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정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 멈춰야” 
환자단체 “정부,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추진 멈춰야” 
  • 박원진 기자
  • 승인 2024.03.04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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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에게 불리한 독소조항 너무 많아” 
“의료민영화 대비 사전 정지작업” 시각도 

환자단체연합회가 정부에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제정을 반대한다며 중단을 촉구했다.

중상해·사망·중과실 의료사고까지 형사처벌 특례를 허용하는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그 내용상 위헌의 소지가 있고,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의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하여 의료인 특혜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과 환자의 의견을 일절 반영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부는 2월29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앞으로 추진 예정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개최했다. 지난 2월 1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민생토론회에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참조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을 마련해 제정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한 후속 조치였다.

정부가 지난 2월 1일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에 포함될 주요 내용은 책임보험·공제조합에 가입한 의료인이 업무상과실치사상죄에 해당하는 과실을 저질렀을 경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처럼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해당 의료인이 피해 전액을 보상하는 종합보험·공제조합에 가입했다면 공소 제기 자체를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필수의료 업무상과실치사상죄 감면 방안에 대해서 추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러한 형사처벌 특례는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심지어 ‘사망 의료사고’와 ‘미용·성형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추가 논의를 거쳐 특례 적용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포함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한마디로 환자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달 뒤인 2월 29일 개최한 공청회에서 정부가 공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의 내용은 2월 1일 발표된 내용보다 의료계의 요구사항을 더욱 추가한 것으로 드러나자, 환자단체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공청회에서 발표된 특례법은 대상 범위를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로 확대했고, 대상자도 의사 이외 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까지 넓혔으며, 필수의료행위에 대해서는 중상해 의료사고까지 공소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또, 위헌성이 강해 형사특례 논의 자체가 된 적이 없었던 사망 의료사고도 판사가 형을 임의로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이번 특례법이 참조하고 있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경우, 중상해 교통사고에 대한 공소 제기 금지 규정은 2009년 위헌 판결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이번 공청회에서는 지난 2월 1일 이러한 형사처벌 특례가 환자의 동의를 전제로 한다고 강조했던 내용이 빠져있어, 환자가 동의하지 않더라도 형사처벌 특례가 허용되도록 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제시했다. 아래는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첫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중상해·사망·중과실 의료사고까지 형사처벌 특례를 허용하는 위헌적 법률이다.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은 생명 경시 풍조를 조장하고 교통사고 방지 노력을 게을리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폐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법이다. 특히 2009년에는 중상해 발생 교통사고에 대해 공소 제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특례 조항이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은 바 있다. 위헌성이 높은 중상해·사망·중과실 의료사고까지 형사처벌 특례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위헌적 법률을 참고해 위헌적 법률을 제정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위헌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통사고 관련해 형사특례가 우리나라에서 인정된 이유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에 교통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이 규정됐기 때문이다.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이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을 참조해 마련되었다면 당연히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 규정도 있어야 하지만, 그와 같은 규정은 현재 우리나라 그 어떤 법률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모든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의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인 특혜성 법률이다.

정부는 응급의료·중중외상·중증소아·흉부외과·분만 등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 기피하는 필수의료 진료과 의사 및 전공의의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해 필수의료를 살리는 사회적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모든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의 미용·성형을 포함한 모든 의료행위를 대상으로 중상해·사망·중과실 의료사고까지 형사처벌 특례를 허용한다는 점에서 의료인 특혜성 법률이다.

셋째,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은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에서 국민과 환자의 의견을 일절 반영하지 않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한 것으로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법률이다.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 진료비 환자환자 건강보험청구
[사진=헬스코리아뉴스 D/B]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일부터 법조계(한국형사법학회, 한국법학교수회, 대한변호사협회)와 의료계(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소비자계(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소비자공익네트워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관련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는 ‘의료분쟁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의료사고 피해자 구제방안과 의료인의 의료사고 부담 완화 방안을 찾는 사회적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의료계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제정 요구와 소비자계의 의료사고 관련 입증책임 전환 요구가 팽팽히 맞서 더 이상의 회의 진행이 어렵게 되자 정부는 협의체에서 논의되지 않은, 의료계에 유리한 내용으로 지난 2월 1일 일방적으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제정 계획을 발표했다는 것이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실제로 그동안 협의체에 참여했던 환자단체·소비자단체·시민단체 추천 위원들은 정부의 조치에 반발, 모두 협의체를 탈퇴해 사회적 논의는 중단됐다.

보건복지부는 이후 의료계와 법조계만 참여한 협의체를 추가로 소집해 의료계의 요구를 더욱 적극적으로 반영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을 마련해 지난 2월 29일 공청회에서 발표했다. 

환자단체들은 “이처럼 국민과 환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을 보건복지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해 추진하는 것은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되었다”며, “내용상 위헌적이고, 의료인 특혜적이며, 입법의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 제정 중단을 촉구한다. 만일 제정 추진 시 국민·환자와 함께 저지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의료민영화에 대비해 의료사고처리특례법안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보내고 있다. 재벌기업들이 주도하는 의료시장의 걸림돌을 사전에 제거하려는 의도로 보는 것이다.

한편 한국환자단체연합회에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한국신경내분비종양환우회, 한국PROS환자단체가 소속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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