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의료대란 현실화 되나
초유의 의료대란 현실화 되나
  • 임도이 기자
  • 승인 2024.02.29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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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들 의료현장 복귀 큰 움직임 없어...의료계 “정부가 잘못 생각”
28일 오후 7시 기준 전공의 80% 사직서 제출...72.8% 근무지 이탈
정부 “타협 없다” vs. 의료계 “정부가 분열 조장”...강대강 대치 속 환자들 분노

정부가 29일을 전공의 복귀 시한으로 정하고 사법처리 등 고강도 압박을 계속하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예상했던대로 대다수 전공의들은 이날 오후 1시까지도 복귀와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로 가면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사상 초유의 의료대란은 물론, 많은 환자들이 죽어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응급·중증 환자와 그 가족들은 발을 동동구르며 사태가 조속히 해결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29일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월 28일 오후 7시 기준 보건복지부의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점검 결과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9997명(소속 전공의의 약 80.2%),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는 9076명(소속 전공의의 약 72.8%)으로 확인되었다.

근무지 이탈 비율은 전일인 27일(73.1%) 대비 소폭 감소(0.3%p)했으나, 큰 차이가 없다.정부는 “100개 수련병원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결과, 전공의가 의료현장에 복귀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그 수가 매우 적다는 점이 문제다. 

2월 28일 교육부가 40개 대학을 대상으로 확인한 결과, 유효한 휴학 신청(누적)은 총 5056건이다. 2월 28일 당일 정상적으로 접수된 유효한 휴학 신청은 3개교 227명, 2개교 철회 2명이다.

총 2개교에서는 2명에 대한 휴학 허가가 있었으나, ‘동맹휴학’에 대한 허가는 한 건도 없었다. 수업거부가 확인된 곳은 6개 대학이며,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 면담·설명 등 정상적 학사 운영을 위해 노력중이다. 교육부는 의대 상황대책팀을 통해 대학이 학생의 학업 복귀를 독려하는 등 대학에 정상적인 학사관리를 지속적으로 협조 요청할 계획이다.

이상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2차장은 “오늘은 전공의분들의 올바른 판단과 결정을 기다리는 마지막 날”이라며, 전공의들에게 현명한 결정을 촉구했다. 

의사협회 “정부, 의사 파업보다 더 무서운 것 깨닫게 될 것”

의료계는 정부가 압박을 해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부분의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29일 YTN에 출연, “중요한 것은 전공의가 빠져나가게 된, 그리고 사직을 결정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은데, 아직 전공의들이 마땅하게 돌아올 수 있는 계기나 기회가 주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전공의들이 사직까지 하게 된 근본적인 배경과 관련, “전공의들이 전체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 풀어질 수 있는, 좀 더 좋아질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어떤 기대가 있어야 되는데, 정부의 정책이 그런 기대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집중을 해서 보도가 되고 있기 때문에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며, “정부가 좀 더 전향적으로 검토해주시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대한의사협회도 28일 비상대책위원회 정례 브리핑에서 ‘전체주의 국가’라는 거친 표현까지 써가며 “정부가 끝내 대화와 타협이 없는 무리한 처벌로 국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의료 현장을 더욱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반발했다.

비대위는 “29일까지 복귀하면 처벌하지 않겠다는 엄포에도 전공의들이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정부는 어제 김택우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의협 전현직 간부 5명을 의료법 위반 및 업무방해 교사·방조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급기야 각 수련병원의 전공의 대표자들의 자택에 찾아가 직접 업무개시명령을 하며 전공의들을 겁박하기 시작했다”며, “정부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대위는 “의사들에게 수갑을 채우고 폭력을 사용하여 일터에 강제로 보낼 수 있을 지 몰라도, 현재의 시스템에서 의사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숭고한 정신으로 환자를 돌보는 것은 불가능하게 되었다”며, “만약 3월 1일 이후부터 정부가 전공의들에 대한 고발을 비롯한 처벌을 본격화 한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병원에서 전공의는 찾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릴 것이고 대한민국에서 전문의가 배출되는 일은 사라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그러면서 “후배들의 부당한 피해를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현재의 봉직의, 개원의, 교수 등 모든 선배 의사들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모두 접으면서 의업을 포기하며, 그들과 함께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의사들의 파업보다 더욱 무서운 것이 의사들의 포기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는 의사들이 없을 때 환자들이 무더기로 사망할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협회가 대표성 없다? ... 의료계 내부 분열 조장하는 것”

