리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우려된다.

의대 교수들 “납득할 만한 조치 없으면 전공의 집단행동에 동참”  

실제로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들은 23일 전공의 집단 사직과 관련, “정부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집단행동에 동참하겠다”며 정부측에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서울대 의과대학과 서울대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이번 주말이 사태(해결)의 골든타임”이라며 “전공의들이 납득할 만한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이들과 행동을 같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비대위는 “주말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고 정부측에 강한 경고음을 보냈다.

비대위는 전국 단위로 조직을 꾸려 행동하겠다는 방침도 확인했다. 교수들은 “제한적이나마 돌아가고 있던 병원의 모든 진료가 이대로 간다면 열흘도 버티지 못할 것이 자명하다”며, “활동 중인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 재편하고, 전국에서 구성 중인 상급종합병원 비대위와 함께 움직이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면서 “연 2000명 증원을 이미 확정 지어 놓고 있는 정부가 그 숫자의 5배나 되는 현직 의사들이 이미 자리를 떠나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처벌과 압박에만 몰두하고 있다”며 “파국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료계 안팎에서는 의대 교수들이 정부측에 최후 통첩을 보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헬스코리아뉴스 D/B] 서울대병원전경 서울대학교병원전경
[헬스코리아뉴스 D/B] 서울대병원전경 서울대학교병원전경

앞서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노동조합도 지난 21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인 시책에 반대를 표한 의대생 및 인턴, 전공의들에게 대화가 아닌 일반 범죄자를 대하는 듯한 협박과 겁박, 경찰 공권력을 동원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의료공급자들과 정부가 진지한 대화를 통해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교수들은 “이러한 해결의 모습이 앞으로 지속될 의료 개혁에 있어 모범적인 사례와 동력이 되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 개혁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만일, 정부가 대화의 노력 없이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의대생, 인턴 및 전공의들에게 일방적인 처벌만을 내세운다면 우리는 제자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스승으로서 할 수 있는 우리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비대면 진료, 가장 반색하는 건 플랫폼 업체들 ... 의료비 폭등 불가피”

그런가운데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23일 ‘비대면 진료 전면 시행은 의료대란의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성명을 통해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전면 시행에 가장 반색하는 건 비대면 플랫폼 업체들”이라며, “비대면 진료는 이들의 돈벌이를 위한 의료 민영화 정책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운동본부는 “진료 중개를 민간 플랫폼업체들이 장악하고 수익을 추구하게 되면 의료비가 폭등할 수밖에 없다”며, “지금은 중소 플랫폼 업체가 앞장서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가 제도화되면 삼성, LG,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들이 진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려는 정부 시도는 지금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왔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운동본부는 “윤석열 정부는 코로나19 감염병 재난이라는 비상사태에 불가피하게 허용됐던 비대면 진료를 영리 기업들한테 열어주려 지금까지 혈안이었다”며, “그동안의 의약품 오남용 등 부작용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방지 대책도 없이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이제 의료대란까지 빌미로 활용하려 한다”고 거세게 성토했다.

무엇보다 비대면 진료는 대규모(연간 2000명) 의대 정원 확대 발표에서 비롯된 지금의 의료대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대면 진료가 응급, 중중, 수술, 입원 환자에 무슨 도움 되나”

운동본부는 “의료대란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응급, 중증, 수술 등을 맡아야 할 전공의들이 자리를 비우면서 수술이 지연되거나 입원이 지연되고 진료가 거부되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가 이런 응급, 중중, 수술, 입원 환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되물었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정부는 ‘전공의 이탈이 심한 상급종합병원이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해 의료진의 소진을 방지하겠다’고 하는데, 전공의 이탈로 더 많은 중증·응급환자를 돌보는 데 집중해야 할 전임의 이상 의료진은 어차피 비대면 진료도 할 수 없다. 비대면은 겨우 경증 진료 정도가 가능한데, 경증 외래는 지금도 얼마든지 동네 의원에서 진료받을 수가 있다”며, 정부의 주장은 모순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운동본부는 특히 일상 시기에도 비대면 진료는 응급·중증진료 등 필수의료 공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못 된다고 항변했다.

운동본부는 “비대면 진료는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하는 데 아무 도움도 안 된다. 서울아산병원 같은 곳에서도 뇌수술 집도의가 없어서 간호사가 사망하는 현실을 개선하는 문제와도 아무 관련이 없다. 지역에서는 분만을 할 수 없고 중증질환 치료를 할 수 없어서 지역이 소멸되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도서벽지 지역에도 필요한 것은 응급·중증질환을 진료할 수 있는 병원과 닥터 헬기이지 비대면 진료가 아니다”며, “도서 지역에도 보건소가 있고 약국이 있어서 경증질환 진료가 안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평소에는 필수의료 붕괴를 빌미로, 지금은 의료대란을 핑계로 비대면 진료를 추진하는 것은 국민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은 오직 대기업을 포함한 의료기기, 통신, 플랫폼 업체들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평소에는 필수의료 붕괴, 지금은 의료대란 핑계로 국민 기만”

운동본부는 “윤석열 정부는 공공의료(공공병원, 공공의료인력) 확충이라는 진정 시급하고 필요한 대안은 버려둔 채, 의료대란을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늘리려는 수작을 중단하라”며, “지금이라도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공공병원을 신·증축하고, 공공의료인력을 확충해 공공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을 대폭 올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반복돼 온 이런 의료대란은 다시 반복될 것이다. 그 피해자는 노동자 등 서민들”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참고로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범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가난한이들의건강권확보를위한연대회의,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세상네트워크, 대전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건강보험하나로시민회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공공운수노조의료연대본부,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전국여성연대, 빈민해방실천연대(민노련, 전철연), 전국빈민연합(전노련, 빈철련), 노점노동연대, 참여연대, 천주교빈민사목위원회,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사회진보연대, 노동자연대,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일산병원노동조합,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행동하는의사회, 건강보험심사평가원노동조합, 전국정보경제서비스노동조합연맹, 건강정책참여연구소, 민중과 함께하는 한의계 진료모임 길벗, 전국보건교사노동조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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