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발효, 제약산업에 어떤 영향?
한미FTA 발효, 제약산업에 어떤 영향?
  • 송연주 기자
  • 승인 2012.02.22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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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가·특허 연계→복제약 시판 지연→약값 부담 증가” … “다국적 제약사 약값 결정 개입, 약가주권 상실”

한·미 양국이 다음달 1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공식 발효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국내 제약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공화당 데이비드 캠프 하원 세입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미 무역대표부(USTR) 직원들이 협정이 빨리 발효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고 격려하면서,  “한미 FTA 발효는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좋은 소식”이라고 반겼다.

이와는 달리 국내 제약업계가 바라보는 한미FTA는 ‘죽음의 계곡’처럼 불안하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의약품 분야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허가-특허 연계조항과 우리 정부의 약값결정에 외국 제약사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독립적 이의신청절차) 도입이다.

우선 허가-특허 연계조항이 발효되면, 앞으로 값싼 복제약(제네릭)의 생산 및 시판이 지연돼 국민들의 약값 부담 증가는 물론, 건강보험재정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제약사가 복제약을 개발할 경우, 그 사실을 특허권자에게 사전에 통보하고 특허권자가 소송을 제기하면 특허침해 여부과 무관하게 소송이 끝날때까지 약을 생산·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김영록 의원은 지난 2일 “이 조항이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 등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대표적인 독소조항”이라며 정부에 관련 규정의 삭제를 요구하고, 허가-특허 연계제 폐지를 담은 약사법 일부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약값에 대한 독립적 이의신청절차는 우리 정부의 약가정책 주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높다.

이 제도는 제약사, 주로 다국적 제약사가 신약의 급여여부 및 가격에 불만이 있을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및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무관한 제3의 독립된 기구로부터 약값의 적정성 여부를 검토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 특히, 미국계 제약사가 우리 정부의 약값 결정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터 놓았다는 것이다.  

▲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3일 '한미FTA 관련 기자 간담회'에서 '독립적 검토절차 마련'으로 신약기업이 약가결정 과정에 개입하거나, 약값 인상을 야기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이와관련, 보건복지부 홍상기 통상협력담당관은 지난해 11월29일 열린 ‘한미 FTA 의약품 특허전략 및 대응방안’ 세미나에서 “독립 검토절차는 우려와 달리 약가인상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검토과정에서 약가가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고 우려를 불식했다. 

◆복지부 “독립적 검토결과는 참고사항일 뿐…”

신약 가격의 독립적 검토절차는 공단과의 협상 이전 단계인 심평원의 경제성 평가에 이의가 있을 때 제기하는 것으로 약가협상에 영향을 미치고 않고, 독립적 검토 결과는 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재심의시 참고사항일 뿐 구속력은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 및 관련 단체가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당시 늘픔약사회는 성명을 통해 “‘독립적 검토 기구’라는 약값 결정 관문이 생기면서 약값 결정에 다국적 제약회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며 “결과적으로 의약품 정책의 공공성이 약화되고, 다국적 제약자본의 이익이 더 크게 보장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건 FTA 이행법안이라는 점이다. 독립적 검토라는 명분으로 다국적사가 이의신청을 하도록 해 절차에 관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것”이라며 “검토인이 될 수 있는 유관단체도 외자사와 긴밀하게 연관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검토기구는 책임자 1인과 30인의 검토자로 구성되고, 이의신청이 있는 경우 책임자가 검토자 중 1인을 선정해 검토하게 한다. 검토자는 유관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한국병원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보건의료기술평가학회,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의 추천을 받아 선정되는데 이 지점에서 다국적사와 긴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독립적 이의신청 절차는 제약산업의 ISD”

업계내에서는 약값의 독립적 검토 절차가 한미 FTA의 대표적 핵심적 쟁점이었던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와 다를 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ISD는 기업이 투자국을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나 유엔 국제상거래법위원회 등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로, 우리나라의 경제주권을 위협하는 대표적 독소조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의 일괄 약값인하 정책과 맞물려 발효되는 한미FTA가 국내 제약산업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업계 우려가 만만치 않다는 점에서 향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실시간 치과전문지 덴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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