의료계는 그동안 의정협의 파트너였던 대한의사협회에 대해 정부가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사태 해결의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표하고 있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은 “대화의 주체는 이번 사태 발생의 첫번째로, 정부와 의사협회와 전공의단체가 미리 대화를 통해 어떤식으로 협의체를 구성하자라고 결정이 되면 거기에 의과대학교수협의회라든지, 혹은 다른 유사한 대표성 있는 의학계라든지 이런 단체들이 같이 협력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러면서 “2020년 9.4의정합의에 의해서 의료현안협의체가 만들어졌는데, 복지부와 의사협회가 주관이 되어서 협의체가 만들어졌다”며, “지금에 와서 의사협회가 대표성이 없다라고 한다는 것은, 그럼 28차례 동안 회의할때는 (복지부가) 대표성이 없는 단체와 회의를 한 것이냐. 그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YTN 화면 캡쳐
YTN 화면 캡쳐

대한의사협회도 “의협은 대한민국 14만 의사 모두가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유일한 의료계 법정단체이다. 전공의, 개원의, 교수, 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되어 있고, 모든 직역에서 배출된 대의원들의 총회 의결을 통해서 만들어진 조직이 바로 비상대책위원회”라며, “정부가 의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의협의 권위를 떨어뜨려 내부적인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정부가 의료계 내부를 갈라치기 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환자단체, 정부에 사태해결 촉구 ... “환자 분노 상상 이상” 

정부와 의료계가 이처럼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면서 환자와 그 가족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 대학병원에서 지역 종합병원으로 응급·중증환자를 역이송하는 사상 초유의 사례도 늘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9일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측에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환자단체는 회견에서 “응급 수술이나 처치가 필요한 ‘응급환자’와 적시에 최선의 수술이나 항암치료·방사선치료·장기이식이나 조혈모세포이식 등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에게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는 생명과 건강에 치명적”이라며, “해당 환자와 환자가족의 심리적 불안감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지난 2월 19일 전공의 사직서 제출에 따른 의료공백 방지를 위한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미 입원·외래 진료나 수술 연기 통보를 받았거나 연기 예고 안내를 받은 중증환자의 심리적 불안감과 절망감,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지켜보는 환자가족의 당혹감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환자단체는 특히 “지난 2월 20일 응급·중증환자가 전공의의 집단행동으로 생명에 위험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처를 해줄 것을 촉구하는 의견서를 보건복지부와 중앙사고수습본부에 제출했으나 그 후로도 열흘째 계속된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응급·중증환자의 의료공백 사태는 더욱 악화했고 곧 의료대란 발생에 따른 심각한 환자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까지 직면했다”며, “전공의는 이제 사직 방식의 집단행동을 멈추고, 응급·중증환자에게 돌아와 이들이 겪고 있는 불편과 피해, 불안부터 멈추게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29일 오전,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응급·중증환자 피해 재발 방지를 위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환자단체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2024.02.29]

환자단체는 이날 ▲전문의 중심 환자 치료 의료서비스 제공체계 개선 및 전공의의 전문의 수련 집중 환경 조성 ▲의료공백 발생 시 ‘진료지원인력’ 보완적 역할 수행 법제화 ▲의료대란 발생 시 수련병원의 외래 진료와 경증환자 진료 제한 및 중증환자와 응급환자 치료에 집중하는 비상진료체계 운영 법제화 등 모두 3개 요구사항을 정부에 요구하고, 정부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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